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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의 달인, ‘허당’ 장혜진 그녀의 삶을 응원합니다

소소한 사회통합 이야기

본문

글. 제지훈/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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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는 욕입니다, ‘ㄴ+ㅕ+ㄴ’
“끄지라, 이 개 같은 X아!”
“뭐? 개, 개 같은 X? 으흑흑흑.”
책상에 엎어져 웃는지 우는지 모를 난해한 흐느낌을 남발하는 그녀.
“뭐꼬, 뭐꼬, 뭐꼬. 아, 진짜 와 이라노?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세상 착하고 순진한 우리 뭐꼬 행님(말을 할 때 ‘뭐꼬’ 세 발을 날리지 않으면 다음 말을 할 수가 없어, 우리 세계에선 ‘뭐꼬 행님’이라 불립니다). 홧김에 내뱉은 말에 짝사랑하는 여인이 서럽게(?) 울어 젖히니, 얼굴은 금세 벌겋게 달아오르고 당황한 입에선 연신 ‘뭐꼬, 뭐꼬’가 오토리버스(자동반복)되고 있습니다.
또 좋아한다고 행님만의 방식으로 고백을 했나 봅니다. 물론 이번에도 거절. 북받치는 설움에 나중 일은 나중 일이고, 일단 입이 이성을 압도한 상태에서 방언처럼 흘러나온 말이 ‘개 같은 X’이었으니, 세상 순진한 사람 입에서 누군들 예상이나 한 말이었겠습니까? 더군다나 쌍욕을 한 장소가 바로 ‘교회.’
캬…, 살다가 교회에서 쌍욕 하는 걸 두 번이나 봤습니다. 한 번은 새벽기도 시간이었는데, 앞에서 기도하시던 분이 이제 막 등록한 새 신자였습니다. 아마도 이 분이 친한 친구에게 사기를 당해 돈을 떼였나 봅니다. 새벽, 그 조용한 시간에 한쪽 구석에서 서럽게 울면서 기도하기 시작하는데,
“하나님, 정숙(가명)이 저 X이, 저 뭣 같은 X이 내 돈을 띠묵고…. 아이고, 아이고, 꺼이꺼이….”
얼마나 억울했으면 그랬겠습니까만, 내용이 어찌나 웃긴지 이건 뭐 기도에 집중이 안 됩니다. 설교 듣다 집 나간 영혼이 기도 듣고 돌아온 느낌? 하하하. 한참을 집중해서 듣다 ‘아차, 남의 아픔에 위로는 못해줄 망정 즐기면 안 되지’라는 양심의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하나님, 저 분 기도 꼭 들어주세요. 꼭 들어주세요.” 그렇게 마무리하고 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사건. 사실 안에서 이 어마어마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을 때, 저는 일이 있어 밖에 있었습니다. 고성에 쌍욕, 흐느끼는 소리에 안을 들여다보니 세상에, 한 사람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뻘건 얼굴로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있고, 한 사람은 엎어져 흐느끼고, 주변 사람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행님, 뭔 일인교?”
“뭐꼬, 뭐꼬. 아, 간사님, 내가 지 좋아한다고 뭐꼬 뭐꼬 얘기를 했는데, 안 받아준다 아입니까.”
“행님이 뭐라 캤는데예?”
“뭐꼬, 뭐꼬, ‘나 죽으면 내가 가지고 있는 통장 다 주께. 내 맘을 받아도’ 이랬다 아입니까?”
“행님, 그거 싹 다 마이너스 통장 아입니까?”
황급히 전동휠체어를 몰고 달아나버리는 행님. 에레기, 몇 백 정도는 딱 꽂혀 있는 통장을 들고 와, 보란 듯이 탁 던지며 ‘내 맘을 받아도‘ 이래야지. 쯧쯧.
“혜진 씨, 행님 나갔은께 이제 일어나소.”
(슬며시 고개를 들더니) “나갔어요? 하하하, 살다가 욕 듣고 웃겨 죽을 뻔한 거는 처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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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도전은 오늘도 ‘현·재·진·행·형’
네. 문제적 당사자의 이름은 바로 ‘장혜진.’
마이너스 통장으로 고백하다 쪽 팔고 나간 뭐꼬 행님도, 지난 번 칼럼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의 상도 행님도 모두 이 여인 때문에 가슴앓이를 했습니다. 모르죠. 매번 튕겨나가는 것 보고, 겁나서 고백 못한 남정네들이 또 있을지.
나이에 비해 엄청 동안인 얼굴에, 싹싹하지, 손 야무져 음식 잘하지, 손재주는 또 얼마나 좋은지 액세서리며 가방이며, 코로나로 마스크가 부족할 땐 마스크까지 못 만드는 게 없습니다. 게다가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사로 거제는 물론 경남을 누비고 다니니, 주변에 장가 못 간 노총각들이 탐을 낼 만하지요. 참, 그 후 뭐꼬 행님은 다른 분 만나 좋은 시절 보내고 계십니다. 하하.
혜진 씨와의 첫 만남은 13, 14년 전 즈음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대까지 모 대기업 휴대전화 생산 공장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열심히 일했는데, 어느 날부턴가 서서히 다리에 힘이 없어지더랍니다. 걷다가 가끔씩 넘어지던 것이, 급기야 계단조차 오르내릴 수 없을 지경에까지 이르러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 후 퇴직금과 직장동료들이 모아준 위로금으로 국내 최고의 대학병원에서부터 굿판에 이르기까지, 현대의학과 무속신앙을 넘나들며 그렇게 질병의 원인을 밝히고자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러길 수 년. 결국 있는 돈 다 까먹고 지칠 대로 지쳐, 가족들이 있는 고향으로 내려와 3년여의 은둔생활을 시작하게 됐는데, 그 와중에 저와 만나게 된 것입니다.
