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밟히고 버려지는 대한민국 장애인의 삶 > 지난 칼럼


짓밟히고 버려지는 대한민국 장애인의 삶

[장애인 인권 이야기]

본문

동네 창피하니 없던 일로 해달라

복지관을 이용하는 장애자녀를 둔 한 어머니의 제보로 급히 해당 지역으로 출장을 떠났다. 복지관의 체육교사가 복지관을 이용하는 여성 정신장애인을 성폭행했는데, 복지관 측은 체육교사를 퇴직만 시킨 채 이 일을 덮었고, 지자체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해자는 상당액의 합의금을 제시했고, 책임지고 외국으로 이민하겠다고 했단다. 피해자의 어머니를 직접 만나보고 들은 이야기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약 4개월에 걸쳐 야산으로 끌고 가기도 하고 자동차에 태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피해자를 성폭행했는데, 합의는커녕 피해자만 집에 있을 때 찾아와 돈 3만 원을 피해자에게 건넸고, 이민은 고사하고 지역에서 뻔뻔스레 잘만 살고 있다는 것이다.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해 인권센터에서 체육교사를 고발조치 하겠다고 설득하자 연로한 어머니는 망설이는 듯했으나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면 안 된다며 최대한 비밀리에 진행해달라고 부탁했다. 이튿날 고발장 작성에 착수했으나 피해자의 어머니가 ‘없던 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하니 “당신들이 다녀가고 나서 몸져누웠다. 동네에 소문이 나고 친지들이 알게 되면 나는 죽을 것이다. 잠잠해진 사건이니 그냥 없던 일로 해 달라”고 간청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소위 도가니법)에 따르면 장애인에 대한 성범죄는 ‘친고죄’가 아니어서, 본인이 처벌을 원치 않아도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연로한 피해자 어머니의 간청을 무시하고 강행하다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오히려 상처를 입힐까 염려되었다. 다시 한 번 방문을 통하여 끝까지 설득해 볼 계획이다.

 

상속재산을 빼앗긴 지적장애인

지역에 거주하는 한 장애인 가족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경계급의 지적장애인다. 가장의 아버지는 부동산 등 상당한 재산이 있었으나 전혀 상속을 받지 못했다.

그나마 물려받은 집은 ‘터가 좋지 않으니 바꾸자’는 친척의 말에 속아 무너져 가는 집과 바꾸고 말았는데, 그 친척은 다 쓰러져 가는 집마저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 그 가족은 현재 흙이 쏟아지고,아궁이에 불을 때야 하며, 허물어져 가는 재래식 변기가 있는 집에서 거주하고 있다. 그나마 지역사회의 관심으로 조금 나아진 것이 그랬다. 상속재산을 되찾아 가족의 장래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최선일 것 같다는 지역 사례관리자의 말에 따라, 상속재산회복을 위한 법리 검토를 의뢰할 계획이다.

 

공장을 통째로 빼앗긴 시각장애인

한 시각장애인은 오래전 생수공장을 설립했는데, 돈이 부족해 지인에게 공장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 그런데 담보로 돈을 빌려준다는 계약서는 알고 보니 공장을 판다는 내용의 계약서였다. 시각장애인임을 이용해 허위인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하고 서명을 하게 했던 것이다.

기막힌 사기행각에 공장을 돌려 달라 요구했으나 폭력배를 동원해 폭행과 협박까지 자행했다. 두려움 속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다가 최근에야 가해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공장을 되찾고 싶다”며 인권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

알코올 의존증이 있는 아버지에 의해 3~4년 동안이나 집안에 감금된 채 지내야 했던 여성 지적장애인 A양은 단칸방에서 아버지와 함께 거주했고, 아버지는 문을 밖에서 잠그고 집을 나서 술에 취해 새벽에야 들어오거나 아예 들어오지 않는 날도 있었다.

A양은 고도 비만에 매우 지저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집안의 위생상태도 엉망, 전기·가스도 끊겨 부탄가스를 사용하다 문이 잠긴 상태에서 불이 나기도 했었다. 세 차례 A양의 아버지를 찾아가 설득했지만 듣지 않았고, A양을 감금한 채로 하루가 지나도 들어오지 않아 위기상황으로 판단, 긴급히 A양을 구출해 쉼터로 옮기고 아버지는 ‘가정폭력’으로 고발했다.

그러나 경찰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장애자녀를 감금한 사실이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복지 선진국이었다면 생각지도 못할 처분이다.

아직도 장애인들은 성폭행을 당하고, 재산을 빼앗기고, 갇혀있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그러고도 제대로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 인권센터에서는 매일 같이 그러한 일들을 접한다.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섰다고, 경제 규모가 커지고 세계적으로 훌륭한 인재들을 배출한다고 연일 떠들지만, 대한민국은 아직도 이런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작성자글 김강원(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팀장)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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