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교원채용심의위원회’ 장애인 교사를 지원하기 위한 것인가, 차별하기 위한 것인가? > 지난 칼럼


‘장애인교원채용심의위원회’ 장애인 교사를 지원하기 위한 것인가, 차별하기 위한 것인가?

[김형수의 세상보기]교육계는 왜 장애인교원문제를 외면하는가? 두 번째 그 현상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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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관계는 나의 심리적 잣대다” ㅡ 어느 강연 중에서

지난 2월 논란이 되었던 광주시교육청 특수교사 임용시험에 탈락한 뇌병변 장애인에 대하여 지난달 24일 재심의를 벌였으나 결론 없이 폐회했다. 그 이후 장애인교원채용심의위원회 구성 범위를 장애 유관기관 및 특수교육 관련 전문가로 확대해 재구성한 뒤 재심의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으나, 사실상 해당 장애인 당사자가 올해 안에 구제받을 가능성은 불투명해졌다. 지난달 26일 광주시교육지원청 보도자료에 따르면, ‘장애인교원채용심의위원회’가 지난달 24일 회의를 갖고 시험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장모(30·여) 씨의 장애 정도를 파악한 뒤 본인 소명 절차를 거쳐 2시간여 동안 논의를 했으나 결론 없이 폐회했다.

그런데 우리가 살펴보아야 할 것은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장애인교원채용심의위원회’이다. 사실 이 위원회의 법적 지위와 권한은 각 교육청의 교육 규칙이다. 그리고 그 배경은 교육부가 장애인교원 채용 확대를 위한 ‘장애인교원채용심의위원회’ 교육규칙을 조속히 수립·공포토록 권고한(교육부 교원정책과-5416, 2006.11.23.) 사항이다(구체적인 내용은 각 교육지원청마다 개별적으로 입법할 수 있으나 그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이 법에 나와 있는 위원회의 법적 권한이 상위법인 장애인 관련법보다 하위에 있으면서도 내용적으로는 장애인의 합격, 불합격을 결정짓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는 것에 있다.

원래 교육부의 권고 취지는 과거부터 장애인 차별로 악용되었던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 규정을 대신하여 장애인교원 임용 확대 기본정신에 착실히 부합하게 한다는 것에 있었다. 그러나 그 뒤에 바로 따라오는 규정,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으로서의 직무수행 가능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오히려 장애인을 거부, 차별할 수 있는 몇 가지 명분을 주고 있다.

첫째, 이 법의 심사대상인 장애인에 있어 직무수행 가능여부는 고려대상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는데도 마치 그것이 절대적 기준처럼 작용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위원회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과거의 신체검사 기제처럼 장애인을 객관적인 기준 없이 차별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것이다. 법령 내용만 보면 장애인 당사자가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으로 이 위원회의 결정을 제소하거나 행정소송 등을 통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한, 이 위원회의 결정을 원칙적으로 번복하기 어렵다.

둘째, 이만큼 위원들의 전문성과 객관성이 결정의 권위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번 광주 사례처럼 이 법령에는 그 위원들의 구성요건도 명확하게 밝혀두지 않았기 때문에 논쟁의 한 가운데에 있다. 이번 논란을 보면, 해당 장애인의 경우 특수교육 전문가와 장애학생을 둔 학부모, 장애인단체 등 9명으로 구성된 심의위원들 사이에서는 "교수학습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언어적, 비언어적 소통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장애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감안하면 특수교사로 부적격하다"는 주장과 "장애인으로서 끊임없는 노력으로 국가교원자격증까지 취득한 만큼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전문가 소위원회는 투표를 통해 장 씨에 대한 적부심 결과를 보고했어야 했지만 일부 심의위원들이 "편파적으로 전문가 소위가 구성됐다"면서 투표를 거부, 새로운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가 소위원회'를 구성키로 하고 폐회했다. 이렇게 위원구성이 문제가 되면, 임용의 가부 결정은 지연되고 그럼 위원들이 그렇게 문제 삼았던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도 자연 발생하는데 그것에 대한 책임이나 처벌 조항은 명시되어 있지 않은 바, 이 사건에서처럼 위원을 해촉하고 다시 재결성하면 그만일 뿐이다. 

