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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일 저런일] 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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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4월 16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전국지체부자유 대학생 연합회(전지대연), 서울·경인지역 장애인연합회(서장연), 서울·경인지역 사회사업학과, 사회복지학과, 대학생 대표자협의회(사대협), 전국특수교육과 학생연합회(전특연) 공동주최로 「기만적인 복지정책 규탄 및 4백만 장애인 인권쟁취 결의대회」를 갖고 국회의사당에서 KBS 본관까지 "평화 대행진"을 벌렸다.
간간히 가랑비가 뿌리는 가운데 김규성, 서장연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대회에는 고르지 못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 백여 장애우와 장애인총연맹,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관련 단체들이 참석해 장애해방의 실현을 바라는 뜨거운 애정을 나타냈다.

개회선언, 격려사(지지성명서 발표), 노래패 공연, 탄압사례 발표, 결의문 낭독과 평화 대행진으로 진행된 이날 대회에서 김한배 준비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현정부는 장애민중의 거센 반발을 무시하고 장애자올림픽을 감행하여 장애인의 소외된 현실을 호도 은폐시켜왔다."고 주장하고 4백만 장애인의 열악한 현실에 본질적인 변화가 없기 때문에 "정부의 차별적이고 시혜 적인 복지정책을 단호히 거부하고 인간해방의 그 날까지 흐트러짐 없이 투쟁을 전개하자." 고 역설했다.
이어서 박준, 민중노래연구회의 노래패들과 어머니, 광야에서 등의 노래를 함께 부르자 서서히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해 곳곳에서 그동안 소외되고 무시되었던 장애우들의 권리쟁취를 부르짖는 구호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진군, 총진군! 인간평등 그 날까지! 장애해방 그 날까지! 열띤 구호 속에 "1989년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는 우리의 입장"이라는 성명서 채택이 있었다.

이들은 이 성명서에서 "이제 가난과 고통으로 점철된 나날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전제하고 "이 척박한 땅에서 복지사회 구현의 기치아래 장애자 올림픽이 치러질 당시 정부, 정당, 종교단체 등 모두가 곧 복지국가가 될 것처럼 떠들어댔으나 고질적인 장애인 탄압이 여전하다." 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제 4백만 장애인들은 그릇된 편견과 정책적 소외에 역사의 방관자로 있을 수 없으며 이러한 연례의 기만적이고 허구에 찬 제반 복지정책을 폭로하면서 인간정의의 실현을 위해 엄숙히 투쟁대열에 설 것을 결의한다." 고 선언하고 노동권리 확보를 위한 고용촉진법 쟁취 등의 요구사항을 밝혔다.
성명서 채택을 마치고 대회참가 장애우들이 국회까지 평화 대행진을 결의하고 "장애인이여 일어나라. 인간해방 그 날 위해"라는 깃발을 앞세우고 질서정연하게 출발하자 대기하고 있던 정경들이 국회 앞 도로를 차단하고 이들의 행진을 저지하기 시작했다.

국회 앞 십 여 미터 앞에서 전경과 대치하고 있던 장애우들이 "국회는 국민의 집이므로 가서 우리의 입장을 밝히겠다"며 행진을 강행하자 이중산중의 저지선을 펼치고 있던 전경들은 대다수가 클러치나 휠체어 등에 의지하고 힘겹게 행진하는 이들 장애우에게 무차별로 방패를 휘둘러 이 와중에 김열(25세, 회사원)씨 등이 얼굴을 난타 당해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실려 가는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흥분한 장애우들이 "장애인권 말살하는 ○○○를 처단하라"고 외치며 재차 국회진출을 시도했으나 무지막지한 전경들의 힘에 밀려 깃발이 꺾이고, 피켓이 짓밟히는 등 철저히 유린당할 뿐이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바로 옆에서 열린 "사랑의 손잡기"등의 떠들썩한 전시행사에서 "장애인들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운운하면서도 인간으로서 누려야하는 최소한의 생존권을 요구하는 평화적인 시위는 무차별 강제 진압해 "떠들지 말고 그저 주는 것이나 받아먹어라"고 또 다시 장애우들을 노예상태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국회의사당으로의 진출이 좌절된 장애우들은 방향을 돌려 KBS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차별반대, 시혜반대, 장애인에게 해방을", "장애인이여! 일어나라 인간해방 그 날 위해", 구호와 노래를 합창하며 시민들에게 장애우 권리 쟁취의 정당성을 알리는 평화 대행진의 길은 고난과 억압이 크면 클수록 더욱더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하는 장애우들의 무한한 능력과 인간애를 보여준 대장정이었다.
보조기를 사용해 힘겹게, 그러나 스스로의 힘으로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는 여학생, 다른 장애우의 휠체어를 밀어주는 뇌성마비 장애우.
길을 가로막는 턱이 나오면 서로 끌어주고, 힘에 겨워 쓰러지면 서로 잡아주는 아름다운 모습은 때마침 맑게 개인 하늘아래 휴일나들이를 나온 많은 시민, 학생들의 격려와 박수를 받았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함께 가자.
둘이면 둘, 셋이면 셋, 어깨동무하고 가자.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어차 넘어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어차 건너 주자.
해 떨어져 어두운 길
네가 넘어지면 내가 가서 일으켜 주고
내가 넘어지면 네가 와서 일으켜 주고
산 넘고 물 건너 언젠가는 가야할 길
가로질러 들판 누군가는 이르러야할 길
해방의 길 통일의 길 가시밭 길 하얀 길
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김남주. 함께 가자 우리 中-

