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맞는 장애인끼리 모여 산다면... > 대학생 기자단


마음 맞는 장애인끼리 모여 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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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통계청은 ‘장래가구추계’ 발표에서 급증하고 있는 1인 가구가 30여 년 뒤에는 전체 가구의 3분의 1을 넘어, 모든 시도에서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급격한 고령화로 노인가구가 급증, 2045년에는 세종시를 제외한 16개 시도의 고령자 가구 비중이 40%를 넘어서며, 전체 1인 가구의 절반 이상이 독거노인이 될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 모두는 늙어간다.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다. 특히 장애인은 빠르게 1인 가구가 될 것이다.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길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 우리 모두는 서둘러 노년의 삶을 대비하고, 사회의 약자인 장애인의 노후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나이가 들어가고 있고 이미 나이 든 독거장애인들 앞에는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현재의 장애인 삶을 바탕으로 장애인들의 미래를 짐작해 보면 대략 세 가지 선택의 길이 놓여 있을 것이다. 하나는 거주 시설행이다. 둘째는 중한 질병이 없음에도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입원해 침대에서 누워 지내다가 생을 마감하는 경우다. 셋째는 비록 가족과 함께 살지만 큰 부담이 되는 존재로 겉돌다가, 명목상의 지역사회 재가장애인의 삶을 마치는 것이다. 세 가지 길 모두 장애인이 바라는 바람직한 삶의 모습이 결코 아니다. 다른 삶의 선택지는 전혀 없는 것일까? 장애인이 시설에 가지 않고 지역사회 안에 거주하며 곤궁한 생활에 찌들어 삶이 위협 당하지 않는 평안한 노년을 맞는 길은 없을까? 찾으면 길은 있다.

전제는 어찌 됐든 장애인을 위해 있는 법과 제도를 믿어야 한다. 국가와 사회가 나서 장애인들을 몰살시키던 나치시대 독일이 아닌 지금의 민주 법치국가에서는 존재하는 법과 제도를 지키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요구를 거역할 집단은 없을 것이다. 비록 지금은 정부와 사회에서 영향력이 큰 집단들이 장애인을 위해 있는 법과 제도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비난을 사고 있지만, 긴 안목에서 바라보면 장애인 관련법과 제도는 현실에서 점차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고, 궁극적으로 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 갈 것이다.

마땅한 다른 방법이 없다면, 장애인은 법과 제도를 믿고 발전시켜 나가면서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아직 여건이 성숙되지 않아 주저된다면 중간단계로, 먼저 서로 마음이 맞는 장애인끼리 소규모 그룹으로 모여 사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아이디어 차원이긴 하지만, 장애인 서너 명이 각자 얼마간의 돈을 갹출해 지역사회 안에 거주공간을 임차하고, 생활도 서로 비용을 분담해 해결하는 것이다. 일종의 공동체 삶인데, 비장애인 공동체와 다른 점은 이 공동체는 외부도움이나 구성원의 생계를 위한 노동 없이 어쩌면 복지제도만으로도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은 장애인활동지원 제도와 연금제도가 있으므로 서너 명의 장애인 공동체 생활이 가능하다고 보는데, 그림은 이렇다. 현재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홀로 사는 장애인이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월 최대 현금 급여액은 기초생활 수급비와 장애인 연금을 합쳐 월 80만 원 가량 된다고 한다. 부양의무제도 폐지를 전제로 이 정도 수준의 현금급여와 독거장애인이 지원받을 수 있는

월 수백 시간의 활동지원만 보장된다면,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장애인이 가족을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상생활은 활동보조지원인의 도움을 받거나, 부족할 경우 각자 돈을 내서 마련한 월 생활비로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면 될 것이다. 앞으로 활동지원제도와 연금제도가 더욱 발전하게 돼 지역사회 안 장애인들의 생활의 질이 점점 나아지고 장애인들의 삶이 명랑해지는 게 이 그림의 마지막 정경이 되길 바란다.

이 그림이 지금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을 보았을 때, 가능하지 않은 장애인의 미래 삶의 모습이라며 치부해버리고 말 수도 있겠지만,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이런 삶의 모습이 가족이 장애인을 시설이나 병원에 보내는 비용보다, 그리고 정부가 장애인을 시설에 수용해 돌보는 비용보다, 적은 비용이 예상되는 점에서 경제적 측면에서라도 정부가 지원방안을 한번 고려해 보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작성자이태곤 편집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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