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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 반사신경 키우기

[김형수의 세상보기]북한산 아래 U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과 함께 한 인권이 꽃피는 교실 만들기 세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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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대상의 가치는 대상 자체보다는 보는 사람의 시선의 자질에 달려있다."
- 알랭 드 보통 -

북한산 아래 유현 초등학교 인권교육은 먼저 특수교사 자신의 인권연수를 시작으로 학교폭력방지 프로그램인 평화샘 프로젝트로 인권에 대한 학교 구성원들의 공감이 만들어지면서 준비됐다. 이후 교육으로써 확신과 검증을 위하여 특수교사의 통합 학급에 들어가 5회차 정도 학생들 각자의 인권 감수성 향상을 위한 기본적인 인권교육이 진행되었다. 그런 가운데 장애학생이 통합된 학급의 통합 교사 역시 인권 가치관을 이해할 수 있도록 연수를 함께 했다. 이렇게 교사들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교육 활동을 하고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서울형 혁신학교라는 정책과 환경이 일조했다. 이 진행과정과 철학 등을 지난 2회에 걸쳐서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본격적으로 유현 초등학교 5학년 1반, 2반, 3반 학생들과 1학기동안 진행한 인권교육 수업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다름과 어울림’을 위한 인권 수업, 그리고 합동 수업

합동수업은 작년 여름 방학 특수교사 인권 직무 연수에서 처음으로 제안 받은 후 올해 3월 24일부터 4월 7일까지 5학년 전체 학년을 대상으로 90분 수업, 5회로 진행됐다. 특수교사 Miss Jo. 선생님이 장애인 당사자에게 합동수업을 제안한 이유는 인권의 문제를 당사자인 장애인을 통해서 학생들과 공감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본격적인 수업이 이뤄지기 전에 담당 특수교사와 진행한 기획회의가 2회, 함께 수업에 참여할 통합교사와의 간담회가 1회 먼저 진행됐다.

이는 통합교육의 완성으로서 인권교육을 진행하기 위해 아주 중요한 단계이다. 왜냐하면 필자와 같은 장애인 당사자는 인권교육의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학교라는 교육 현장에서의 경험이 부족할 수 있고, 함께 공감해야할 학생들을 충분히 파악하고 그들 사이의 갈등을 인지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장애인 당사자라고 하더라도 학교에 있는 모든 장애인들의 문제나 인권에 대하여 감수성이나 전문성이 뛰어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합교사와의 간담회는 인권교육에서 담임교사가 불참하거나 소외·배제되지 않도록 하면서 단기적인 인권교육이 1년 내내 교실에서 연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준다. 담임교사가 책임지지 않고 참여하지 않는 인권수업은 실천을 전혀 담보할 수 없는 교양 도덕 수업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담임교사가 장애학생에 대하여 팀워크 없이 책임지지 않고 행동하지 않는데 다른 학생이 어떻게 장애학생에게 동료 의식을 가지며 책임지고 행동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사전 만남이나 협동 수업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학교 교사가 자신의 수업 현장과 교실을 같은 동료 교사에게 일시적으로 개방하는 것은 큰 부담이 되는 것이며, 더구나 이를 외부 사람, 더구나 장애인 당사자와 함께 협동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아주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인권교육 활동가들은 기억해야 한다. 그럼에도 담임교사와 함께 인권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해당교사와 장애학생 비장애학생 모두 교실에서의 반인권적 상황을 직면하고 갈등을 공감하기 위하여 필요하다.

 

