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충분히 평범한 인생을 살 수 있었다 > 지난 칼럼


그들은 충분히 평범한 인생을 살 수 있었다

[장애인 인권이야기]‘원주 ○○의 집’ 사건 경찰 조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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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박 3일간 원주 ○○의 집 사건(본지 2012년 7월호 ‘천사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추악한 진실’ 기사 참조)의 피해자에 대한 경찰 조사가 이뤄졌다. 지적장애인에 대한 이번 조사는 ‘도가니’ 영화로 유명한 광주 인화원 사건과 마찬가지로, 진술조력인과 변호사의 조력 하에 이뤄졌고, 모 대학의 도움으로 놀이형식의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해 그분들의 행동 성향과 폭력 피해 상황에 대한 점검이 이루어졌다.

지적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 없이 이뤄지는 수사는 2차 피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크다. 실제로 경찰의 강압적 수사와 유도신문 탓에 없는 죄가 만들어지는가 하면, 피해를 제대로 진술하지 못해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경찰로서도 누군가의 도움으로 제대로 된 진술을 확보해 수사해야 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답답한 것은 경찰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진행된 조사 기법은 앞으로도 반드시 확충되고 보급돼야 한다. 그래서 이번 경찰 조사가 갖는 의미와 시사점은 크다.

필자는 아직 진술조력의 경험이 없어 섭외된 전문가의 진술 조력을 곁에서 참관하며 돕는 역할을 담당했다. 진술은 그림카드와 쉬운 말로 바꾼 질문 내용, 사진 등을 이용해 진행됐고, 전문가답게 지적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바탕으로 한 효과적인 조력이 이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진술조력인의 도움과 프로그램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경찰 조사 자체는 효과적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난 내용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일단 가해자 장씨는 장애인들을 자신의 호적에 이중, 삼중으로 등록해 숫자를 뻥튀기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수급비를 부정으로 수급하는가 하면 ‘이렇게 많은 사람을 돌본다’라고 광고를 해 후원금품을 모집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또 애초에 이·삼중으로 등록된 이는 한 명밖에 드러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한 명뿐만이 아니라 동거하고 있던 6인(2인은 사망)의 장애인들이 모두 그와 같이 여러 명 행세를 하며 살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또한, 폭력피해상황도 여러 사람이 구체적이고 한결같이 진술했다. 그 내용을 비롯한 여러 내용들은 수사가 종결된 시점이 아니므로 이번에는 자세히 밝히기는 어렵다. 그러나 필자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가장 안타깝게 생각했던 것은 이분들이 장씨 같은 자의 손에서 살지 않고, 제대로 교육받고 인간관계를 맺어왔더라면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 자립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 ‘평범한 인생’을 충분히 살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한 남성의 빗나간 집착과 욕심 탓에 평생을 비참하게 살아왔다는 점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돌이킬 수 없는 30년, 과연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까?

2박 3일간 많은 사람이 참여해 진행된 이번 경찰 조사는 여러 의미와 시사점을 주었지만, 필자에게는 큰 기쁨과 보람 또한 선사했다. 지적장애인들과의 ‘합숙’을 통해 우리는 서로 위로하며 치유했다. 장애인 피해자들은 시종 밝은 얼굴과 웃음을 보여 주었고, 사회와 타인의 따뜻한 관심과 보호와 사랑 속에서 평생을 받아보지 못한 위로와 기쁨을 느꼈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필자를 비롯한 비장애인 참가자들은 장씨가 30년이나 가두고 학대했음에도 더럽히지 못한 4명의 깨끗한 영혼들을 마주하며, 또 누군가를 돕고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를 깨우치며, 진정한 삶의 의미를 어렴풋이나마 깨달았던 것 같다.

‘엄하고 무서우신’ 경찰관도 피해 장애인들과 굉장한 친밀감을 형성해, 한 장애인분은 경찰관이 마음에 들었는지 손을 꼭 붙드는가 하면, 잘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네기도 했다. 그리고 작별의 순간에는 자신이 있는 곳으로 놀러 오라며 초대를 하기도 했다. 지적장애인에 대한 수사를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이 경찰관도 새로운 경험과 도전에 대해 많은 것을 느꼈단다. 그에게도 아마 지적장애인, 나아가 타인에 대한 애정 어린 이해가 생겼으리라 생각되고 이는 이번 조사가 이뤄낸 또 하나의 큰 성과일 것이다. 이 경찰관이 진정한 인권의 수호자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수많은 투쟁과 연구 끝에, 그리고 사회적 합의 끝에 어렵게 이룩해 낸 이러한 형태의 조사는 많은 사람의 배려와 관심 속에서 효과적으로 진행됐고, 이룩한 효율성 이전에 인간다운 삶, 서로서로 의지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었다.

우리가 장씨의 집에서 되찾아 온 것은 30년이란 세월도 더럽히지 못했던 보석과 같은 네 분의 영혼이었고, ‘무섭고 겁나는’ 경찰 조사 속에서 발견해 낸 것은 ‘인간의 존엄’과 ‘더불어 사는 삶’이라는 보물이었던 것 같다.   
 

작성자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간사)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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