내용만 살펴보면 문제는 이 위원회가 구체적인 원칙과 절차 없이 교육적인 이해관계와 정치적인 이해관계의 위원들로만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광주의 경우만 보더라도 재심의과정에서 교사가 되려는 이 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을 대변해 줄 수 있는 해당 직무능력전문가, 예를 들면 장애인 고용 및 직업 전문가나 장애인교사의 대표 단체등도 반드시 구성되어야 했다(장애인 단체가 장애인에 대한 대표성은 있다고 치더라도 반드시 장애인교사의 입장을 잘 대변할 수 있으리라 보기 어렵다. 물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광주의 전교조 출신 진보교육감이란 명함이 무색해졌지만). 그렇지 않고 교육적인, 정치적인 이해관계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위원들로만 구성하면 결정사항 역시 이를 대변하여 왜곡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장애인당사자가 구제되더라도 끊임없이 장애인이어서 직무수행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위원회는 장애에 대한 힘의 논리뿐만 아니라 장애와 가르침에 대한 해석과 관점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각기 다른 입장과 관점을 가진 위원들이 논의를 통해 과학과 기술,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 장애와 교사에 대한 정체성에 따라 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80년대 칠판에 판서를 할 수 없다고 장애인에게 교직을 이수할 권리도 주지 않았지만, 이제 뇌병변 장애 2급인 사람도 대학에서 복지관에서 지적·자폐성 학생을 가르치는 시대가 되었다. 바로 필자가 그렇다. 광주의 그 위원들은 거부하고 싶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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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아 3반(일본어: だいじょうぶ3組)은 오토다케 히로타다의 소설이다. 오토다케가 2007년부터 3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생긴 사건을 쓴 에세이이다. 감독 히로키 류이치에 의해 영화화되어 2013년 공개되었다.

 

시대마다 결을 달리하는 교단의 장애 트라우마와 장애 포비아

셋째, 이 규칙에서 제일 큰 문제는 위원들의 논의나 결정을 ‘비공개’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공개를 전제하는 자체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이나 유엔의 장애인권리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교육계의 변함없는 폐쇄성과 장애에 대한 트라우마와 포비아를 반증하는 것이다. 언제든지 일반적인 사회 규범이 아니라 교육계에서 정하는 관점에 따라 교육계에서 자의적으로 어느 특정한 장애 등급이나 유형을 거부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지가 숨겨져 있다 할 것이다. 이렇게 장애인을 위한 위원회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장애인 당사자가 쉽게 승복할 수 없다. 더군다나 이 규칙 어디를 뜯어보아도 장애인을 어떻게 지원하고 교사를 할 수 있도록 어떤 환경을 조성할 것을 요구하는 조항은 단 한 줄도 없다. 이는 교육계가 여전히 장애인의 직무 수행능력에서 ‘그 장애’를 제일 크고 중요하게 보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교사의 직무 수행능력이 그렇게 중요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하지 않기 위해 이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하면 위원회가 장애인의 교사 직무수행을 위하여 최종 결정권자인 교육감에게 어떤 것을 권고할 것인가 하는 것도 규정해 놓아야 한다. 장애인교원채용심의위원회는 가치관의 격투장이 아니라 장애인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인 당사자의 직무 능력을 극대화하는 자리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위원회는 장애인 차별을 합리화하는 도구일 뿐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광주교육지원청의 장애인교원 선발 과정에서는 곳곳에서 장애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묻어날 뿐 아니라 교육계와 학부모의 장애인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와 혐오에 대한 속살을 그대로 드러냈다. 애초, 광주시교육청의 2014학년도 중등 교사 임용 시험 공고를 보면 일반정원은 124명, 장애인정원은 14명이었는데, 그 중 장애인은 10명이나 줄어든 4명에 불과했다. 장애인 선발예정 과목 중 국어·화학·생물·지구과학·역사·가정 과목은 1명씩, 보건 과목은 2명이 일반으로 변경돼 선발됐다. 결국 장애인 정원으로 책정됐던 인원의 60%를 일반정원으로 변경한 것이다. 실제 광주시교육청은 장애인 의무고용률 3%에 턱없이 모자란 0.41%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최하위다. 이로 인해 지난해만 7억4천만 원의 벌과금을 납부했다. 또한, 이번 광주 사례의 쟁점인 당사자의 심층면접 평가 기준도 이런 이중성을 잘 보여준다.

