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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인권침해 관련 소송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편집장 칼럼]

본문

10월 30일 수원지방법원 제 1민사부는 볼라드 사고와 관련한 판결에서 1심의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인 안산시는 원고 시각장애인 김아무개 씨에게 250여만 원을 손해 배상 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수원지법 판결은 거리의 볼라드로 인해 고통 받는 시각장애인들이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거둔 첫 승소판결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사건의 내막은 다음과 같다.

작년 4월 30일 시각장애 1급 장애인인 김아무개 씨는 안산시 단원구 고잔 1동에 있는 모 할인마트 앞 횡단보도를 건너가던 중 인도가 시작되는 경계 부분에 설치된, 돌덩이로 만든 볼라드에 발이 걸려 넘어지면서 팔이 부러지는 등 전치 10주의 부상을 당했다.

당시 안산의 한 안마시술소에서 일하고 있던 김 씨는 뜻밖의 부상을 당하게 되자, 안마사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입은 손해 및 치료비 등의 배상을 안산시에 요구했다. 안산시는 김 씨의 요청을 거부했고, 이에 김 씨는 작년 6월 수원 지방법원에, 안산시는 1천만 원을 배상하라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작년 12월 나온 1심 판결은 원고 패소 판결이었다. 패소 요지는 안산시가 재판 과정에서, 원고는 비록 시각장애인이지만 모든 보행자는 보행상에 안전주의를 할 의무가 있는데 원고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안전주의 의무를 태만히 했다고 주장했고, 이런 안산시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여 원고에게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이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에게 보행상 안전주의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이를 태만히 했으니까 시각장애인이 볼라드에 걸려 넘어져 부상을 당해도 우리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이런 안산시의 어처구니없는 주장과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을 가감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 1심 재판은 당연히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장애인 차별 판결에 발끈한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가 나서 2심 재판을 맡았고, 이민규 변호사에게 의뢰해 바로 법원에 항소를 해서 이번에 승소 판결을 이끌어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과 달리 볼라드 문제에 대해 지자체인 안산시의 책임을 강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안산시가 인도에 볼라드를 설치하려면 시각장애인의 안전하고 편리한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충돌의 위험성이나 충격의 정도를 최소화 하는 등 사고방지를 위한 안전성을 구비하여야 하는데, 안산시가 설치한 이 사건 볼라드는 높이와 지름이 시설기준에서 정한 규격에 부합하지 않고 재료도 석재로 되어 있어 시각장애인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결여한 설치·관리상의 하자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시각장애인 김 씨가 보행상 안전주의를 태만히 해서 사고가 난 게 아니라 ‘피고인 안산시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태만히 해서 사고가 났기 때문에 안산시는 손해배상을 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번 법원 판결은 단순히 볼라드 설치로 인한 사고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향후 장애인이 국가나 지자체의 장애인 편의시설 미비로 인해 부상을 당했을 때 보상 소송에서 중요한 판례로 위력을 발휘 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항소심 소송이 없었다면 시각장애인들의 볼라드로 인한 사고에 대해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은 영원히 막혔을 것이다. 시각장애인 김 씨와 장애인 단체가 합심해서 부당한 현실과 판결에 굴복하지 않고 소송으로 장애인 인권을 확보하고자 애쓴 결과가 장애인 권리와 관련해서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를 마련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차별금지법을 포함해서 열 개가 넘는 장애인 관련 법이 존재하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아무도 보호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 장애인 현실이 지리멸렬한 건 장애인들이 법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기 때문인지 모른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따라서 중요한 건 장애인이 장애인 관련 법률을 법전에서 끌어내 현실에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볼라드 사건의 시각장애인 김 씨처럼 부당한 현실에 대해, 차별과 인권침해에 대해 침묵하지 말고 힘들더라도 소송으로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소해 보일지라도 이번 볼라드 사고에 대한 판결과 같은 작은 승소 판례들이 쌓여 궁극적으로는 열악한 장애인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작성자이애리 기자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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