사전에 장애당사자의 동의를 받는 절차와 과정은 빠지면 안 된다

모든 인권교육 과정에서 꼭 챙겨야 할 과정이 바로 그 수업에 함께한 혹시 모를 당사자의 ‘동의’를 얻는 것이다. 우리가 인권교육을 왜 하는가? 왜 받는가? 인권교육을 받지 않아도 자신의 인권을 훼손당할 위험이 없고 스스로 자신의 인권을 지키며, 타인들에게도 역시 그러하지 않을 사람들에게는 굳이 인권교육이 필요 없을 것이다. 반대로 인권교육은 자신의 인권을 빼앗기지 않고 방어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장애인인권교육에 있어 ‘장애’ 자체가 자신의 정체성으로 완성되어 있지 않거나 완전히 수용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강사나 권위가 있는 선생님이 자신의 동의나 준비 없이 교실에서 자신의 장애에 대하여 타인이 이야기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반인권적일 뿐 아니라 당사자들을 더욱 약자로 만드는 낙인 효과를 증대시켜 인권교육이 오히려 차별 행위를 가르치고 왕따를 알려주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문제는 사회적이지만 한 개인에게 ‘장애’ 문제는 아주 사적인 정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육을 하는 유현초등학교 5학년 중 몇 반은 장애인학생이 없었지만 어느 반은 장애인학생으로 인하여 갈등이 아주 심한 상태였고, 장애학생이 한 반에 없다 하더라도 같은 초등학교에서 5년 넘게 같이 다니다 보니 다들 같은 어려움을 경험했거나 공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특수교사 Miss Jo. 선생님은 먼저 각 반의 담임선생님에게 합동 인권교육이 가능한지 의견을 물었고 그 다음 학생 모두에게 필자와 같은 장애 당사자와 함께 인권교육을 받기를 원하는지 파악했으며, 각 반의 장애학생에게도 동의를 받는 과정을 거쳤다. 물론 장애학생 중 한 명은 이를 이해하고 자신의 의사를 일관되게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자신의 장애에 대하여 아직 완전히 인정하거나 수용하고 있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동의를 구하는 과정, 직접 장애학생에게 물어보는 과정은 그 자체로 중요하다. 또한 장애학생이나 비장애학생이 인권교육 참여를 거부했을 경우, 그 시간동안 장애학생을 교육에 참여시킬 다른 방안 역시 반드시 준비된 상태여야 한다. 비장애 학생의 경우에도 종종 장애인 당사자가 함께하는 인권교육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는데, 강사는 절대 이를 비난하거나 평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인권교육에 대하여 어떤 식으로든 의사표현을 한다는 것은 인권문제에 있어 어떤 갈등과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이는 아주 중요한 것이다.

이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장애인에 대하여 갈등이나 죄의식, 미움이나 억울함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장애 당사자가 하는 교육에서 이를 직면하거나 평가받는 것에 두려움과 회피의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교실에서 학생이 완전히 수업을 선택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거부한다고 해서 이를 허용하는 것도 교육의 딜레마다.

이럴 경우 거부나 불참의 의사표시는 존중하되, 수업의 참여는 종용하고 중간에 듣기가 정말 힘들면 안 들어도 될 것임을 알려주는 것이 차선책이 될 수 있으며, 충분히 경험이 있는 강사라면 수업 과정에서 질문이나 참여를 통해 학생 스스로 그런 감정을 직면하고 갈등을 풀 수 있게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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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급의 장애학생의 별명 붙이기 짝은 장애인 친구가 자꾸 트럭을 사달라고 해서 별명을 그렇게 지었는데 장애인 친구가 정작 짝의 별명 짓기를 어려워하자 교사가 이를 지원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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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 별명을 어떤 이유로 만들어 주었는지 별명을 받은 친구들은 느낌이 어떠했는지 서로 발표하고 있다. 이 때 진행자는 반드시 각자의 별명이 진정으로 맘에 드는지, 동의하는지 물어보고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 상호 동의할 때까지 이름 짓기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자신이 원하는 호칭대로 자신이 불리우는 것 존중의 중요한 포인트이다.