그러나 장애우들이 힘겹게 도착한 KBS 본관에는 또 다시 바리케이트와 철조망 그리고 전경들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KBS앞에 연좌한 장애우들은 주위의 많은 시민, 학생들에게 "장애 해방 없는 민주주의는 허구"이며, "기만적인 정부정책을 거부"하는 장애우들의 입장을 전달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주최단체장들을 소개하면서 끝마친 이날 인권쟁취결의대회는 참가 장애우들의 주장대로 "차별을 반대하고 시혜도 거부"하겠다는 당당하고, 깨어있는 인간으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한마당이었다.
여의도 드넓은 광장을 즐겁게 뛰노는 많은 잠재 장애우들을 바라보며 부서진 피켓과 찢겨진 현수막을 챙기는 장애우들의 어깨위로 "흩어지면 죽는다. 흔들려도 우린 죽는다. 하나되어 우리 나선다, 승리의 그 날까지..."힘찬 장애 해방가와 함께 4월 16일 그 하루해가 서서히 넘어가고 있었다.
다음은 이날 주최측이 발표한 성명서와 경찰의 폭력적 진압을 규탄해 장애인 총연맹이 4월 20일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① 주최측 성명서>
「장애복지 구현은 복지사회의 척도이다.」
이제 가난과 고통으로 점철된 나날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400만 장애인의 작은 소망과 의지는 여지없이 찬 서리 에 꺾이고 복지사회의 가슴 벅찬 이상은 악랄한 기만 자들에 의해 짓밟히고 말았다.
정치 모략 배들의 숫자놀음에 장애인의 절대다수는 빈곤의 깊이와 넓이를 더해가고, 광란의 몽둥이는 민족의 운명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가고 있다.
지난 1987년 12월, 전두환 독재정권을 타파하고 새로운 민주사회를 건설코자 주장했던 각 4당에서는 장애인 제반 복지정책에 대한 공약을 한 바 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으며, 과연 장애인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었는가?
1988년 10월 이 척박한 땅에서 복지사회 구현의 기치아래 장애인 올림픽이 치러졌다. 대다수 국민은 장애인의 집념 어린 의지와 극복에 박수와 눈물을 보냈다. 각 정당, 정부, 종교 단체 등에서 관심을 표명했고, 곧 복지국가가 된 것처럼 떠들어댔다.

그러나, 장애자 올림픽 세계 7위라는 획기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질적인 장애인 탄압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는 기성단체의 정부는 연말연초에 불우이웃 돕기나 양로원, 영아원 방문하는 것과 같이 전시적이고 관례적인 행사만 준비하고 있다.
「이제 400만 장애인들은 그릇된 편견과 정책적 소외에 역사의 방관자로 있을 수 없다. 이러한 연례의 기만적이고 허구에 찬 제반 복지정책을 폭로하면서, 인간 정의의 실현을 위하여 엄숙히 투쟁대열에 설 것을 결의한다.」
한편 관념적 소아병폐에 안주하고 있는 사회복지단체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바이며, 권좌에 마취되어 민중의 생존권을 외면한 위정자들은 이 땅 기층 장애인들의 현 위치를 직시하고 그에 대한 정책을 제시하기 바란다.
아울러 언론은 소수 몇몇 입지적 인사나 동정적 차원에서의 시각을 탈피하고, 이 땅 400만 장애인들의 현실을 냉철하게, 고발 할 수 있는 기능 체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
「장애인 복지실현의 그 날에, 정당정파를 초월하는 전 민족의 동참을 촉구하면서 더 이상 400만 장애인에게, 침묵과 굴종을 강요하고 무지와 빈곤에 안주시키려는 그 어떤 집단이나 개인에게는 역사 앞에 준엄한 심판이 가해질 것을 선언하는 바이다.」
1. 장애인 전담부서 즉각 신설하라.
2. 심신 장애자 복지법 전면 개정하라.
3. 고용촉진법 쟁취하여 노동권리 확보하자!
4. 하나된 함성으로 장애인권 쟁취하자!