지인 분께서 자기와 친한 동생이 한 명 있는데, 질병으로 걷지 못하게 된 날부터 3년 동안 일체 집 밖 출입을 하지 않아 걱정이 된다며 꼭 좀 만나 상담을 해달랍니다. 상심이 클 텐데 사회복지사라고 무작정 만나자 하면 실례가 될까 봐 조심스레 연락을 취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제지훈 사회복지사입니다. OO 씨께 부탁받고 한 번 만나 뵐 수 있을까 싶어 연락드렸습니다.”
“네, 안 그래도 언니한테 이야기 들었어요. 오세요.”
생각보다 밝은 목소리로 흔쾌히 만남을 허락해 주었습니다. 괜한 걱정을 했나 싶어, 그 길로 20kg 쌀 한 포 챙겨들고 가족들이 함께 거주하는 아파트로 갔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서니, 뭔 구경이라도 난 듯 집 안 식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혜진 씨와 식구들의 얼굴을 스캔하며 분위기를 살피던 중 깜짝 놀랐습니다. 아, 글쎄, 혜진 씨 여동생이 저와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한 교회동생이었습니다.
“야이, 가시나야. 니는 내가 사회복지사인 거 알면서, 와 언니 이야기 한 번도 안 했노? 진작에 나한테 이야기 했으면 더 일찍 만났을 꺼 아이가. 확, 마.”
다행히 여동생 덕에 분위기는 한결 자연스러워졌지요. 이런 인연이 있나 싶은 것이, 아마도 혜진 씨와 저는 꼭 만나야만 할 운명이었나 봅니다. 하하하.
그 만남 이후 혜진 씨는 다시 집 밖으로 나왔습니다. 은둔생활을 접었지요. 당시 중증장애인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던 자립생활 모임의 핵심 멤버로 왕성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음식 손맛이 어찌나 좋은지, 집에서는 잘 쓰지 않는 MSG(화학조미료)를 가지고 김치찌개, 부대찌개, 된장찌개 등 찌개류는 물론이거니와 닭볶음탕, 김치전, 파전, 각종 반찬에 이르기까지, 배고픔에 허덕이던 많은 영혼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그때 혜진 씨에게 붙여진 별명이 바로 ‘MSG의 마법사’였습니다.
요즘엔 장애이해교육,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사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비장애인으로 평범하게 살다 어느 날 갑자기 장애인이 되어 깊은 절망에 빠졌다가, 헤쳐 나와 자립해서 신나게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그 자체가 장애이해교육, 인식개선교육의 헌장입니다. 일부러 감동을 주려 하거나 웃기려 하지 않아도, 진심이 담긴 그녀의 강의는 듣는 이의 눈시울을 붉히고 도전과 감동을 줍니다. 타인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삶,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니 요 며칠 잘 보이지 않습니다. 궁금해서 가족들에게 근황을 물어보니, 돈 벌라고 열심히 핸드메이드 굿즈(Goods)를 만들고 있답니다. 글씨 빼고는(사실 참 악필입니다) 손으로 하는 건 다 잘합니다. 각종 액세서리는 물론 마스크, 가죽공예까지 (거짓말 조금 보태) 만들었다 하면 취향저격, 여심저격입니다. 돈독이 오를 만하지요. 아니, 올라야지요. 나이 들수록 필요한 게 돈인데. (많이 벌거든 옆에 붙어서 좀 얻어먹어야겠습니다. 하하하.)
도전정신도 대단합니다. 딱 봐도 힘없게 보입니다. 비실비실 쓰러질 것 같은데 그 체격으로 휠체어 마라톤, 휠체어 계주를 합니다. 하반신을 전혀 쓰지 못하고 팔 근력도 서서히 줄어 비슷한 처지의 남들은 전동휠체어로 갈아타는데, 무슨 멘탈인지 도리어 불가능과 마주하며 살아갑니다. 캬…, 뭔 양파보다 더 그 속을 알 수가 없습니다. 아직도 뭔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게 남았는지, 여전히 혜진 씨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입니다.
혜진 씨는 어디에 갖다 놓아도 그 자리가 어울립니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어느 누구와도 눈높이를 맞춥니다. 누구와도 각을 세우지 않으니, 삶이 늘 둥글둥글합니다. 그렇다고 완벽하진 않습니다. 남들 다 알아듣는 말도, 몇 번씩 설명해도 이해 못할 때가 있습니다. 철석같이 믿고 있다 뒤통수 맞을 때도 많습니다. 남들은 속에서 천불이 나는데, 그러든가 말든가 자신은 한없이 고요합니다. 눈치가 없는 거지요. 가족들도 인정하는 ‘허당’입니다.
그런 혜진 씨 옆엔 늘 사람들이 있습니다. 단점이 70이라도 장점 30이 더 빛나기 때문이지요. 인생 참 멋지게 사는 그녀의 도전을 늘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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