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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이 가장 진보적인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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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완전한 사회참여가 이루어져 모든 장애우들이 적성에 맞는 직업을 갖는 유토피아를 꿈 꾼 적이 있었다. 이 유토피아는 여전히 유효한가, 결론은 아니다. 결국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고용촉진법이 제정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장애우 고용에 있어서 깜빡이는 적신호는 풀리지 않고 있다. 장애우에게 취업은 여전히 높은 문턱이며, 그나마 취업도 단순작업 위주의 하청업체에 집중되어 있고, 그래서 어렵게 취업이 된다고 해도 견디지 못해 뛰쳐나오는 장애우 수가 반이 넘고, 근근히 유지되던 소규모 작업장들은 고용장려금 삭감으로 고사 위기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지금 심하게 얘기하면 장애우 고용은 정상이 아니라 빨래 짜듯 쥐어짜는 변칙적인 고용에 의지해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다 잠시 눈을 미래로 돌려보면 장애우 고용에 있어서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생산성 문제만 하더라도, 이제 산업 전반은 생산성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첨단산업으로 급격하게 이동해 가고 있다. 필연적으로 일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정부가 장애우를 배려한다 해도 비좁은 취업문은 좀체 열리지 않을 것이다.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이제 누구도 고용을 장애우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 장애우, 특히 버려진 중증장애우 문제를 어찌할 것인가.
결국 돈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장애우 특히 중증장애우에게 장애연금을 지급해서 장애우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연금 지급은 누가 뭐래도 가장 진보적인 장애우 정책이다. 왜 그런가. 
장애우 문제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장애우에게 가해지는 차별의 근본적인 뿌리는 장애가 다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장애가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장애로 인해 수반되는 가난이 더 근본적인 차별의 뿌리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대다수 장애우들이 빈곤상태에 처해 있고, 그래서 도와줘야 한다는 인식이 차별의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하게 하는 본질적인 이유인 것이다. 그런데 장애우들이 일자리를 통해 빈곤을 벗어나는 길은 굳게 막혀있다. 그럼 대안은 뭔가, 연금 지급 밖에 또 다른 대안이 있는가,     

정부가 이 정책 저 정책 찔러보고 한국형 장애우 복지 어쩌고저쩌고 하지만, 결론은 선진국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일본이나 미국같은 선진국에서 단순히 돈이 많아서 장애우에게 연금 형태로 소득보장을 해주는 건 아닐 것이다. 다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

냉정하고 단순하게 말해서 장애우 복지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은 정부 재정으로 장애우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연금 지급으로 장애우가 빈곤에 허덕이지 않게 기본선 이상의 삶을 보장해 주면 그걸로 끝이다. 나머지는 어떤 삶을 살든, 시설에서 살든, 지역사회에서 살든 장애우 본인 선택이다. 이게 냉혹한 자본주의국가에서 장애우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배려일 것이다.

어찌됐건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 11위 국가이고, 국가가 이 정도 부를 축적했다면 당연히 그 과실은 그 사회의 취약계층에게 우선 돌아가야 한다. 정부가 입만 열면 얘기하는 부의 재분배와 사회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도 장애 연금 지급을 미룰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연금 지급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먼 장래에 그것도 연금이 아닌 수당 형태로 월 20만원 미만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장애우 문제에 대한 안이한 인식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정부는 연금 지급 불가 이유로 형평성과 예산부족을 앞에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다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이유를 내세워 장애우를 기만하기 전에 이 정부가 장애우에게 야만적인 정부인가, 아닌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먼저 답해야 한다.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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