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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발달장애인지원법을 바라보자

[편집장 칼럼]

본문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발달장애인 지원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발달장애인지원법)이 향후 어떻게 될 것인가가 장애계 최대 관심사다. 그런데 발달장애인지원법 제정 과정에서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이상한 흐름이 포착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우선 중요한 법인데도 이 법 제정에 대한 장애계의 뜨거운 열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있다. 그뿐 아니라 심지어는 뒷짐 지고 강 건너 불 바라보듯이 뜨악한 표정으로 이 법 제정 과정을 지켜보는 장애계 인사들도 다수 있는 실정이다.

또 발달장애인법 제정에 나선 부모 단체들도 이 법의 국회 통과 가능성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매우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다가 원칙대로라면 누구보다 발달장애인지원법 제정을 환영해야 하고, 그래서 법 제정 과정에 적극 협조해야 할 보건복지부가, 이 법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는 채, 얼마 전 발달장애인 지원 계획이라는 추상적인 대책을 전격 발표하면서, 결과적으로 발달장애인지원법 제정 움직임에 맞불을 놓으며 찬물을 끼얹는 일마저 벌어지고 있다. 

아무튼 정리하면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발달장애인지원법은 비근한 예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당시 상황과는 전혀 다른 과정을 밟아가면서 설왕설래가 한창인 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도대체 발달장애인지원법을 놓고 왜 이런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해답은 발달장애인지원법 내용에 있다. 발달장애인지원법은 장애인과 관련된 다른 법안과는 달리 법에 구체적인 발달장애인 지원 예산을 포함하고 있는 법안이다. 그것도 한두 푼이 아니라 조 단위의 예산을 매년 발달장애인들에게 지원해야 한다고 법에 명시하고 있다. 바로 이 조 단위의 예산 지원 조항 때문에 부모들도 이 법안의 국회통과 가능성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고, 보건복지부도 지례 겁을 먹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발달장애인지원법 내용을 보면, 법안 내용은 여러 가지지만 핵심 내용은 정부가 발달장애인에게 최저 임금 수준, 즉 월 95만원 정도의 장애연금을 지급하고, 지방자치단체마다 지금의 장애인 고용공단처럼 공단 형태의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설립해서 운영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에 소요되는 예산이, 발달장애인 법안의 재정소요내용을 살펴보면 2013년 2조1천억원, 2014년 2조3천억원, 2016년 2조8천억원, 2017년 3조1천억원이다. 즉 발달장애인지원법이 제정되면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기금을 마련해서 평균적으로 매년 2조5천억원 이상의 예산을 발달장애인들에게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참고로 살펴보면 올해 전체 장애인 복지 예산이 1조 원에 채 못 미치고 있다. 이중에서 전체 기초생활수급 중증장애인들이 받는 장애 연금 예산은 2천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래서 발달장애인지원법이 과연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의문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국회 관계자들에게서 들은 얘기인데, 장애인 중에서도 발달장애인만을 위해 매년 2조5천억원 가량의 예산을 배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 시 청각 장애인 등 나머지 다른 장애인들은 가만히 있겠느냐며,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국회의원도 있었다. 한술 더 떠 복지부 관계자는 발달장애인지원법이 현실성 없는 법안이라며, 그래서 복지부는 거론조차 안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발달장애인지원법에서 연금 지급 등의 소득보장 조항이 삭제된 채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 법은 알맹이는 사라진 채 껍데기만 남은 법에 그치고 말 가능성이 농후하다. 진실을 얘기하면 발달장애인과 부모들이 이 법에 목을 매는 이유는 연금 지급 같은 소득보장 정책이 절실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정부가, 아무리 이 법이 여당이 총선 때 제정을 공약한 법안이고, 19대 1호 법안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 법안이라고 해도, 16만 발달장애인을 위해 매년 2조5천억원을 지원하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때문에 헛된 기대 대신 냉정하게 이 법을 바라보고 제정을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관건은 연금 액수에 집착하기보다 연금 액수가 반 토막이 나더라도 어떻게든 소득 보장 조항이 삭제되지 않은 채 발달장애인지원법의 국회통과를 관철시키는 것이다.

한꺼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가능하지 않고 그야말로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작성자이태곤 편집국장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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