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지급 제도 먼 얘기가 아니다 > 대학생 기자단


현금 지급 제도 먼 얘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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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 모두가 동의하는 전망이 하나 있다. 이제는 고도성장을 전제로 한 경제와 삶의 모델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식 장애연금 모델의 도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봐야 한다.

중증장애인에게 1백만원이 넘는 연금을 지급하고 있는 일본의 장애연금 제도는, 그들 말에 따르면 아주 오래 전 거리의 개도 지폐를 물고 다녔을 정도로 경제 사정이 호황이었던 시절에 도입되어 시행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 복지 관련 법과 제도를 만들면서 상당부분 일본을 벤치마킹하고 있기 때문에, 한때 멀지 않은 시일 내에 우리도 일본식 장애 연금 제도를 도입해서 시행할 거라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일본식 장애연금 제도 도입은 말 그대로 기대에 그치고 말 가능성이 크다. 더 이상 고도성장이 가능하지 않고, 오히려 대내외 경제 사정이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점에서 최근 눈길을 끄는 외신이 보도됐다. 네덜란드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기본소득 제도 도입을 계획하고 있고, 핀란드도 전 국민을 상대로 월 800유로(약 103만원)를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도 도입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스위스도 2016년 11월에 기본소득제도 도입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라는 보도다.

기본소득제도란 한 마디로 말하면 국민 모두에게 조건 없이 일정 수준의 소득을 권리로서 보장하는 제도다. 파격적이고, 한편으로는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제도이기 때문에 당연히 과연 이게 가능할까 라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제도다.

하지만 실현 여부를 떠나서 이 시점에서 왜 이 제도가 도입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에는 누구나 공감을 표시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실업률이 급증하는 있는 초유의 현상을 맞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문제 되는 건 노동의 기계화로 인해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사람들의 문제다. 이들에게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소비를 이어갈 여건을 마련해 주자는 것이 기본소득제도이다.

그런데 유럽 국가들의 기본소득제도 도입 계획을 보면 다시 또 눈길을 끄는 두 개의 대목이 있다. 하나는 복지예산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거꾸로 사회복지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기본소득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점과, 기본소득제도가 도입되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풀어보면 이렇다. 핀란드를 예로 들면 복지시스템의 단순화, 즉 국민에게 1백만원 정도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교육과 의료 분야를 제외한 다른 사회복지서비스는 일체 제공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한다. 또 누구에게 복지 혜택이 필요한 지 선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행정 기구와 공무원들을 줄일 수 있어서 결과적으로 정부가 복지비용을 줄이는 게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단 우려는 기본소득제도가 시행되면 활동지원인 서비스 등 더 많은 복지혜택이 필요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 혜택은 오히려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게 외신이 전한 유럽 일부 국가의 기본소득제도 도입 계획이다.

지금 시점에서는 먼 나라 얘기이고 실감나게 다가오는 얘기가 아니기 때문에 현실감이 전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기본소득제도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배경에서 어른거리는 어떤 그림자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을 거둘 수 없다.

기본소득제도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바로 복지체계의 단순화와 복지 서비스 비용의 현금지급 제도라고 볼 수 있다. 단순하게 얘기하면 저성장 시대, 모두가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시기에 사람들이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복지 체계에서 중간 단계를 없애고 또 서비스에 드는 비용을 수혜자에게 바로 현금으로 지급하는, 현금지급 제도가 멀지 않은 미래에 보편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눈길을 국내 장애계로 돌려보면, 일본식 장애연금 제도 도입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현재 장애인들이 소득은 없고, 집에서 사회로만 나오는 데 정부 예산 5천억원, 지방자치단체 예산 3천억원, 합쳐서 8천억원의 예산이 사용되고 있다. 활동보조지원 예산이고, 이 예산은 어쨌든 장애인의 몫이다.

발칙한 상상력이지만 국내에서도 기본소득제도, 혹은 서비스 비용의 현금 지급 논의가 본격화되면 우선 이 예산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를 떼내 수혜자인 장애인에게 직접 현금으로 주자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장애인들이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소득보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조삼모사 정책이라도 이런 주장을 간단히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재 국내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이다.

작성자이태곤 편집장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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