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말 수 적어진 발달장애 자녀 > 지난 칼럼


언제부터인지 말 수 적어진 발달장애 자녀

성장하면서 생기는 당연한 과정…‘장애’ 때문이 아닌 ‘일반적 상황’
왕따 등 충격으로 인한 변화와 구분 필요

본문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발달장애인가족들의 협조가 필수 불가피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발달장애인의 교육이나 훈련의 효과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교육현장 뿐만 아니라 가정이나 지역사회에서도 같은 원칙과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발달장애인의 교육이나 훈련과정을 운영하는 기관들은 모두 부모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본인 또한 평생교육차원에서 성인 발달장애인을 교육하는 입장이기에 발달장애인 교육과 동시에 발달장애인 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부모 교육과 상담을 하다보면 항상 듣는 질문이 있다. ‘우리 아이는 어떻냐’, ‘잘 따라하느냐’, ‘괜찮냐’ 는 질문이다. 자녀가 장애인이건 아니면 비장애인이건 상관없이 또 자녀가 성인이 되었더라도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걱정과 관심은 끊이지 않는다. 비장애도 아닌 장애인 자녀이기에 더 궁금해 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러한 부모들의 궁금증에 따라 붙는 말이 하나 있다. 밖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한 부모로써는 자녀가 알아서 이야기해주었으면 하지만 자녀들은 묻기 전에는 말을 안 한다는 것이다. 또, 물어도 대답을 안 해서 답답하다고 하소연한다.

“애가 장애가 있어서 그런지 통 말을 안 해요. 답답해 죽겠어요!”, “언제부터인지 묻는 말에만 건성으로 대답하고…”, “무엇을 하는지 말 한마디 안하고 방에만 들어가면 나오지도 않고…”, “우리 애는 묻기만 하면 신경질부터 내서 물어보지도 못하고…”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부모들에게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그랬는지 다시 되묻곤 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어렸을 때는 그래도 지금보다 말도 잘했어요. 궁금하면 물어도 보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말을 통 안하네요. 말을 시켜도 대충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니…. 통 속을 모르겠어요”라고 말한다. 어렸을 때는 그러지 않던 발달장애인 자녀가 언제부터인가 갑작스럽게 변했고 그래서 더 걱정이라는 설명이다.

부모들의 말처럼 말 수가 적어진 자녀들의 변화는 발달장애인이기 때문에 발생하며 이를 걱정해야 할 부분일까? 자녀들의 말 수가 적어지는 것은 발달장애인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이 성장하면서 일정시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비장애인들도 사춘기를 지나면서 말 수가 적어지고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청소년기의 자녀를 둔 비장애인 부모들 사이에서는 자녀가 사춘기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신체적 변화와 더불어 자녀가 갑자기 방문을 걸어 잠그거나 자기 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신경질 적인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면 그게 바로 ‘사춘기’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사춘기를 거치면서 부모들이 모르는 자기들만의 사회를 만들고 그 속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며 청소년으로 또 성인으로 발전해나가는 것이다.

발달장애인 자녀가 특정 상황이나 행동에 심각하게 움츠러들거나 오히려 과하게 반응할 경우는 ‘집단 따돌림’ 등을 의심해 볼 수 있지만 청소년도 아닌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 자녀가 말 수가 적어지고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신경질적으로 변한 것은 장애 때문이 아니라 성장과정에서 나타나는 당연한 과정인 것이다. 오히려 청소년기에 나타나야 할 현상이 장애로 인해 늦게 표현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다.
학령기에는 친구들도 없이 학교와 집을 오가며 자기들만의 사회를 만들 필요성도 기회도 없었던 발달장애인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기에 접어들면서 하나둘 친구들이 생기면서 자신만의 사회를 만들고 자기정체성을 찾아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말 수가 적어지고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발달장애성인 자녀의 행동을 민감하게 반응하고 걱정하기 보다는 ‘우리 아이도 이제 성인이 되어가는 구나’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또, 성인이 돼 달라진 행동을 보이는 발달장애인 자녀를 어린아이가 아니라 오히려 당당한 성인으로 대우해준다면 그들의 마음의 문도 열리고 한결 말 수도 많아질 것이다.

작성자이미정 (한신대 민주사회정책연구원 연구위원)  aery727@cowal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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