 

모든 특수교사는 다들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난가?

장 씨의 심층면접은 문제해결능력, 의사소통능력, 교직소명의식, 인성 및 태도 총 4개의 평가영역에서 이뤄 졌는데, 시교육청은 4개 영역 중 의사소통능력 분야를 전체화해 부적격 F(전영역 0점) 처리했다. 문제해결능력, 교직소명의식, 인성 및 태도 등 평가영역은 전혀 심층면접 점수에 반영되지 않았던 것이다. 한마디로 언어 장애가 있는데 어디 교사를 하려하는가라는 의심과 불안이 반영된 결과일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당사자가 아무리 장애가 심해도 잘생기고 말 잘하는 장애인이었다면, 장 씨가 고집스럽게 한 지역교육청만 고집하며 반복적으로 임용시험을 보는 장학사들 입길에 오르내린 장애인이 아니라 닉브이치치나 오체불만족의 오토타께와 같이 유명인사라면 이렇게 전체 영역을 0점 처리하거나 사회적으로 이렇게 양보 없는 논쟁을 진행하였을까? 이것은 분명 몸이 비틀리고 안면이 보기 편하지만은 않는 뇌병변 ‘언어’ 장애인에 대한 근거 없는 두려움이자 편견이며 혐오이다.

당사자가 언어 장애가 있고 익숙지 않은 사람은 알아듣기 힘들 때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0점을 줄 정도는 분명 아니다. 누가 봐도 의사소통 능력이 0점에 가까웠다면 그 당사자 자신이 몇 년 동안이나 임용을 준비하고 지원을 하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교육청과 위원들의 논리는 자신들이 제작한 방송화면을 가린다고 수화 통역 삽입을 거부한 PD들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가 있었다면 장애인 당사자가 자신의 의사소통 능력에 대한 확신을 교육청과 위원들에게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을 뿐이지만, 그마저도 뇌병변 언어 장애에 대한 몰이해 때문에 당사자의 언어에 익숙하지 못했던 심사위원들의 문제지 않은가? 그들이 말한 대로 그 임용은 단 시간의 학원 강사가 아니라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아이들을 만나는 특수교사를 뽑는 것이다. 그녀가 특수교사를 하면서 학생들을 자신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한다면 그 학생들은 정말 비장애인과 편안하고 우수한 의사소통 능력을 가지지 않을까?

면접관들이 면접 때 단지 몇 십분, 위원들이 1시간 동안 장애인 당사자의 말을 알아듣기 어려웠다고 0점 처리하고, 결론을 못 내렸다면 그들이야말로 장애인교원에 대한 심사나 논의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장애인학생의 교육권을 주장하며 반대했던 학부모들의 의견도 절대 동의할 수 없다. 그들이 단기적이고 집중적인 상황에서의 뛰어난 의사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이와 같은 언어 장애의 장애인교사를 거부하는 것은 학교 현장에서 장애인학생을 비장애인 학생의 학습권 침해를 운운하며 거부하는 사람들의 입장과 하등의 차이가 없다. 말을 잘하고 제스처를 잘하면 의사소통을 잘한다는 논리는 도대체 누구의 논리인가?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의사소통에 대한 무지를 고백할 뿐이다. 지적·자폐성 장애인과의 의사소통 능력에 대하여 그녀에게 의문을 던질 만큼 의사소통에 대한 자신할 수 있는 비장애인 교사들이 과연 얼마나 있는가? 설사 그녀가 의사소통 능력이 정말 부족하더라도 이런 척박한 편견의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찾아온다면, 그 누구보다도 장애인 학생들과 함께 이런 차별과 억압과 무시를 공감하며 중고등학생에게 정말 필요한 자기 정체성, 자존감, 자기 결정의 힘을 알려주고 자신의 경험을 살려 세상의 벽을 무너뜨려 사회로 진출하는 빛을 던져줄 것이다. 그것이 그녀보다 약간 언어 장애가 없어서 미안하기 그지없는, 장애인학생에게 장애인교사만큼 멋지고 희망찬 비전과 미래가 또 있을까? 매주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만나는 필자가 그녀를 응원하고 싸우는 이유다.

 

작성자김형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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