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소리] 3분의 2 정책 > 지난 칼럼


[징소리] 3분의 2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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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 10월 2일 밤 12시.
 하늘을 뒤덮은 오색의 불꽃과 환호성 속에 사회주의 동독은 박물관과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독일의 통일이 몰고 온 엄청난 바람은 유럽의 정치지도를 근본적으로 뒤바꿀 뿐 아니라 자본주의 진영의 세력 판도에도 일대 변화를 가져 올 것이 틀림없다.
 흔히 "사회주의에 대한 자본주의의 완벽한 승리", "사회주의의 종말을 예고하는 신호탄"등의 온갖 화려한 말로써 사상적 우위를 확인해 줬던 독일 통일의 열기도 어느덧 반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6개월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서독=사회복지"라는 환상이 깨지면서 옛 동독의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새로운 처지에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통일과 함께 풍요로운 미래가 곧 보장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무너진 배를린 담장을 넘어 물밀 듯 밀려들어온 서독 독점재벌은 옛 동독 노동자의 값싼 노동력에 군침을 흘릴 뿐 기대했던 복지의 홍수(?)는 감감 무소식이었다. 더욱이 독일 통일의 아버지로 만인의 추앙을 받고 있는 헬무트 콜 수상조차「복지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들의 우려를 확인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10월 3일 동독의 서방연방 가입과 더불어 발효된 통일조약에 의하면 옛 동독의 보다 완벽한 사회적 권리들은 1∼2년의 경과기간이 지난 후 모두 폐기되거나 옛 서독의 수준으로 낮춰지도록 되어있다.

 가령 옛 동독의 노동보호 조항 중 일요일 및 공휴일 작업금지 조항은 93년 말 폐지되고, 장애우의 약간작업 금지조항 및 장애우 고용의무조항 등은 92년 말 폐지된다. 이것뿐만 아니라 여성 노동자들이 가사노동을 위해 노동으로부터 풀려나는 가사노동 일도 91년 7월에 폐지된다. 또 8살 이하의 자녀를 둔 여성노동자에게 주어지던 4개월 이상의 유급휴가권도 옛 서독의 5일 휴가로 축소될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통일"로 불리우는 흡수병합은 샴페인과 노랫소리 뒤에서 새로운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진보적 사회복지제도의 폐기나 수준저하는 단순히 독일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서방세계 일반에 두루 적용되는 하나의 정책(?)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사회가 산업화되고 다양함에 따라 각 계급·계층의 욕구는 아무리 팽창 예산을 짜더라도 도저히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만성적인 초과수요에 시달리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세금 등 각종 공과금의 인상은 곧 즉각적인 납세자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켜 정권의 불안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한정된 예산에 대한 적절한 배분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는 것이다. 이러한 절박한 요구가 빚어낸 비인간적인 이론이 바로 "3분의 2정책"이라는 것이다. 3분의 2정책의 핵심은 국가(정권)를 유지하는 데는 전체 국민의 3분의 2의 지지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의 모든 정책수행의 목표 역시 3분의 2집단에 맞춰지는 것이 당연하다. "3분의 2"에 속하는 집단은 군대·경찰·공무원 등 국가무력집단과 행정의 기본 집단을 포함해 사무직·대교모 공장 노동자 등 소위 개량화된 노동자 집단 등이 들어있다.
 국가(정권)은 이들 3분의 2 집단에게 집중적인 혜택을 주어 이들을 친 정부적 성향으로 만들어 놓으면 정권 유지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3분 2에서 밀려난 장애우 노인·도시빈민 등은 그저 최소한의 수준에서 근근히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서독이나 기타 국가의 최소한의 수준이 우리의 현실보다는 여러 가지로 앞선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가 모방 잘하기로 유명한 우리, -더욱이 이는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자본의 논리가 배경이 되는 일련의 흐름인 것이다. -정부 관리들에게는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귀가 솔깃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이러한 논리 이전에도 현실은 철저히 우리에게 이 비인간적인 정책이 이미 자리잡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고 있지 않은가.
「수서특혜분양」사건은 이러한 정책의 한 단면을 분명히 드러내 주는 것이다. 특정 주택조합에 규정을 어겨가며, 심지어 청와대까지 압력을 행사하는 작태는 현정권의 2백만호 주택건설 계획과 마찬가지로 주택문제의 불만과 이로 인해 빚어지는 정치적 불안정을 해결하기 위한 개량화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이들 수많은 아파트가 모두 삼사십평 이상의 대형에 몰려 있어 실질적으로 주거문제에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수많은 철거민 도시빈민 장애우들에게는 아무런 필요가 없는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거꾸로 1월말 광주지방의 경우 생활보호대상자가 전년에 비해 무려 70퍼센트나 줄어드는 등 자격과 조건을 까다롭게 해 최저 생활보호대상자에서 조차 탈락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장애우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절대빈곤 장애우의 생존 문제는 팽개쳐둔 채 자동차 독점재벌을 위한 장애우 자동차 면세특혜나 아파트 및 채 우선 분양 등으로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3분의 2정책. 
 이러한 행위를 정책이라고 부르며 책상머리에 마주 앉아 회의를 하고 있는 위정자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장애우운동은 바로 이렇듯 비인간화·비정상적인 사회와 인간을 바로 잡는 것이며, 필연적으로 자본의 논리와 부딪히게 되어 있는 것이다.
 3분의 2정책.
 참으로 소름끼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글/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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