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과 옷 > 지난 칼럼


발달장애인과 옷

[이미정의 발달장애와 함께 하는 세상]발달장애인과 옷차림, 편함에 기초한 라운드 티와 지퍼가 대다수
신체 기능 발달과 사회적응력을 우선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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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한층 강해지는 여름. 6월 하순인데도 이미 서울은 낮 기온이 30도를 넘나들 정도로 무덥기 시작했다. 예년에 비해 올 여름은 더 더울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는 상황이라 보다 시원한 소재로, 보다 시원하게 보이는 색상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손길도 빨라지고 있다. 시원한 것만을 생각한다면 민소매와 짧은 반바지를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외출복으로 우리는 선뜻 민소매와 짧은 반바지를 고르지 못한다. 몸매가 예쁘지 않아서도 있지만 그보다는 사회적 시선 때문에 입고 싶어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에서 입는 옷이라면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내 편안한대로 입으면 그만이지만, 외출복은 상대방의 사회적 지위와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자유롭고 편안하게 입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외출복! 발달장애인의 외출복 차림은 어떨까? 주위에 발달장애인이 있다면 한번 둘러보면 어떨까? 신기하게 여기질 정도로 대부분의 발달장애인의 옷차림은 라운드 티가 주류를 이룬다. 또 라운드 티 위에 입는 옷도 지퍼가 달린 점퍼스타일의 옷이거나 벨크로(일명 찍찍이)로 이루어진 옷이 다수이다.

옷의 색깔은 또 어떨까? 요즘 유행하는 옷 색깔은 파스텔이거나 형광색이 감도는 옷이 대세이지만 발달장애인들이 입는 옷의 색깔은 흰색, 검정색, 카키색이 주류를 이룬다. 여름에 그 흔하게 입는 밝은 코발트색 조차도 발달장애인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성인 발달장애인에게서만 보여지는 모습이 아니다. 학령기에 있는 발달장애아동에게서도 마찬가지이다. 단조로운 색의 라운드 티가 마치 트랜드인 것처럼 천편일률적이다. 중고등학교에 들어가면 비장애 학생들은 남학생의 경우 셔츠와 긴바지, 여학생의 경우 블라우스와 스커트로 이루어진 교복을 입지만, 특수학급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발달장애 중고등학생은 당연시 되어 있는 교복조차도 입지 않는 청소년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사복을 입는 것도 아니다. 교복 세트에 포함되어 있는 체육복을 마치 일상적인 교복으로써 착용하는 경우를 대부분이다.

뇌병변장애나 지체장애인과 같이 손가락이나 손에 장애가 있어 단추를 채우는 것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왜 발달장애인은 아동이나 성인이나 모두 라운드 티나 지퍼, 벨크로로 된 옷을 입는 것일까?

발달장애인들 대부분 본인들의 선택보다는 부모들이 사주는 옷들을 주로 입는 편이다. 따라서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이에 대해 질문하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편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단추 달린 옷이나 깃이 있는 옷들을 애들이 불편해 하더라구요. 그래서 라운드 티를 주로 입혀요’, ‘정장 스타일의 바지는 자꾸 끼이니까 입고 벗기 불편해요, 그래서 움직이기 편하게 체육복이나 츄리닝 옷을 입혀요’, ‘애들이 뚱뚱하다보니 땀을 많이 흘려요. 그런 애들에게 더운데 뭐 하러 긴바지를 입혀요. 그냥 반바지를 입히면 되지. 빨래하기도 쉽고…’

즉, 자녀들이 단추를 채우지 못하거나 깃이 달린 옷, 정장 차림의 바지를 못 입는 것이 아니라 불편해 하기 때문에 자녀들을 위해 되도록 편하게 입고 벗을 수 있고 때가 덜 타는 색상의 옷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깃이 달린 옷이나 정장차림의 옷들보다는 깃이 없는 라운드 티나 반바지가 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편함이 발달장애인 자녀들이 갖고 있는 신체적 기능을 저하시키고 사회적응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단추 채우기를 통해 자주 손가락을 움직이게 함으로써 소근육을 발달시키고 이러한 자극은 18세 미만의 발달장애아동·청소년기들의 인지 능력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아직 발달단계에 있는 이들에게 지나치게 편함을 강조하게 되면 이들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우려가 있고, 사회적 규범과 참고 인내하는 힘을 학령기에 습득할 수 없게 된다. 이로 인해 성인이 되어서도 본인의 ‘편함’에 익숙해져 사회적 시선이나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발달장애인의 옷차림에 있어서도 편함보다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신체 기능 발달과 사회적응력 등을 고려하여 옷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발달단계에 있는 학령기일수록 향후 발전 가능성을 고려해 가능한 비장애학생들과 같은 옷차림을 착용하도록 하는 습관을 몸에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작성자이미정 한신대 민주사회정책연구원 연구위원  aery727@cowal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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