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의 반 이상이 보험비? 이게 웬 날벼락! > 지난 칼럼


월급의 반 이상이 보험비? 이게 웬 날벼락!

[장애인 인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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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지적장애가 있는 김 아무개(남편 지적장애 3급, 부인 지적장애 2급) 씨 부부가 집으로 밥을 먹으러 오라고 초대했다. 나는 그 초대에 기꺼이 응했다. 집에 도착해 차려진 밥상을 보니 맛있는 잡채와 된장국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바닥 곳곳에 옷이 널브러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휠체어 보장구를 이용하는 나는 옷을 밟지 않고 움직이기가 매우 힘들었다. 두 내외가 바빠서 옷을 치울 시간도 없고 청소할 시간도 없어서 그런 줄로 알았다. 나도 그렇게 사는 경우가 간혹 있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이해했다. 부부가 천사의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너무나 완벽하다는 듯이, 힘들게 식사를 준비하고 또 초대를 해 뿌듯하다는 듯이 맞아주었으니 모든 것이 마냥 좋았다. 다만, 그때는 그랬다.

한참이 지난 다음 그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집 컴퓨터 프린터가 되지 않는다고 방문해 달라는 것이었다. 시간 약속을 하고 갔는데,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모든 옷가지가 방과 거실에 널브러져 있었다. 화장실에 가려면 새로 길을 내야만 했다.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지만, 부부는 장애인활동보조인이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다.

부부은 올해부터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게 됐다. 그들은 매우 행복해 보였다. 잘 됐다고, 감사하다고 인사 하면서 아이스크림도 돌렸다. 그런데 얼마 후 그 부부의 활동보조인한테서 이상한 말을 들었다. 부부가 반찬을 사오라고 했는데 돈이나 카드는 주지 않고 월급 타면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월급날을 손꼽아보니 20여 일이나 남았던 것. 두 사람 모두 직장을 성실하게 다니며 월급을 받아 생활이 그럭저럭 넉넉하리라 생각했는데… 무슨 착오가 생긴 게 분명해 보였다.

활동보조인에게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침대 아래 등 여기저기서 보험약관 뭉치가 여러 개 발견됐다고 한다. 보험으로 인해 어려움이 생긴 것일 수 있다는 것. 통장 거래내역을 확인해보니 역시 범인은 보험이었다.

당사자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랬더니 회사에 자주 찾아오는 보험설계사가 좋은 보험이 있다고 하면서 서명해 달라고 해 해준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부터 월급을 받았는데도 통장에서 돈이 자꾸 없어지고 체크카드를 쓰려고 하면 잔고가 없다는 메시지가 나와서 매우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그래서 지난달에는 월급이 입금되는 날 저녁에 통장에 들어오는 돈을 일부러 다른 통장으로 옮겨놓는 해프닝까지 있었다고. 그리고 매 월급 때마다 그렇게 해 두려고 마음 먹었다는 것이다.

자기표현도 잘 하고, 직장 일도 잘 하는 이들이다. 그런데 보험설계사 말만 믿고 설계사가 하라는 사인을 여러 번 거듭해 가정생활에 파탄을 맞을 정도라니 잘 믿기지가 않았다. 보험사에 연락해 약관을 요청, 확인해보니 유효한 보험은 7건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실효된 보험도 1건이 있었다. 그러니 총 8건이나 확인된 셈. 암보험이 2건, 종신보험 6건이었다. 자그마치 매달 1백47만 원을 내도록 설계돼 있었던 것.

아는 보험설계사에게 자문하니 3개월 이내에 든 보험은 취소할 수 있지만 그 전의 것은 해약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해약한 보험에 대한 원금은 대부분 찾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 보험에서 취소와 해약은 천당과 지옥 같은 큰 차이가 있는 듯 보였다.

보험설계사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교육을 받는데, 그 중에는 재무 설계에 대한 부분은 생활비를 제외한 급여의 몇 퍼센트 정도를 보험비로 책정해야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없는지 등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부부에게 보험을 가입하도록 한 보험설계사를 만나 재무교육을 받았는지 묻고 몇 퍼센트 정도 보험을 들어야 무난하냐고 물으니 20~30%라고 답했다.

우리는 당사자 부부와 함께 해당 보험회사 대전지점을 방문,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1. 당사자는 1백70여만 원과 30만 원의 급여로 생활하는 장애 3급과 2급의 지적장애인 부부이다.

2. 암보험 2개, 종신보험 4개로 매달 낼 보험이 1백47만 원 정도로 귀 직원에게 보험설계 당해 가입했고, 과중한 보험료를 내느라 생활고에 허덕이면서 남에게 돈을 꿔서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

3. 듣고 서명은 했다지만 지적장애인의 장애특성상 다른 보험료와 같이 더해져서 금원이 이체됨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보험설계사가 보험을 들면 정말 좋다고 하니, 보험 유지의무와 보험금 납입책임을 염두에 두지 못하고 서명했다고 한다.

4. 이상과 같은 이유를 들어 보험취소를 해주길 요청하며, 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으면 금융감독원에 진정하겠다.

이후 보험회사 본점 심사위원회 담당자의 전화를 받았다. 건강과 직접 관련된 암보험 2건만 남기고 취소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다. 부부와 상의해 그러기로 했다.

그런데 또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일전의 그 보험설계사가 부부를 만나서 최근에 들었던 종신보험 2건만 빼고 유지할 수 있다는 진정서를 작성해 부부에게 서명을 요청했고, 심사위원회에서는 2건만 취소로 잡고 나머지 보험은 유지하기로 한 문서에 서명했는지 여부를 나에게 물었다. 그렇지 않다고 답했더니 담당자가 당황스러워 하는 기색을 보였다. 당시, 부부와 함께 있었기에 담당자와 통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일은 잘 해결됐다. 모든 보험을 취소로 잡겠다는 보험심사위원회의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납입한 보험료 8백여만 원을 입금했다는 연락도 받았다. 그 중 1백80여만 원은 이번 보험 피해로 생활비가 모자라 6개월간 미납됐던 아파트 관리비로 지출했다. 이 사건이 해결되지 않았다면 아파트 관리비 미납 등의 사유로 집이 경매 처분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지도 못하는 보험료 때문에 전전긍긍했을 김 씨 부부는 이제 생활에 여유를 찾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다시 어떤 나쁜 사람을 만날지 알 수 없다. 우리는 부부에게 주기적인 면담을 약속했다.

작성자임석식 (대전장애인인권센터 팀장)  lim0192@cowal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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