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장애인들은 사회적 기업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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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니가타(新潟)에서 8월 24일에서 25일까지 열린, 제 30회 일본 장애인차별과싸우는전국공동연합
(약칭 공동연)의 전국대회에 다녀왔다. 일본 전국에서 5백여 명의 장애인 비장애인이 모인 공동연 대회에서 강연과 토론을 통해 일본 장애인 운동과 관련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중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다.
“일본 정부는 계속 위기를 강조하면서 복지 예산이 부족하니까 참아야 하고, 대신 국민 개개인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말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 사회는 장애인이 부정되는 사회다. 국가가 능력을 강조하면 장애인은 없어져야 하는 사회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 장애인 운동은 능력주의에 바탕을 둔 이런 사회이념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어야 한다. 살기 위해 더 일해야 하고, 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사회 이념을 거부해야 하는 것이다.
현실을 보면, 일본 사회는 가령 100명이 살고 있다면, 90명만 일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사회다. 기술이 발달하고 부가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모두가 일을 하지 않아도 유지될 수 있는 사회가 일본 사회다. 결국 일본의 지금 위기는 세상에 남아도는 부가 많은데 이를 효과적으로 배분하지 못하는 국가와 양극화가 문제다. 사람이 능력에 따라 일하고 소득을 받게 하면 양극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고, 이런 양극화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장애인일 수밖에 없다.
북유럽 국가들은 자본주의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높은 세금으로 국가의 근간을 유지하고 있다. 국가가 돈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세금을 거둬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역할을 맡고 있고 이를 통해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사람이 꼭 일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 국가가 세금을 거둬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은 여전히 일과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일을 할 수 있느냐, 할 수 없느냐의 잣대로 사람을 차별하고 있는 게 일본의 현실이다.
이제 노동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사람이 꼭 일을 해야 살 수 있다는 능력주의는 폐기되어야 하고, 복지 예산이 부족하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장애인 등 소외계층 문제를 세금을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리고 국가의 역할이 부의 재분배라는 사실을 명확히 해야 한다. 단, 그럼에도 사람은 누구나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기본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다. 장애인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일본에서 능력주의와 상관없는 장애인의 일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 답은 바로 사회적 기업이다.
일본은 현재 정부 차원의 사회적 기업 지원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대신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사회적사업소라고 부르는, 사회적 기업 지원 제도를 도입해 지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시가현(滋賀縣)과 삿포로(札幌)시 등 세 곳의 지자체가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사회적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창출이 아닌 이웃의 생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래서 사회적 기업에는 장애인 뿐만 아니라 부락민, 싱글맘, 한부모가정, 노숙인, 기초생활수급대상자 등 사회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섞여 일하고 있고, 시가현 사회적 기업의 경우 지자체가 이런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 1인에게 월 7만5천 엔(75만 원)의 임금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사회적 기업의 가장 큰 특징은 취약계층의 입장을 배려하고 이해한다는 것이다. 가령 아이가 있는 어머니는 방과 후 아이를 데리러 갈 수 있도록 오후 4시에 퇴근 시키고, 일이 남아 있으면 다시 돌아와서 일 할 수 있게 근로 시간을 배려하고 있다.
장애인도 일이 힘들면 스스로 근로 시간을 조정해서 일 할 수 있게 배려하고, 장애인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도 장애인이 최대한 노력해서 나온 결과니까 그 결과를 인정해야 한다는 게 일본 사회적 기업의 운영 방침이다.
일본 장애인 운동의 당면 과제는 이런 사회적 기업을 반드시 제도화 시키고 확산시키는 것이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일하고, 같이 먹고 사는 게 가능하려면 사회적 기업밖에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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