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의 하루 > 지난 칼럼


발달장애인의 하루

[이미정의 발달장애와 함께 하는 세상]

본문

하루 종일 우리는 무엇을 하며 살까?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은 일어나자마자 서둘러 출근준비를 하고 하루 종일 주어진 업무를 수행한다. 퇴근 후에는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 한 잔을 마시거나 여가생활을 한다. 또, 전업주부는 아침에 가족들의 출근이나 통학 준비를 시키고 낮 시간에는 집안 청소와 빨래, 쇼핑을 하며 지내고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여가생활이나 친구나 학부형들 모임에 참석하곤 한다. 우리 모두의 하루는 무엇을 주 업무로 하고 있느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다들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 발달장애인의 하루는 어떨까? 발달장애인은 아침에 일어나 성인은 복지관이나 자립생활센터 등 장애인관련 기관에 가고 학생이나 아동은 학교나 치료실로 향한다. 학교 수업이나 치료가 끝나거나 장애인관련 기관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다음 날을 준비한다. 이는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발달장애인이나 직장생활을 하는 발달장애인이나 상황은 다 비슷하다.

얼핏 보기에는 비장애인이나 발달장애인의 하루 일상이 다 비슷하게 보인다. 회사, 학교, 장애인관련 기관 등 향하는 기관은 다르지만 하루를 보내는 형태는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많은 차이를 보인다. 비장애인은 다양한 정보를 통해 어느 직장이나 학교를 다닐 것인지 선택할 수 있고 전업주부는 누구와 결혼을 해서 생활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또 그 선택을 통해 월급을 받는 등의 경제적, 사회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으며 학문적 지식을 얻을 수도 있다.

반면, 발달장애인에게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기관이 어디에 있는지 그 기관들이 어떠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 또 발달장애인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부족한 관계로 발달장애인을 받아주는 것만으로도 오히려 감지덕지한 상황이다. 즉, 발달장애인은 장애인관련 기관의 ‘서비스 이용자’임에도 사실상 장애인관련 기관을 선택할 실질적인 선택권이 주어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또 서비스 이용에 있어서도 프로그램별로 서로 다른 기관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다른 기관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현재 다니고 있는 기관의 용인이나 허락이 있어야만 가능한 게 현실이다. 현재 다니고 있는 기관의 용인이나 허락 없이 다른 기관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현재 다니고 있는 기관마저 이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렇다보니 발달장애인은 본인의 희망이나 흥미와 관계없이 하루 종일 직장이나 학교처럼 동일 기관에 머물며 동일 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직장생활처럼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니고 프로그램 이용료까지 내면서 말이다.

이러한 발달장애인의 하루 일상은 아동기와는 달리 성인 발달장애인의 잠재력 향상과 발전에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주변사람들과 어울리며 주위의 사람들이 하는 행동양식이나 행태를 경험하고 배우면서 사회적응 능력을 향상시켜야 하지만, 하루 종일 같은 기관에서 매일 똑같은 장애인들과 같이 생활하게 되면 오히려 일반사회를 접할 기회가 제한된다. 또 주위의 자극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성인발달장애인은 일이나 생활에 대한 호기심은 물론 동기 유발도 없이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발달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수가 적긴 하지만 오히려 성인 발달장애인의 잠재력 향상을 위해 오전과 오후에 서로 다른 기관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은 어떨까? 이렇게 되면 서비스 제공 기관별 경쟁력도 향상시키고, 발달장애인에게는 타 기관 이용을 통해 다양한 장애인들을 만날 수 있고, 이동과정에서 일반사회와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성인 발달장애인의 일상을 다양화하여 사회적응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우리사회가 지향하는 ‘통합사회의 지름길이 아닌가 싶다. 

작성자이미정 한신대 외래 강사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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