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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류 시민이라는 불편한 진실

[편집장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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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 장애우 고용 얘기에서 뼈아픈 것은 장애우들이 고용에서 소외되면서, 장애우들이 미국에서는 낮은 존재, 일본에서는 이류 시민으로 그 사회에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런 불편한 진실은 장애우들이 사회 통합과 참여를 위해 할 수 있는 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 권리보장 운동을 벌인다고 해도 일자리가 담보되지 않는 한 영원히 이류 시민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달, 두 개의 국제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서 우리나라와 가까운 미국과 일본의 장애우 고용 실태 얘기가 나왔다.

먼저 ‘장애인의 노동과 사회적 경제’를 주제로 열린 제 5회 한 일 사회적기업세미나에서 일본 시가현 장애우 작업장 대표 시라스기 지로 씨는 다음과 같이 일본 내 장애우 고용 실태를 전했다.

“일본 장애인 고용에서 문제되는 건 일본은 복지적 취로라고 부르는데, 전국에 1만 여개의 장애인 보호작업장이 있고, 그 곳에서 40만병의 중증장애인이 일하고 있다. 문제는 일본의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들 임금이 평균 월 1만엔(10만원)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는 장애 연금이 있긴 하지만, 장애인 근로자들이 이렇게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일본 사회에서는 드러내 놓고 얘기 하지는 않지만 내심 장애인들을 이류 시민이라고 보고 있다. 일본 사람들이 장애인들에게 인권도 있고 권리도 있다고 얘기는 하지만 처우가 열악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장애인들을 보호대상이라고 보지. 권리를 보장해야 할 대상이라고는 보지 않고 있다.”는 게 시라스기 지로 대표 지적이었다.

두 번째 행사는 장애인단체총연맹이 ‘다양성으로서의 장애에 대한 고찰과 논의’를 주제로 개최한 제 3차 장애인최고지도자 포럼이다.

포럼에서 미국 버클리대 줄리엣 로스만 교수는 “고용 통계에 따르면 미국 성인 비장애인 남성 95%와 여성 86%가 일자리를 갖고 있는데 반해 미국 장애인 남성은 고작 34% 장애인 여성은 33%만이 일자리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장애우가 고용에서 소외되면서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더해 나보다 낮은 존재라고 보고 있는 게 문제다.”라는 게 로스만 교수 지적이었다.

이런 일본과 미국 장애우 고용 실태는 일본과 미국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나라 얘기다. 우리도 장애우 고용률이 저조하고, 장애우들이 터무니없이 낮은 임금을 받으며 시달리고 있다. 민낯을 보면, 미국과 일본보다 훨씬 더했지 나은 게 없는 게 지금 우리나라 장애우들이 당면해 있는 고용 현실이다.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열악한 장애우 고용 현실은 모두가 다 아는 얘기다. 그럼에도 다시 고용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장애우들이 고용에서 소외되면서 어떤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지, 우리가 외면하고, 애써 잊고 있는 불편한 진실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앞에서 언급한 미국과 일본 장애우 고용 얘기에서 뼈아픈 것은 장애우들이 고용에서 소외되면서, 장애우들이 미국에서는 낮은 존재, 일본에서는 이류 시민으로 그 사회에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런 불편한 진실은 장애우들이 사회 통합과 참여를 위해 할 수 있는 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 권리보장 운동을 벌인다고 해도 일자리가 담보되지 않는 한 영원히 이류 시민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궁극적으로는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장애우 운동의 핵심 사안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장애계에서 일자리 확보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실정이다. 현재 장애우 등 취업 취약 계층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등 사회적 영역의 일자리가 확충되고 있는 추세인데, 아직까지는 장애계는 사회적 영역 일자리 확보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장애계는 장애우들의 일반 기업 고용이 어려우면 차선책으로 사회적 영역 일자리에 관심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 그래야지 장애우들이 이류 시민을 벗어날 수 있는 작은 단초라도 마련할 수 있다.

고용 얘기는 아니지만, 역시 지난 달 열린 ‘장애인 이동권 현황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한 임성택 변호사가 인상 깊은 말을 했다. 시외저상버스 도입과 관련해서 “유럽 국가들은 장애인을 고객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회사 수입을 늘리기 위해 저상버스 도입을 늘려나가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장애인을 고객으로 생각하지 않고 저상버스 도입을 장애인을 돕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장애인이 일을 해서 고객이 되지 않으면, 장애우 문제가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 앞에 우리는 서있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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