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은 안녕하십니까? > 지난 칼럼


발달장애인은 안녕하십니까?

발달장애인 당사자와의 소통 부재, 상호 이해와 신뢰 및 소통노력 필요

본문

작년 12월 말 우리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인사말이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 주현우군이 쓴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 3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태지만 주군이 던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질문은 아주 기본적인 인사말임에도 우리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현실 사회의 부조리와 88만원세대들의 처절함을 우리 모두에게 우회적으로 질문함으로써 현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안녕들 하십니까’는 비록 특정 대상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지만 이를 ‘발달장애인은 안녕하십니까’라고 바꿔 되묻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주군의 대자보인 ‘안녕들 하십니까’가 안녕하지 않기 때문에 묻는 질문인 것처럼 ‘발달장애인은 안녕하십니까’라는 질문 역시 안녕하지 않기 때문에 던질 수 있는 질문이다. 우리 모두가 발달장애인은 안녕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발달장애인은 안녕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자유로울 수 없다.

비단 발달장애인 뿐만이 아니다. 발달장애인관련 기관 종사자나 발달장애인을 둔 가족들도 ‘우리도 안녕하지 못하다’고 제기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는 물론 그들을 둘러싼 주위 사람들도 결코 안녕하지 않는 상태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발달장애인이 안녕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들이 기반이 되어야할까? 발달장애인과 관련된 법률을 제정해 발달장애인들에게 충분한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물론, 충분한 제정적・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어느 정도 좋아지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제정적・정책적 지원을 통해 발달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이 다소 개선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관련기관 종사자 및 가족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문제는 매우 구체적일 뿐만 아니라 제도적으로 이를 지원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따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윗집과 아랫집에 사는 A와 B가 층간 소음 문제로 서로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해서 정책적으로 이 관계를 좋아지게 만들 수 있을까? 정책이나 제도를 통해 층간소음이라는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관계 자체를 개선할 수는 없다. 오히려 A와 B가 서로 자신들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관련기관 종사자 및 가족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도를 통해 발달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발달장애인과 관련기관 종사자 및 가족들이 서로 소통을 통해 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발달장애인과 관련된 현장을 보게 되면 발달장애인과 관련 기관 종사자는 물론 발달장애인자녀와 부모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상호간의 소통’보다는 ‘일방통행’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로 같이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 일방적이다 보니 관련기관 종사자는 물론 발달장애인 부모도 버겁기만 하다. 또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은 무슨 상황인지 어떠한 일이 있는 건지 모르는 상태에서 왜 사람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몰라 당황스럽고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이유로 서로 소통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소통하지 못해 서로 버거워하고 있는 경우를 심심찮게 목격하게 된다.

발달장애이기 때문에, 인지능력은 물론 사회성이 낮기 때문에 소통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발달장애인과의 소통을 위해 발달장애인 특성에 맞는 설명과 이해를 구하였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부는 발달장애인이 상처받을까봐 걱정돼서 상황을 이해시키거나 문제를 지적하지 못하고 “괜찮다. 아니다”라고 말하며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나친 배려가 오히려 발달장애인과의 소통을 저해하고 발달장애인으로부터 믿음과 신뢰를 잃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발달장애인 당사자는 물론 관련기관 종사자 및 가족들이 서로 안녕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은 물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와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작성자이미정 한신대 민주사회정책연구원 연구위원  han0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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