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무관심이 장애인을 시설로 몰아넣고 있다 > 대학생 기자단


사회의 무관심이 장애인을 시설로 몰아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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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김현동(가명, 남, 1961년생, 지적장애 3급) 씨는 올해 초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부터 14평 아파트에 혼자 생활하고 있다. 현동 씨를 처음 만난 날은 지난 5월 10일, 현동 씨가 이용하던 복지관 사회복지사가 상담을 의뢰해오면서였다. 상담은 현동 씨가 매월 49만여 원의 생계비 중 20~30만 원을 ○○교회에 강제로 헌금해 왔으며, 원하지 않는 노동을 강요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직접 만나본 결과 강제노동과 헌금 강요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개인 금전 관리가 미숙하고 식사를 혼자 해결하지 못하는 현동 씨는 밥을 먹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교회를 찾고 있으며, 아파트 관리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개인금전을 교회에 헌금 형태로 지출하고 있었다.


지난 1월, 딸 민이를 출산한 박지은(가명, 여, 1986년생, 지적장애 3급) 씨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한아무개 씨와 동거하고 있다. 지은 씨의 부모는 모두 지적장애인이어서 지은 씨나 딸 민이를 위해 어떠한 지원도 못 해주고 있으며, 동거남인 한 씨(무직)의 부모 역시 지은 씨 가족을 위해 경제·정서적 도움은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유식을 시작해야 하는 민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집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방법도, 경제적 궁핍함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물어볼 사람도,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모든 짐을 혼자서 짊어지고 있다. 

2007년 4월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이후 2010년 「장애인활동지원법」 제정에 따라 1급 장애인에게, 2013년부터는 2급 장애인에게도 활동지원서비스가 제공되면서 2012년 약 4만 7천 명이던 이용자가 2013년 현재 약 5만 5천여 명으로 늘어났다. (2013년 1월 31일 기준 5만 2천864명, 보건복지부)
하지만 2011년 장애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생생활에서의 도움 필요 정도를 묻는 말에 ‘대부분 도움’, ‘거의 남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각각 7.5%, 6.4%인 것으로 나타나 일상생활 대부분을 타인의 도움에 의존하는 장애인은 약 35만 명(전체 장애인의 13.9%)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타인의 도움에 의존하는 35만 명의 장애인 중 15.7%(5만 5천 명)만이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현행 활동지원서비스의 문제점은 위에서 이야기한 한계 외에도 ①장애등급에 의해 대상자를 제한하고 ②서비스 제공시간의 상한을 규정하고 있으며 ③대상자에게 서비스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부과한다는 점과 함께 바우처수수료 수익으로 제공기관을 운영토록 해 지역사회 복지네트워크를 파괴하며 과다경쟁의 폐해가 드러나고 있어 장애계로부터 끊임없이 비판을 받아오고 있다. 이러한 비판을 수렴하고, 활동지원제도 운영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있음을 알면서도 여기서 다시 활동지원제도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현동 씨와 지은 씨의 사례를 우리 주변에서 너무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세끼 식사와 금전관리만 지원하면 충분히 혼자 살아갈 수 있는 현동 씨, 그리고 자녀 양육 상담과 가정생활에 대한 정기적인 지원만 있으면 딸 민이를 충분히 혼자서 키울 수 있는 지은 씨. 두 분은 현재 시설 입소를 고려하고 있다. “지능지수검사에서 50점이 아니라 49점을 받았더라면, 지능검사 하던 날 한 문제만 더 틀렸어도…” 라던 담당 사례관리사의 웃지 못할 푸념은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아픈 현실이다. 지역사회에서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그들을 왜 시설로 떠나보내야만 하는 것인가.

2017년까지는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개인별 욕구에 맞춘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현 정부의 약속을 믿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전국의 많은 현동 씨와 지은 씨는 점점 나이를 먹어가고, 전국의 많은 지은 씨의 딸 민이는 커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 달 후면 지방자치단체마다 2014년 본예산을 수립해야 할 시기다. 활동지원법에서 책임져주지 못하는 영역을 각 지자체는 24시간 긴급지원, 홀로 장애인에 대한 특례지원, 지자체 추가지원 등의 방법으로 보완하고 있지만, 3급의 장애인에게 필요한 활동지원서비스를 지원하는 광역자치단체는 8곳이며 대부분 지적·자폐성 장애인만으로 한정하고 있다.
2014년에는 전국 지자체에서 지능지수 50점이라는 이유로 활동지원서비스에서 제외됐던 많은 장애인과 활동지원서비스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각 지자체 활동지원 신규 사업에 신청하세요”라는 즐거운 안내가 들려오도록, 2014년 본예산 수립시기에 맞춰 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넘쳐나고 지자체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를 기대한다.

작성자박찬동(광주장애인인권센터 상담팀장)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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