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눈을 뜬 것 같아요 > 대학생 기자단


마치 눈을 뜬 것 같아요

[신순규의 뉴욕스타일]

본문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보행 네비게이션이 있다는 말은 오래 전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사서 써본 경험은 없었지요. 비싸기도 하고 혼자 낯선 곳을 많이 다니는 것도 아니라서 불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게다가 아무리 정확한 네비게이션도 10미터정도의 정확도를 생각해야하니 그런 테크놀로지(Technology, 과학기술)가 전혀 눈을 볼 수 없는 사람이 걸어 다니는 데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하는 의심도 갖고 있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이 저에게 꼭 눈을 뜬 것 같은 경험을 하게 해주었는지 나누고 싶습니다.

저는 얼마 전까지 스마트폰을 쓰지 않았습니다. 아이폰의 IOS(아이오에스)에 들어있는 보이스오버라는 스크린리더가 시각장애인들로 하여금 아이폰을 쓸 수 있게 해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또 이것을 써보기도 했지만 사실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들이 너무 그것 때문에 시간낭비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쓰질 않았었지요. 아이폰이 싸지도 않고 한 달에 30달러가 되는 데이터 서비스 요금을 내기도 싫고 해서 7~8년 전에 구입했던 핸드폰을 갖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제발 20세기를 떠나고 21세기로 들어오라는 친구들의 성화에 못 이겨 아이폰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Apple(애플)이 개발해서 모든 아이폰에 설치해놓은 보이스오버 스크린리더를 통해 아이폰의 성능을 거의 다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보이스오버는 제가 아이폰 스크린에 손가락을 갖다 대면 그것이 무슨 아이콘인지 말을 해주었습니다. 또 스마트폰에 나오는 정보를 점자 디스플레이에 나타내주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것은, 스크린에 나타나는 키보드를 쓰지 않고 블루투스로 연결된 점자정보단말기 한소네의 점자 키보드로 모든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텍스트 메시지도 그렇고 이메일까지 빨리 쓸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처음에는 Gmail(지메일)를 통한 개인 이메일과 제가 근무하는 회사의 이메일을 아이폰으로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참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는 분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든 앱이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것들을 검색해봤습니다. 모든 것들의 색깔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앱을 먼저 다운로드했습니다. 아이폰 카메라를 어떤 물건에 향하면 그것이 무슨 색인 지를 말해주는 앱이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색깔이 존재하는 줄 몰랐습니다. 지폐가 얼마짜리인지 말해주는 앱과 종이에 적혀 있는 글씨를 말해주는 앱 등 시각장애인의 독립적인 삶에 도움이 되는 앱이 꽤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앱도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특별히 만든 네비게이션 앱을 접했을 때와 같은 만족감을 선물해주지는 못했습니다. 정말이지 저는 매우 놀랐고 꼭 눈을 뜬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The Seeing Eye(더 씨잉 아이, 안내견을 훈련하는 학교)와 네비게이션 전문회사가 같이 만든 이 Seeing Eye GPS(씨잉 아이 지피에스)는 우선 사용자가 어디에 있는지를 말해줍니다. 주소와 주위에 있는 것들을 꽤 정확하게 말해주는 것에 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걷기 시작하면 사용자가 어느 방향으로 걷고 있고 또 몇 시 방향에 무엇이 있는지를 계속 말해줍니다. 예를 들어 11시 방향 10 미터 앞에 커피숍 Star Bucks(스타벅스)가 있고 오른쪽에는 고급 초코렛을 파는 Godiva(고디바) 가게가 있다는 말을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움직이는 차 안에서도 Seeing Eye GPS를 통해 차가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빨리 가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차가 달리고 있는 곳의 주소도 계속 말하게 할 수 있고, 주위에 지나가고 있는 가게나 식당 그리고 회사 등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제는 운전자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제가 어디를 달리고 있고, 목적지 도착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알 수 있게 되었지요. 뉴욕시 거리에 그렇게 많은 식당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사실은 보통 네비게이션을 사용해서 운전을 하시는 분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여기가 어디냐는 질문을 하는 것보다 제가 오히려 우리가 달리는 곳이 어디이고 주위에 무엇이 어느 방향에 있는 지를 말해줄 수 있게 되었지요. 

작성자신순규 뉴욕 월가 애널리스트(New York Brow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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