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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칼럼] 장애인에대한 인식개선과 사회적 기회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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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와 캐비지를 함께 심으면 캐비지가 시들고, 딸기와 시금치를 함께 심으면 딸기맛도 더 좋아지고 시금치도 더 잘 자란다. 카아네이션과 히아신즈를 곁에 심으면 어느 한쪽이 다른 한 쪽을 죽이는데, 포도와 느릅나무를 곁에 심으면 서로가 잘 된다.
이처럼 궁합이 맞지 않아 서로 싸워 도태시키는 생태게를 단극상(單極相), 궁합이 맞아 상생(相生)하는 생태게를 다극상(多極相)이라 한다.
인간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A.B.C.D.E...라는 사람들이 어느 한 공간에 더불어 살게 됐을 때, 그 중에서 몸에 결함이 없고 힘도 세며 머리도 좋고 꾀도 많으며 공부도 잘하는 A가 다른 B.C.D.E..를 제치고 성공하여 잘 사는 사회가 단극상 사회요. A.B.C.D.E가 서로의 개성을 조화시키고 결함을 상보하며 공생공존해 살아가는 사회가 다극상 사회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단극상 사회요, 구미(歐美)는 다극상 사회임을 알 수 있다. 교육적 측면에서만 보아도 유럽의 교육은 우리처럼 남들보다 뛰어나라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 달라지라고 가르친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 조화되고 투자할 수 있는 개성의 발굴과 이의 조장에 중점을 둔다. 그래서 소학교에서 주는 우등상도 산수는 잘 못해도 음악을 잘하면 음악의 우등상, 공부는 잘 못하지만 리더십이 있으면 리더십의 우등상, 노래는 형편없지만 우애나 협조를 잘하면 우애의 우등상, 실과는 형편없지만 행실이 우아하면 엘레강스의 우등상 등 개성의 발굴에 따라 주어진다.
수학도 잘하고 미술도 잘하고 체육도 잘하고 그 모두를 잘하여 남들을 도태시키는 적자(適者)에게 우등상을 주는 우리와 비교해 봄직하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그렇다. 다극상의 사회에서는 한쪽 눈이 안 보인다. 한쪽 발을 못쓴다. 한쪽 다리를 전다..는 장애요인은 마치 어느 한 사람이 수학은 형편없다. 노래는 젬병이다. 하는 것과 똑같이 많은 자질이나 개성 가운데 어느 하나의 결격일 뿐 전인격에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다. 사람의 육체적, 정신적, 정서적, 도덕적 기능은 수만 가지가 된다는데, 그 어느 일부의 결격이 장애가 아닌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  한데 굳이 육체의 일부에 결함이 있다 해서 전인간적으로 그 결함을 연장, 도태시키려 드는 것이 우리나라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다.
미국의 포드 자동차 공장을 구경한 일이 있다. 그 곳에 가서 감명 받았던 것은 다름아닌 신체장애인이 무려 전공정의 절반 이상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창업자인 헨리 포드는 자동차 전조립공정인 7천8백 22공정 가운데서 신체장애인도 일 할 수 있는 공정을 찾도록 했다. 그 결과 두 다리가 없어도 가능한 공정이 6백 70, 두 손이 없어도 가능한 공정이 2, 한쪽 다리가 없어도 가능한 공정이 2천 6백 37, 한쪽 손이 없어도 가능한 공정이 7백 15, 눈이 보이지 않아도 가능한 공정이 10, 도합 4천 34공정이었다. 전 공정 가운데 절반 이상이 손발이 없고 눈이 보이지 않아도 가능한 공정이었다.

초창기 기록을 보면 이 포드공장에서 9천 5백 63명의 신체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 포드정신을 계승, 지금도 그 장애인이 가능한 공정에는 성한 사람은 절대 쓰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미국에 있어 장애인은, 어느 신체 한 분야에 결함이 있다는 것일 뿐으로 전 인가, 전 인격에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다. 많은 능력 가운데 어느 하나만이 결격된 그 이상, 그 이하로 생각하는 법이 없다. 노래를 잘 못한다고 열등감을 갖거나 또 노래를 못한다고 비뚤어지지 않듯이 또 노래를 못한다고 동정하거나 기피하려 않듯이, 신체장애인도 똑같이 비뚤어지지 않고 똑같이 기피하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취업에서도 차별받지 않는다.
미국에는 이 장애인에게 가능한 직종이 22만종 가운데 8만종이나 되는 것으로 분류돼 있다. 눈하나 없어도 다얀 같은 이스라엘의 영웅이 탄생하고 말더듬이라도 서머세트 모옴 같은 문호가 탄생하는 것은 다극상 사회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결격인간으로 소외하고 약자로서 동정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전형적인 단극상 사회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천차만별이요. 세상은 이 천차만별의 소질 그 모두를 필요로 한다. 각기 다른 소질을 필요로 하는 우리나라 직종(職種)이 1만 2천 6백 종이나 되며, 이는 10년 전보다 8배나 늘어난 숫자인 것이다. 선진국이 될 수록 다양한 소질이 요구되는 다극상 사회가 되는 법인데 우리 한국에서는 후진국 의식구조인 단극상의 완전인간을 지향하고 있다.
단순 육체 노동만으로 살 수 밖에 없었던 우리 전통 농경사회에서는 오체구족(五體俱足)의 완전인간을 요구했고, 따라서 육체노동을 할 수 없는 장애인은 기생(寄生) 인간이라는 편견을 갖게 됐으며, 이 뿌리깊은 편견이 장애인도 얼마든지 요구되는 분업사회에서 까지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포드 정신이 새삼스럽기만 하다.


주 : 위의 글은 조선일보 논설위원으로 계시는 이규태 선생님 글 중의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본 연구소 편집진은 선생의 위 글에서 나타난 장애인에 대한 입장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장애인에 따라 단극상에서 다극상으로의 인식전환이 선행되어지기를 바라며, 나아가 장애를 입은 사람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사회적 기회, 즉 직업을 가지고 사회에 기여하며 자신의 생존권을 찾아 일반인들과 공생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그 날이 도래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작성자고제후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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