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서 해방되고 싶다 > 지난 칼럼


가족에게서 해방되고 싶다

[편집장 칼럼]

본문

한 부모가 지적장애인을 줄에 묶어두고 골방에서 사육하고 있었다. 갇힌 장애인은 바깥에 나가고 싶어 몸부림치지만 부모는 자녀를 밖에 내놓으면, 부모가 잡고 있던 손을 놓치면, 그 순간 장애인은 바로 죽는다고 생각한다.

부모는 눈물을 흘리며, 장애인 자식을 줄에 묶어 개 같이 사육하는 이유를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두 눈 뜨고 장애인 자식의 죽음을 목격하느니 줄에 묶어서라도 옆에 데리고 있는 게 더 낫다는 게 부모 말이었다. 장애인 자식에 관한 한 세상 누구도 믿을 수 없고, 세상 그 누구도 자식을 책임져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게 부모의 확고한 신념이었다.  문제는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목격한 이 극단적인 부모에게 아무도 돌을 던질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부모에게 안심하고 장애인 자식을 밖에 내놓아도 된다고 설득할 수 없다. 부모가 안심할 수 있는 어떤 복지제도를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첨부하면 부모가 세상에 던진 말이 있었다. 자신 있으면 나를 장애인 학대 죄로 잡아가라고 말했는데, 우리 중에 과연 누가 나서 부모를 단죄할 수 있을 건지, 솔직히 자신 없기는 누구나 매한가지일 것이다.

지금 주위를 둘러보면 이 부모처럼 장애인 자녀를 줄에 묶어 사육하는 극단적인 양상은 아닐지라도, 이 부모처럼 장애인 자식을 밖에 내놓으면 바로 죽는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한 두 명이 아니다.

자식이 판단력이 부족한 발달장애인이 아니어도, 중증 지체장애인도 부모의 보호가 없으면 장애인 혼자 살 수 없다고 판단하는 부모들이 거의 대다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장애인 입장에서 보더라도 가족은 유일한 버팀목으로 존재하고 있다. 장애인은 가족이 있어야 숨을 쉬고 살 수 있다. 결국 장애인 문제에서 시작과 끝은 가족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지금 장애인에게는 정부도 없고, 사회도 없고 오직 가족만이 존재할 뿐이다. 장애인 문제를 파고들면 실제적인 현실이 그렇다는 얘기다.

이런 장애인에 대한 가족의 지극정성 보호를 탓 할 생각은 없다. 복지제도가 부족하고, 정부가 장애인 문제 해결에서 뒷짐을 지고 있기 때문에 가족이 국가를 대신해서 장애인을 돌보는 것은 일면 당연해 보인다.  가족의 보호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도 인정된다.  여기에다 불신에서 비롯된, 세상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가족뿐이라는 한국적 사회적인 정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한 발 떨어져서 보면, 장애인 문제에서 가족의 개입과 보호가 지나쳐서 장애인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 과장하면 가족이 장애인 문제 해결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게 현실이다.

왜 그런지 이유를 설명하면, 누구든 한 번은 궁금해 했을 사항인데, 우리 사회에 장애인이 5백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등록된 장애인 숫자만 무려 280만명에 달하고 있다. 절대 작은 숫자가 아니다. 질문은 이렇게 우리 사회에 장애인이 많은데 왜 장애인 문제는 심각성에서 밀리고 있느냐는 것이다.

해답은 눈치 챘겠지만, 가족이 중간에 가로막고 서서 보호라는 명목으로 장애인을 집안에 가두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문제는 속성상 사회문제화 되어야, 그것도 심각한 사회문제화가 되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장애인 문제가 좀체 사회문제화 되지 않고 있다. 실체는 있는데 문제는 없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게 장애인 문제이고, 그 원인은 가족이 정부와 사회를 대신해 장애인을 또 하나의 시설인 집에 가두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의 보호 아래 장애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끝은 결국 시설에서의 죽음이다. 가족에게서 해방된 장애인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야 한다.  그래서 여기저기 장애인으로 가득
한 우리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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