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인구 3천만 명 시대의 그늘 > 지난 칼럼


스마트폰 인구 3천만 명 시대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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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A씨는 20대 초반의 여성으로, 스마트폰을 개통했는데 작동이 잘되지 않았지만 수리나 교환을 받지 않고 다른 스마트폰을 개통했다. 그런데 다른 스마트폰을 개통하는 과정에서 대리점 직원이 동행한 남자친구와 커플로 개통하면 현금 5만 원을 준다고 부추겼고, 이에 2대의 스마트폰을 동시에 개통했다. 세 번의 개통 모두 복지카드를 제출해 장애인 할인을 받은 상황이었다. 대리점도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A씨는 사흘 동안 세 대의 스마트폰을 개통했다. 스마트폰은 고가의 물품이기에 통신료 이외에도 월 할부금을 내야 하며 해약을 하면 할부금을 몽땅 위약금으로 물어야 한다.

지적장애인 B씨는 알고 지내던 비장애인 여성의 꼬드김에 넘어가 스마트폰 2대를 개통하는 데 명의를 빌려주었고, 함께 휴대폰 대리점을 방문해 본인 명의로 계약서를 작성, 휴대폰을 개통했다. 통신사로부터 계속 통신료가 부과되고 있으며 할부금도 계속 갚아야 하는데, B씨를 꼬드긴 여성은 노숙인에 가까워 재산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아 그에게 요금을 대신 내라고 청구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다 해약을 하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설상가상, 스마트폰 한 대는 분실되었고, 한 대는 파손되었다.

역시 지적장애인인 C씨는 20대 여성으로, 인권센터로 연락해 온 것은 그녀의 남동생이었다. 누나가 2000년대 초반부터 휴대폰을 7대나 개통을 한 사실을 통신사의 미납요금 청구로 알게 되었고, 금액이 200만 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일부 휴대폰 기기는 명의를 도용한 것 같다고 하나 구체적인 정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스마트폰 인구 3천만 시대는 장애인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지체장애인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열차표를 예매한다든지, 저상버스의 운행시각이나 위치를 확인한다든지, 지하철 역사의 이동편의시설 위치를 검색하는 등 유용한 기능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또 언어장애가 있는 분들을 위해 입력한 문자를 음성으로 바꿔 스피커를 통해 소리를 내는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되기도 했다. 그리고 시각장애인을 위해 모든 기능이 음성이나 소리로 변환되는 기능을 가진 휴대폰이 나오기도 했다. 스마트폰은 장애인을 위한 편리하고 유용한 도구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지적장애인의 휴대폰 개통에 따른 문제점들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앞서 예로 든 사례와 같이, 타인의 손에 이끌려 매장을 방문해 계약서를 작성한다든지, 본인의 의사로 휴대폰을 개통했으나 과도하게 많은 휴대폰을 개통하는 경우, 또 요금제를 잘 알지 못하고 무리하게 많은 데이터를 사용해 수십만 원씩의 데이터 이용요금을 내야 하는 경우 등 유형도 다양하다. 그런데 이러면 통신사 측은 본인의사로 본인이 직접 계약을 한 것이거나, 본인이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장애인이라 해도 요금을 감면해 줄 수 없다는 태도다. 그래서 피해는 속출하고 있으나 해결방법은 묘연하다.

장애인이라 해도 본인 의사로 계약을 체결하면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계약을 무효로 하거나 취소할 수 없다. 의사능력이 거의 없는 장애인이라면 계약체결도 불가능할 테고 만일 성립했다 해도 무효로 돌릴 수 있지만, 이러한 경우는 예를 들어 술에 만취해 인사불성이 된 것처럼 거의 의식이 없는 상태라야 한다. 본인이 무슨 계약을 체결하는지 알고 있었고, 본인 의사로 계약을 체결했다면, 착오나 사기 또는 강박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취소할 수 없다. 현행법상 심신박약 또는 재산낭비, 심신상실은 법원에 한정치산자나 금치산자로 선고받기를 신청하면 된다. 그리고 후견인을 선임한다면 이 한정치산자나 금치산자의 법률행위는 무효로 만들거나 취소할 수 있고, 후견인의 도움을 받아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는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선정되기도 까다롭다는 인식이 있어 잘 이용되지 않을뿐더러, 이처럼 장애인의 재산권 행사와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장애인이라 해도 자유롭게 거래하고 자기 재산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자신이 계획하고 디자인하는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계약체결을 거부한다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다. 인권센터는 장애를 이유로 보험가입을 거부하는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고, 보험가입제한의 근거가 되는 상법 규정의 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적장애인이라 해서 통장개설을 거부하거나 예금인출 시 보호자 동행을 요구하는 금융기관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재산권과 자기결정권, 계약체결의 자유라는 장애인이 누려야 하는 인권의 이면에는 지적장애인을 이용한 재산범죄나, 부족한 판단력으로 말미암은 재산피해라는 문제점이 있다. 피해는 속출하고, 대책은 없는 상태, 고민은 깊어진다.

인권센터에서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국회의원과 법률가가 동참하는 간담회를 기획하고 있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이 사안에 해결책이 등장할지 두고 볼 일이다. 
 

 

작성자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간사)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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