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폭발, 그 극한 상황에서도 > 지난 칼럼


화산폭발, 그 극한 상황에서도

[변미양의 오사카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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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으로 관광을 간다면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지는 이 가을철에는 서늘한 바람과 더불어 단풍이 물들어 이 산 저 산 고운 옷으로 갈아 입잖아요. 이럴 때 피부에도 건강에도 좋다는 노천온천을 찾아가 그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알록달록 단풍 구경을 하는 장면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일본은 정말 온천이 많답니다. 유명한 온천지도 많지만 전국 어디를 가도 천연온천이 나온대요. 그런데 이런 자연풍토가 그저 운치 있고 좋기만 한 건 아니에요.

일본 하면 떠오르는 단어, 뭐가 있을까요? 이런저런 역사적인 사실과 관련된 것 이외에 ‘지진’이라는 말을 떠올리는 분이 많지 않을까 싶은데요. 일본은 대륙이 아니라 섬나라, 아시아와 태평양을 잇는 해저 대륙 플레이트(Plate: 지구의 겉 부분을 둘러싼 암석 판(板)) 세 개가 이어져 있는 경계선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그 플레이트 이동의 영향으로 지진이 많이 일어난대요. 잦은 지진이 일어나는 국토 위에는 1백 개가 넘는 활화산도 있고요. 그래서 전국적으로 온천이 많은 거라고 하네요. 3년 전 대지진과 쓰나미(해일)가 덮치던 영상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지만, 최근에는 지진보다 화산 분화라는 말이 더 자주 사람들 입에 오른답니다.

한국에서도 얼마 전 뉴스가 나왔을 텐데요. 9월 27일, 오사카에서는 꽤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일본 본토의 가운데쯤 위치하고 있는 나가노, 기후지방 경계에 있는 온타케산 정상 부근의 화구가 폭발해 많은 사람이 희생을 당했습니다. 마침 청명한 가을 토요일이기도 했던 그 날,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산을 찾았던 몇 백 명의 등반객들은 순식간에 화구에서 뿜어 나오는 연기와 쏟아지는 화산재, 화산바위로 지옥이 된 산 위에서 고립당한 채 피할 곳이 없었다고 하는데요. 그 순간의 긴박함과 위급함은 구조된 사람들이 찍은 영상을 통해 생생히 전해졌습니다. 이후 56명의 사망자가 확인되고, 행방을 찾지 못한 사람만 7명으로 밝혀진 이 분화는 최근 1백 년 사이 일어난 최악의 화산재해라고 합니다.

화산재로 뒤덮여 걷기조차 위험한 상황 속에서 약 4주간 총 1천9백 명이 수색을 진행했지만, 날씨도 추워지고 상황이 악화되어 일단 수색을 중지하고 내년 봄 이후 수색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수색과 더불어 정황이 알려지면서 뉴스를 통해 매일 희생자들이 소개되었지요. 참으로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는 청각장애인 부부의 사연도 있었답니다.

청각장애인들의 와다이코(일본의 전통 북) 모임에서 만나 결혼한 두 사람은 일상에서 보청기와 수화를 사용하며 큰 지장 없이 생활했고,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을 키우며 따뜻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대요. 근처에 사는 수화통역사가 그 남편에 대해 소개하기를 “수화 행사에서도 봉사활동을 하고 아들의 학교 행사에도 열심히 참가하는 아빠, 운동도 좋아하고 항상 새로운 일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남편”이었다고 해요. 휴일에는 부부가 함께 등산을 즐기는 보기 좋은 한 쌍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마음이 아팠어요. 물론 피해를 당한 사람 모두 졸지에 당한 참극이었겠지만, 소리를 듣지 못하는 두 부부가 겪었을 혼란스러움은 특히 얼마나 컸을까요. 그리고 혼자 남겨질 아들을 생각하며 얼마나 더 절박하고 끔찍했겠어요.

어쨌든 이 화산폭발을 계기로 일본은 지진뿐 아니라 화산에도 취약한 나라라는 것이 새삼 확인됐습니다. 화산폭발이 예상되는 지역에서 갖가지 준비를 갖추고 화산폭발 예측기술과 대책에 대해 국가적으로 임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죠. 일본의 후지산(일본을 상징하는 화산) 주변의 지방자치체 세 곳에서 공동으로 2천5백 명 이상이 참가하는 피난훈련을 실시한다든가 화산폭발에 대비한 조례를 책정하는 등 대책을 세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아직까지 화산폭발에 대해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는데, 역사적으로 봤을 때 일본의 광대한 국토를 화산재와 불길로 뒤덮어버릴 만한 거대한 화산분화가 앞으로 1백 년 사이 일어날 확률이 1%라는 연구결과(고베대학대학원)가 발표되기도 했어요. 이렇듯 앞으로 큰 재해가 올 것에 대해 각오하고 또 경계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저 자연의 엄청난 힘 앞에 막막할 뿐이죠. 구체적으로 뭘 어찌해야 하는지, 각 지방자치체가 세우고 있는 대책 안에 장애인에 대한 정보전달과 대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도 막연하고요. 일상 생활에서도 그렇지만 재해가 일어났을 때 장애인이 처할 상황을 예측하고 그에 대한 대처를 공유해야 할 텐데, 하는 마음만 간절하네요.

이 화산폭발의 가슴 아픈 이야기 가운데 그래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이야기도 있어요. 화산이 폭발한 직후 혼란 속에서 한 남성과 여성, 그리고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 그렇게 세 명이 우연히 같은 곳에 잠시 피하게 되었대요. 그때 화산바위에 맞아 다리도 다치고 추위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여자 아이를 보고, 그 남성은 자신의 배낭을 열어 다리에 응급처치를 해주고 자신의 초록색 점퍼도 건네주었대요. 불행하게도 초록색 점퍼를 입은 채 발견된 여학생도 그 남성도 살아서 돌아오지는 못 했지만, 이후 구조된 함께 있던 여성이 그 이야기를 전했다고 하네요.

“그런 상황에서 딸아이를 위해 점퍼를 벗어주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겁쟁이인 딸 아이가 혼자서 얼마나 겁에 질려 있었을지 눈에 선한데 아이에게 마지막까지 정말 큰 힘이 되었을 거예요.”

“절박한 상황에서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지켜주려고 했던 아들이 자랑스럽습니다만, 그건 특별한 일이 아니라 누구라도 그렇게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슬픔을 감당하는 것조차 벅찰 희생자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기사로 보면서, 그 어떤 극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우리가 지켜나가고 싶은 모습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 덕분에 두려움 속에서도 자그마한 희망과 위로를 찾게 됩니다.

그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작성자변미양  lim0192@cowal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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