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소리] 우리는 끝내 하나가 되리.. > 지난 칼럼


[붓소리] 우리는 끝내 하나가 되리..

본문

Ⅰ.
벌써 동이 터 온다.
몇 시인지 시계를 본다. 4시 30분! 밖의 풍경은 어둠부스러기조차 벗어 던지고 부슬부슬 비 오는 새벽을 준비하고 있었다.  쪼그리고 잠이든 전국지체부자유대학생연합회 (전·지·대·연), 전국특수교육과 연합회(전·특·연), 서울·경인지역사회사업학과, 복지학과 대학생 대표자협의회(사·대·협) 서울경인지역 장애인연합회(서·장·연) 집행부들의 친구들을 보며, 일어났다. 원우(전·특·연 회장 ; 공주사범대 특교과)는 깨어 있었다. 아마도 서울역에 도착하는 대구 대학우들을 마중가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일 것이다.
밤 3시가 넘도록 졸은 잠을 쫓아내며 오늘 집회에 대해 난상 토론을 벌였고, 진행준비사항 하나 하나의 검토에 결론을 내리고 조금 전에 눈을 붙였던 것이다.
개인적 친분이 별로 없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백년지기의 친구처럼, 다정스러웠던 친구들, 하나 하나의 안건에 철저히 고민하고 만전을 기했던 친구들, 누구 알아주어서가 아니며, 누구를 위한다는 것도 아니며, 무엇을 바라서도 아닐 것이다.
이 땅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억압받고 경제적으로 가장 착취당하는 (아니 착취 대상에서조차 제외된), 그리고 사회적으로 철저히 소외된 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삶에 대한 신념에서 우러나오는 확신일 것이다. 한쪽에 마련된 잠자리에서는 지금도 십 여명이 곤히 잠에 취해 있다. 오늘 해야할 사항을 정리하며, 원우(전·특·연 회장), 형아(단국대 특교과 홍보부장)와 함께 서울역을 향해 움직였다.

Ⅱ.
작년 사업속에서만 진행 되었던 논의 구조가, 좀 더 발전하여 논의구조를 상설화 하면서, 전·지·대·연, 전·특·연, 사대협이 보다 구체적인 사업을 모색하게 되었다. 이러한 연결선상에서 1989년 제 9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본질적인 사업을 통해 조금이나마 장애인의 복지증진에 기여하자는 문제제기에 동의하면서 급속도로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두 차례의 전체 준비모임 속에서 형태는 전국적으로 동시다발적인 집회를 하고, 심신 장애인 복지법, 장애인고용촉진법, 국회 미 통과와 정부의 기만적인 복지정책을 폭로하는 내용을 가지고 행사를 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서울에서는 국회 앞에서 대전은 대전공업대학에서, 부산은 용두산 공원에서 집회를 갖기로 했다.

Ⅲ.
4월 16일 오후 2시 국회 앞!
선연한 두 개의 대형 플랭 카드가 사람너머로 펄럭였다. 하나, 둘, 삼삼오오 손을 잡고 우리는 모이었다. 우리에게 부과된 투쟁의 대의가 이토록 찬연한 결사의지로 모아졌다는 것은 감동 이전에 가슴을 에이는 아픔이었다. 결사의지로 장애인권과 장애해방을 외치는 우리들의 순결한 가슴 앞에는 모든 것이 거짓되고 부패한 것들뿐이었다. 누군가 이 땅을 어둠, 동토의 땅이라 했다. 우리들 역사의 흐름에 옳음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전진하는 한 결국 암흑을 암흑이라 부르지 않아도 되리라. 그것은 새벽을 향해 달리는 그것도 맨손 맨발로 달리는 사람들이 있기에 어둠이 두렵지 않은 까닭이다.
우리들의 싸움이 정리되고, 그럴 적마다. 뻥 뚫린 가슴으로 매운 바람이 불어 닥쳤고, 우리 언 손에는 서로를 쓰다듬어 줄 감각조차 사그라져 갔다. 그러나, 싸움에 참여했던 터진 입술을-, 손가락 마디마디에서 울컥 맺혀 나오는 땀방울을-, 목이 쉬도록 불렀던 노래들을-, 비록 크고 작은 내용물을 움켜쥐고 예전의 틈바구니에 끼어 들고, 수많은 충격과 고달픔으로 자질구레한 즐거움을 떠올리며 이대로 덧칠만 해 나갈 수는 없다. 옳음에 대한 확신이 있는 한 이 땅의 흙더미에 심은 장애해방의 나무는 하늘 높이 푸르게 자라날 것이다. 꽃이 피는 소리, 열매가 알알이 여무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작성자신용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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