제1차시 – 몸 풀기, 별명 짓기, 합의하기, 유대관계 기르기

우리 교육 현장에서는 누구든지, 언제든지 인권이라 이름붙인 무언가를 하게 되면 긴장한다. 헌법적 기본권인 교사의 노동권이나 표현의 자유조차 제약하는 나라의 학교에서 인권이란 이름에 긴장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긴장하면 인권에 대하여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초등학생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인권이 재미가 없는 국민교육현장이 되어버린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래서 다치지 않고 효과적인 운동을 하기 위해 몸을 풀고 준비 운동을 하듯이 인권에 대한 긴장과 방어, 죄의식을 풀고 근육을 키우듯이 자신의 힘을 키우는 인권교육을 시작하려면 충분한 준비 운동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것을 보통 몸풀기, 마음열기라고 하는데 이번 학생들하고도 매회 이런 준비운동 과정을 준비했다. 장애 학생과 함께 할 수 있는 간단한 게임을 통해 감수성과 호기심, 집중력을 키울 수 있도록 수업 시작 10분에서 15분 정도 소요하는 것으로 짰는데, 2인 1조로 눈빛 교환하며 동시에 박수치기와 같은 의사소통 게임, 눈을 감은 채 다른 사람의 설명만 듣고 소용돌이 그림 따라 그리기와 같은 시각장애 체험과 동시에 하는 의사소통 게임, 헤드폰 끼고 말 전달해서 발표하기 게임과 같은 청각장애와 지적 장애를 체험하는 활동 등 수업 시간 80분이 지루하지 않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활동의 소감을 나누면서 자연스레 장애 문제를 이어나갔다. 이런 활동에서 중요한 것은 장애가 주는 어려움에 공감하면서도 그것이 마냥 불편한 것이 아닌, 그 어려움을 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지원과 환경을 고민하게 하는 것에 있다. 그리고 이런 몸 풀기를 통해 수업 시간에 배운 인권에 대한 지식과 인권의 실천이라는 행동으로 인권의 반사신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시간에서 주요한 포인트는 외부 강사가 있을 경우 학생들이 거리낌 없이 대할 수 있고 교실의 구성원 모두가 갈등과 인권 문제에 대하여 의논할 수 있도록 신뢰와 유대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1차시에는 선생님과 학생의 출석부로 호칭되는 상하 수직관계를 지양하고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할 수 있게끔 2인 1조로 조를 짜서 각자가 부르기 좋고, 불리기를 원하는 이름 아닌 별명을 정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상대방이 원하지 않거나 싫어하는 별명을 붙일 수 없고 상대방이 동의하고 합의할 때까지 별명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규칙이 적용되었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본인의 동의 없이 장애인이라 부르는 것이 얼마나 큰 낙인찍기인지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또 이후에 놀림행위에 대하여 토론할 때 자연스레 이 프로그램의 경험을 이어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의 장점은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던 상대방의 특징과 개성에 집중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애정을 보여주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아가게끔 하는 것이다. 이것은 존중과 의사소통의 첫 번째 단계이다.

학급의 장애학생의 별명 붙이기 짝은 장애인 친구가 자꾸 트럭을 사달라고 해서 별명을 그렇게 지었는데 장애인 친구가 정작 짝의 별명 짓기를 어려워하자 교사가 이를 지원해 주고 있다.

각자 별명을 어떤 이유로 만들어 주었는지 별명을 받은 친구들은 느낌이 어떠했는지 서로 발표하고 있다. 이 때 진행자는 반드시 각자의 별명이 진정으로 맘에 드는지, 동의하는지 물어보고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 상호 동의할 때까지 이름 짓기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자신이 원하는 호칭대로 자신이 불리우는 것 존중의 중요한 포인트이다.

1차시가 끝나서 별명 짓기가 끝나면 이렇게 스티커 형태로 칠판에 게시해주면 일주일 만에 2차시를 하더라도 학생들이 그 때 감정과 지식을 살려내고 유대감을 이어갈 수 있다. 물론 이런 별명의 통용은 우리 수업 시간, 우리 끼리만 이루어 지는 것으로 약속하여 학생들이 편하고 안전하게 자신의 인권과 장애에 대한 고민을 고백할 수 있는 룰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 시간내에 별명을 짓기를 거부하거나 완성하지 못하였어도 자연스럽게 다음 시간으로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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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차시가 끝나서 별명 짓기가 끝나면 이렇게 스티커 형태로 칠판에 게시해주면 일주일 만에 2차시를 하더라도 학생들이 그 때 감정과 지식을 살려내고 유대감을 이어갈 수 있다. 물론 이런 별명의 통용은 우리 수업 시간, 우리 끼리만 이루어 지는 것으로 약속하여 학생들이 편하고 안전하게 자신의 인권과 장애에 대한 고민을 고백할 수 있는 룰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 시간내에 별명을 짓기를 거부하거나 완성하지 못하였어도 자연스럽게 다음 시간으로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작성자김형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  aery727@cowal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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