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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의도와 나쁜 결과

[김민혁의 낯선 땅 낯선 사람들]

본문

살다보면좋은 의도를 갖고 행동했지만 나쁜 결과를 얻을 때가 종종 있다. 예컨대, 급전(急錢)이 필요한 친구에게 도움을 주려고 돈을 빌려주었다가 그 돈 때문에 관계가 어그러지는 경우나, 고장난 컴퓨터를 고치겠다고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다 아예 못쓰게 되어 아버지에게 혼이 나는 경우 등이 그렇다. 또 경기부양책과 부동산정책이 의도하지 않게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처럼 좋은 의도의 정부 시책과 법률이 잘못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국제개발에서도 예외 없이 그런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기근으로 식량이 부족한 아프리카 나라에 주식(主食)으로 사용하지 않는 쌀을 보내기도 하고, 부품이 없어서 고장이 나도 수리가 불가능한 값비싼 의료장비를 보내기도 한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이런 도움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생각하는 얕은 사고 방식이다. 굶어 죽어가는 사람에게는 음식을 주고 목마른 사람에게는 물바가지를 건네고 헐벗은 사람에게는 옷을 주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그런 착한 의도가 불러일으키는 나쁜 결과는 생각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을 전략적으로 이용해서 일대일 기부로 유명해진 ‘탐스 슈즈(Toms Shoes)’는 소비자가 한 켤레의 신발을 사면 한 켤레의 신발을 맨발로 걸어 다니는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 주고 있다. 언뜻 봐서는 세련된 신발도 구매하고 좋은 일도 하니 일석이조(一石二鳥)의 ‘뿌듯한’ 소비 활동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활동하는 국제개발활동가들은 이렇게 단순한 현물 지급은 문제가 많다고 비판한다. 경제적 관점에서, 외부에서 값없이 들어오는 질 좋은 물품으로 경쟁력을 잃은 현지 산업이 퇴보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현지로 수송하게 되면 운송비로 많은 돈을 낭비하게 된다. 계속되는 도움이 없다면 변화는 금방 사라질 수 있어, 지속성에도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이러한 도움에 익숙해져 버려 원조 의존도를 높일 수도 있다. 정서적으로도 우리의 마음 속에 빈곤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겨 현지인들의 인간으로써의 존엄성까지도 해칠 수 있다.

그렇다면 최근 부쩍 증가한 ‘착한’ 기부자들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부를 하기 위해서 꼼꼼히 체크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로, 우리가 주는 도움을 통한 변화의 지속성을 체크해야 한다. 단순 현물 지원은 그 지속성이 매우 짧다. 제공된 물품의 사용기간이 완료되면 끝나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아프리카에 보내준 신발이 낡아 못쓰게 되면 다시 맨발로 다녀야 하는 것이다. 비록 질은 떨어지더라도 신발을 만드는 가내수공업그룹을 조직해 현지에 기술을 전수하면 가계소득을 향상시키고 구매 가능한 가격의 신발을 공급하여 계속해서 신을 신고 다니도록 할 수 있다.

둘째로, 내가 원하는 변화의 목적과 우리의 도움이 연관성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물로 인해 발생하는 수인성(水因性) 질병을 낮추고자 하는 목적으로 캄보디아에 우물을 파는 활동에 기부를 한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우물만 파준다고 수인성 질병이 낮아진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우물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법과 깨끗한 물을 위생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교육해서 기존의 잘못된 습관들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수인성 질병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근원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기부 목적에 부합한 계획들이 포함되어 있는지 자세하고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셋째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현지 조달이 가능한 물품을 굳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서 비싼 운임을 지불하며 현지에 가져갈 필요는 없다. 때로는 그러한 물품들이 현지상황과 맞지 않아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기도 한다. 현지에서 아이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필요한 저울로는 소수점 아래로 서너 자리까지 표시되는 정확한 전자식 저울보다 튼튼하고 가격도 싼 바늘 체중계면 충분하다. 적은 비용으로도 원하는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넷째로, 현지인이 얼마나 참여하는지 알아본다. 예를 들어 현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자재를 제공하고 외부로부터는 기술만 도움을 받아 현지인들의 노동력을 통해 화장실 등을 설치할 수 있다. 그러면 설치비용을 낮추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주인의식을 높여 변화의 지속성 또한 높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자립심을 고취시켜 다른 변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우리는 현재 손가락만 까딱하면 손쉽게 기부할 수 있는 스마트한 세상에 살고 있다.‘기부상품’이라는 표현을 할 정도로 많은 방법을 통해서 어려운 나라의 사람들을 도울 수도 있다.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다보니 때때로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에 대한 개인적 만족감만을 추구하고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는 간과하게 된다. 기왕에 좋은 의도로 한 기부가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서,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도 보다 깊이 있게 생각하고 선택하는 스마트한 기부자들이 많이 생겨나길 기대한다.

 

*코즈마케팅’이란 기업(브랜드)과 사회적 이슈가 연관 되어 상호 이익을 위해 전략적으로 연계된 마케팅을 의미한다. 기업의 사회공헌과 유사하지만 코즈마케팅은 사회의 공익적 이슈를 기업의 마케팅 활동과 연계시키는 것으로 기업의 마케팅적인 측면이 강하다.   

작성자김민혁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 국제개발팀 간사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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