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법 살려내기 > 소소한 사회통합 이야기


장애인차별금지법 살려내기

[편집장 칼럼]

본문

장애인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있으면 뭐하나, 현실에서 지켜지지 않으면 있으나마나한 법일 뿐인데. 돌아보면 6년 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만들어졌을 때 핵심은 어떤 게 장애인을 차별하는 행위인지를 명시하고,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가 벌어졌을 때 미국의 ADA법처럼 ‘차별 시정 강제명령(injuction)제도’를 도입해 적극적으로 차별을 시정하자는 것이었다.

즉 차별행위가 벌어졌을 때 장애인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 그에 대해 법원이 판결을 통해 차별을 시정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듣지 않으면 이행 강제금을 물리는 형태로 장애인 차별 행위를 근절하자는 게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목적이었다.

그래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법원은 차별적 행위의 중지, 임금 등 근로조건의 개선, 그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등을 판결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차별시정조치와 관련된 조항이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 6년 동안 법원의 장애인 차별 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시정조치 판결은 단 한 번도 내려지지 않았다. 들려오는 얘기로는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법관들이 차별시정조치 명령을 내리는 걸 몹시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법원의 직무유기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있으나마나한 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7월 초 나온, 한 사립대학의 장애인 승진 차별사건에 대한 법원의 시정조치 명령 판결은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대학이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을 고의로 승진에서 배제시킨 사건에 대해 법원은, 대학은 피해를 입은 장애인에게 손해배상 위자료 1,990만 원을 지급하고, 빠른 시일 내에 승진 시키라는 적극적인 차별시정조치 명령을 내렸다. 대학 측이 항소를 포기해 이 판결은 확정됐다.

이번 판결은 법 제정 후 무려 6년 만에 법원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근거해 차별 시정 명령을 내린 첫 판결이라는 의미 외에도, 차별금지법이 죽은 법이 아닌 현실에서 작동하는 법이라는 걸 알게 해준 판결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뿐 아니다. 최근 법원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근거해 장애인 단체가 제기한 공익소송에 대해 잇따라 승소판결을 내려 주목을 끌고 있다.

서울 지하철 1・3・5 호선 환승역인 종로3가역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장애인들이 심하게 이동권 침해를 받고 있다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 법원은 7월 10일 ‘피고인 서울메트로는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종로3가역에 적정하게 장애인용 승강기를 설치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우선 7월 31일까지 종로3가역 12번 출입구에 장애인용 승강기를 설치하고, 2016년 12월 31일까지 8번 출입구에 장애인용 승강기를 설치하도록 노력하는데, 그 추진 계획을 이 결정 확정일로부터 위 공사 완료 개통시까지 두 달에 한 번 원고에게 정식 문서로 제공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종로3가역 엘리베이터 설치도 중요하지만, 엘리베이터 설치시까지 거대 기관인 서울 메트로가 일개 장애인 단체에 설치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는 게 더 눈길을 끄는 판결이었다.

이상 살펴본 판결들에서 알 수 있는 건, 장애인 관련 법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을 현실에서 작동하고 지켜지는 법으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실태를 보면 현재 장애인들은 일상에서 차별을 당했을 때,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것으로 차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인권위는 조사 후 차별시정권고를 내릴 수 있을 뿐 근본적으로 차별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하고 있다.

반면 법원은 차별금지법에 따라 차별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위자료와 이행 강제금 등을 물릴 수 있다. 이런 차이는 장애인이 차별을 당했을 때 인권위 보다는 법원을 귀찮게 해야 하는 명백한 이유다.

장애인 차별 사건에 대해 법원의 판례가 중요한 건 유사 차별사건이 벌어졌을 때 이전 판례를 들이밀며 차별시정명령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승소하든 패소하든 다른 것은 몰라도 차별 사건에 대해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근거한 법원의 판단을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법치국가이기 때문이다.

만약 장애인 차별사건이 법원에서 패소하면 장애계가 합심해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조항을 개정한 다음 다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서 판단을 받으면 된다. 이게 죽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살려내서 만연한 장애인 차별을 근절하는 확실한 대응방법이다.

작성자이태곤 편집장  a35270@hanmail.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함께걸음 2020년 9월호
새창정형제화연구소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연월일 : 2007년6월26일
발행인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성재  |  편집인 겸 편집국장 : 김성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태곤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정보공유라이선스 2.0:영리금지ㆍ개작금지'를 따릅니다. banner_temperary.gif
Copyright © 2020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