②장애인 총연맹 성명서
「장애인의 날에 다시 한번 우리의 뜻을 밝힌다.」
우리는 장애인의 날을 맞음에 있어 전국 400만 장애인들의 염원을 담아 다시 한번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우리는 작년에 현정권이 세계장애인올림픽을 개최할 때 이것이 정권의 정치적 이용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 정권은 세계 장애인 올림픽을 통해 장애인의 복지를 증진시킨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권의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하고 말았다.
현 정권은 심신장애인복지법은 말할 것도 없고 장애인들에게 가장 시급한 장애인고용촉진법도 소수 기업인의 이익을 편들어 제정하지 못하도록 음모를 꾸미고 있다. 그리고 민 의를 대변한다는 의회는 본 연맹이 청원한 장애인 인권 선언제정도 창고 속에 쳐 박아 놓고 있다. 또한 국민들과 장애인들을 속여 가면서 까지 소위 장애인들을 속여 가면서 까지 소위 장애인 등록사업을 통하여 장애인복지정책을 하는 것처럼 하다가 이것마저 전시행정으로 흐지부지 하고 말았으며 심지어 장애인 올림픽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조작에 의한 당첨을 자행함으로써 복지를 위한 행정이 아니라 속임수를 위한 행정을 하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이것은 현 정권이 겉으로는 민주주의와 정의를 표방하면서도 그 본질은 비민주적이고 불 의한 정권임을 스스로 폭로한 것이다. 나아가서 정권의 유지를 위해서는 장애인들마저 이용하는, 즉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부도덕성과 파렴치함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민족의 분단장애를 극복하고자 하는 국민적 통일운동을 탄압하고, 부자유와 부정의의 장애를 극복하고 자유와 정의의 건강한 민주사회를 이루려는 민주운동을 짓밟고, 공권력이 아니라 재벌의 하수인이 되어 노동자를 적처럼 진압하는 현정권에서 장애인의 복지정책을 촉구하는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장애인들의 생존권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장애인올림픽에서 얻어진 막대한 재원으로 생존권적 차원의 복지와는 거리가 먼 소위 체육법인을 만들어 기득권자들로 하여금 자리를 차지하도록 하였으며, 사이비 자선사업가들은 장애인들의 복지와는 관계없는 감상적 행사에 장애인들을 강제 동원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 4·16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평화적으로 장애인복지촉진대회를 하던 전국지체부자유대학생연합회, 전국 특수교육학과연합 및 사회사업학과협의회 학생들을 전투경찰을 동원하여 무자비하게 구타함으로써 많은 장애인 학생들을 다치게 한 사실 및 민족을 위하여 희생한 상이군경들을 이용하여 정권유지를 위한 조작된 행사를 치르도록 음모하는 등 장애인들의 자존심까지 건드리는 만행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 400만 장애인들은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맞이해야 할 장애인의 날을 분노와 비통함으로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분노와 비통함을 억제하며 다시 한번 현 정권 및 위정자들에게 우리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본권리를 위하여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천명한다.

1. 정확한 장애인 숫자 파악을 위한 조사를 즉각 실천하라!
1. 장애인고용촉진법을 즉각 제정·시행하라!
1. 심신장애인 복지법을 전면 개정하라!
1. 국회는 한국장애인인권선언을 즉각 제정 공포하라!
1. 대통령직속기구를 폐지하고 순수민간 단체로서 장애인 복지정책 연구기관을 설치하라!
1. 장애인 복지를 전담할 전담 부서를 즉각 신설하라!
1. 장애인들에게 폭력을 이용한 경찰은 즉각 사과하라!

작성자함께걸음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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