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수의 세상보기] 봄이 옵니다. > 대학생 기자단


[박용수의 세상보기] 봄이 옵니다.

본문


봄이 옵니다

겨울은 드디어
바람 따라 스물스물 떠나갑니다.
이 땅에 봄이 옵니다

얼어터진 그 겨울날의 생채기를
풀리는 땅은 넉넉한 품으로 싸 안습니다.
논 귀. 밭 기스락에 흩어져 남은
밤짐승 발자귀 어지럽지만
우리 함께 밭에 나가 가래질하면
한 덩이 가랫밥에 뒤집혀 질
그 겨울 것은 남을 게 없습니다
돌아보지 말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차피 우리는 달려가야지요
사나운 짐승자귀 밟아 지우며
달려가야지요. 달려가야지요
들을 가로질러
나루 건너
등성이 훨훨 넘어 뛰며
우리는 가야 할 길 달려가면 됩니다

하늘은 가슴 벌리고 기다립니다
푸르름 훨찐하게 열어놓고 기다립니다
열림은 넓습니다
넓음은 사랑입니다
사랑은 우리를 기다립니다

먹장구름이 푸른하늘 일깨워 주듯
모진 겨울은 오는 봄을 일깨워 줍니다
칼바람은 핏줄의 뜨거움을 일깨워줍니다
옴 몸을 꽁꽁 얽어매는 오랏줄은
두 활개 넓음을 일깨워줍니다
날카로운 갈퀴손 휘감겨들며 살쩜 뜯을 때, 비로소
우리는 작은 몸뚱아리 속에 큰 사랑 있음을 깨닫습니다

겨울은 드디어 갑니다
많은 것을 앗아가는 듯이 우쭐대지만
우리는 잃음이 없습니다
아무것도 잃음이 없습니다
얻음 뿐입니다
오늘은 봄을 얻습니다
들녘 아득한 저쪽 눈부신 실아지랑이 사이로
봄이 옵니다

햇살이 소리치며 옵니다

작성자박용수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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