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뒤흔든 장애인학대 고발 뉴스 > 대학생 기자단


일본을 뒤흔든 장애인학대 고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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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점심, 느긋하게 텔레비전을 보고 있노라니 전국노래자랑이 시작하네요. 한국에서도 유명한 방송이지만, 비슷한 프로그램이 많다는 걸 가끔 느껴요. 다른 채널로 바꿀까 하다가 가만 보니 참가자 중 모자가 함께 출연하는 팀이 있는데 아들은 다운증후군 장애인 같더라고요. 가수 뺨치게 노래를 잘 하는 한국의 노래자랑에 비해 일본 노래자랑은 노래 수준은 떨어지지만 노래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 보면 그냥 흐뭇한 웃음이 나와요. 두 모자는 누구나 함께 부를 수 있는 포크송을 불렀는데 율동도 곁들이며 밝고 유쾌하게 불렀지만 결과는 ‘땡~’. 사회자가 노래를 많이 즐기시냐고 마이크를 건넸더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참가하는 합창단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하네요. 결과는 ‘땡~’이었지만 제 귀에는 ‘딩동댕 동~’이 울리는 듯 했어요.

눈에 보이는 신체적 장애를 가진 장애인도 많지만 발달장애를 비롯해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장애인들, 그 중에서도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많은 장애인들이 사회에 참가하는 모습을 통해 그 사회의 성숙도를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바라보는 눈길도 지원하는 손길도 아직은 서툰 현실이지만 받아들이는 마음도 지원하는 힘도 더 커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데 최근에 정말 속상하고 안타까운 일이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6월 초, 시모노세키라는 지역에 있는 지적장애인복지시설 「오후지원」 이라는 곳에서 벌어진 일인데요, 작업 중 지도원이 장애인 이용자의 뺨을 때리고 멱살을 잡아 몸을 흔들며 폭언을 하는 장면이 텔레비전 뉴스에서 흘러나왔습니다. 그 장면이 너무 생생해 기가 막히고 제 눈을 의심할 정도였는데 모든 방송국에서 이 사건이 크게 보도되었기 때문에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지요.

「오후지원」은 지적장애인복시서비스 시설로서 사회복지법인에서 1979년부터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지적장애인 이용자가 55명, 직원 21명인 시설로 직원 중 지도원은 12명, 대략 계산했을 때 한 명의 지도원이 다섯 명의 이용자를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장애를 가진 모든 사람과 가족이 지역사회에서 자신답게 살아가는 삶을 실현하기 위해서]가 설립이념이라고 하는데 그 말이 얼마나 무색한지. 이 시설에 시에서 지원되는 지원금이 매월 8천만 원이라고 하던가? 이 충격적인 사실이 보도 된 것은 시설에 근무하고 있던 직원의 내부고발에 의해서인데 이 직원은 몇 년 전부터 지도원이 장애인들의 작업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지시를 따르지 못 한다고 화를 내면서 함부로 다루는 것을 자주 보게 됐대요. 나름대로 그 상황을 개선해야겠다는 노력을 했지만 혼자 힘으로는 어려웠겠지요. 처음에는 시의 복지담당과에 알리고 지도하도록 요청했지만 시 담당자가 오는 날에는 사전에 시설 책임자가 미리 직원들에게 알려주었기 때문에 담당자가 와도 학대의 현장을 확인할 수는 없었대요. 시 담당국은 표면적인 모습만 보고 그대로 방치했기 때문에 그 직원은 위험을 무릅쓰고 몰래 카메라로 그 학대의 현장을 찍어 각 신문사와 방송국에 일제히 고발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장애인시설의 존재에 대해 몰랐던 많은 사람들도 순식간에 그 실체를 알게 된 거지요. 처음에는 그 사실을 부정하던 직원이 기자가 카메라를 들이대며 고발한 필름을 보여주니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는 한심한 꼴이란….

사건이 들통나자마자 시설관리자는 그 직원을 해고시키고, 시 담당자는 사과하기 바쁘고, 시설에 개선명령을 내리고, 경찰에서는 시설을 조사하고 그 직원을 체포하고, 보건당국에서는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시책을 세우라는 지침을 내리고, 정신이 없더라고요. 사건에 대한 충격이 너무 크니까 그 여파를 빨리 잠재우기 위한 대응에 여념이 없는 거죠. 보고 있자니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가네요. 문제가 발생한 후에는 그렇게 재빠르게 대처하면서 왜 문제가 생기기 전에는 그렇게 느릿느릿 소걸음인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여러분도 동감하시죠?

지적장애인들은 대부분 고등학교까지는 특별지원학교에 다니며 부모와 학교가 중심적인 지원자 역할을 하지만, 보호자들의 입장에서 지적장애인들의 졸업 후 일자리나 진로가 정말 큰 고민거리래요. 졸업 후에는 장애 정도에 따르지만 작업장이나 직업훈련시설을 다니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작업장이라든가 직업훈련시설이 말로는 취업지원시설이지만 일을 하고 그에 따른 보수를 받는 곳이라기보다는 훈련과 지도를 받는 시설로, 받는 공임은 아주 적고 오히려 이용료를 내야 하는 시스템이기에 장애인의 권리나 지위가 아주 낮고 지도원과 이용자라는 상하관계가 분명하게 작용하니 지도원의 동정과 선의가 아닌 당연한 권리로 장애인을 대할 수 있는 토대가 얼마나 만들어질 수 있겠어요?

일본에는 2011년에 「장애인학대금지법」이 제정되고 2012년부터 발효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장애인복시시설종사자, 고용자 등에게 장애인학대방지를 위한 책무를 과하고 학대를 당한 장애인을 발견하면 통보하도록 의무화되었지만, 사실 얼마만큼 효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부분이 없지 않았는데 이번 일로 법과 제도가 껍데기뿐이라는 사회의 불신감을 피할 수 없게 된거죠.

장애인을 지키고 보호한다는 시설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학대가 표면화된 이번 사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방어하지 못하는 약자에게 행해진 이 부끄러운 일을 통해 사회 전체가 어느 특정 개인, 어느 한 곳에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있어도 허술한 행정의 관리 속에서 그 어디에서라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 장애인의 인권을 생각하는 인식, 그 진정성 위에 제도와 현장의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불안정한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일 테지만, 그 신뢰가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더 단단해질 수 있도록 지켜보고 고쳐나갈 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작성자변미양  gypsy72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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