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서 남 주자! > 지난 칼럼


배워서 남 주자!

[황용운의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본문

흔히 어른들이 공부 안하는 자녀들을 볼 때, ‘배워서 남 주냐’라고 말씀하시며 스스로의 앞날을 위해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실 때가 있다. 그런데 배우면 진짜 남 준다. 그 이유는 ‘그물코정신’이라는 말처럼, 씨줄과 낱줄이 빈틈없이 서로 엮어져 있는 그물코와 같이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관계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멀리 있는 인도의 한 농부나 파키스탄 여직공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지금의 나와 과연 상관이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구촌 안의 모든 사람들은 서로 긴밀하게 얽혀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지금 티셔츠를 입고 있다. 티셔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원재료인 면화가 필요하다. 세계 2위 면화 생산국인 인도는 다량의 면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플랜트공법’이란 방법으로 목화를 재배한다.  

그런데 목화를 키우기 위해서는 헬리콥터로 하늘에서 농약을 뿌려줘야 하는데, 그로 인한 농지, 식수, 동물의 죽음은 말할 것도 없고, 경작지로 만들기 위해 산림을 훼손하고, 하천이 오염되고 있으며, 돌연변이가 탄생하고, 심지어는 재배하는 농부들의 평균수명이 40세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등 목화재배를 위한 대가지불은 상상 이상으로 매우 크다.

또 저개발국가인 파키스탄의 생산 공장 여직공들도 정작 본인은 비싸서 입어보지도 못하는 의류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합성섬유를 만들고, 기능성을 강화하기 위해 화학처리 및 무분별하게 들어가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그로 인한 아토피, 오염, 변이 등에 노출된 채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지금 내 마음에는 두 가지의 축이 공존하는 것 같다. 하나는, 저개발국가에 비해 비교적 윤택한 삶을 살고 있어 정작 제조를 하는 현장에서는 입지 못하는 티셔츠를 입고 있는 고마움과 또 하나는, 거대한 자본의 논리로 상당히 해로운 환경에서 현실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농부와 여직공들에 대한 미안함이다.

이렇듯 내가 입고 있는 티셔츠 하나에도 담겨 있는 관계를 우리는 진실하고 정직한 마음으로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아니, 들여다보고자 하는 용기를 갖는 게 먼저겠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면화로 만들어지는 의류를 입지 말고, 원시시대처럼 벌거벗고 살아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그럼 풍요로운 문명의 혜택을 입고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는 어떤 자세와 태도를 견지하며 오늘을 살아가야 할까?

바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태도를 습관화 하는 것이다. 쓰임을 다해서 버릴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티셔츠를 한번 입고 유행이 지났다고 버리지 않는 것이며, 소비재를 살 때 스스로에게 정말 필요한 것인지를 세 번은 자문하고 구매해보는 것이다. 그게 배워서 남 주고 싶은 마음이요, 남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아니, 폐는 끼치지 않겠다는 삶의 발걸음 아닐까 생각한다.

TV에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해로운 환경에 노출된 농부와 여직공들을 볼 때면 ‘그물코정신’을 되뇌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SPA 브랜드 매장에서 옷을 고르다가도 문득 떠오른 TV속의 그 여직공의 눈망울이 아른거려 돌아서 나오곤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차선의 선택일 수밖에 없겠지만,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는 ‘아나바다 정신’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공감되고 녹아질 때, 인권을 무시하고 수요와 공급에 맞춰 모든 걸 재단하는 기업의 횡포는 점차 힘을 잃어가게 될 것이다.

‘배움’의 목적이 다른 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삶을 위한 것이라면 정말 가치 있지 않을까. 눈앞에 있는 이해관계를 떠나 그물코처럼 얽혀진 관계로 너와 나를 이해한다면,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인도의 농부와 파키스탄 여직공 그리고 나는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적어도 도의적인 책임과 부채의식은 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 반드시 가져야 할 양심이다.

‘배우자! 그리고 배워서 남 주자!’  

작성자황용운 아름다운 가게 에코디자인사업팀 팀장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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