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에서 보호의 실체는 과연 뭔가 > 대학생 기자단


시설에서 보호의 실체는 과연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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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들은 왜 수용시설에 있는가, 아니 왜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것이 무척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가,

이번 호 함께걸음을 보면 복지부가 내년에 62개의 장애우 수용시설을 새로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오는 2009년까지 모두 158개의 수용시설을 더 건립하는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온다.

기사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복지부는 시설 한 개소 당 장애우 100명 입소를 기준으로 158개 시설에 총 1만5천806명의 장애우들을 2009년까지 추가 입소시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우선 내년 예산으로 385억원을 배정했고, 시설 건립 관련 예산이 이미 정부내에서 상당한 합의가 이루어져 추가 예산 확보에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담당자 말이다.

그러면서 복지부는 이렇게 대규모로 시설 건립에 나서게 된 이유를, 장애우 복지 민원의 주된 내용이 중증장애우들을 보낼 곳이 없다는 장애우 부모들의 민원이라며, 결국 부모들의 요구에 부응해서 대규모 시설 신축 계획을 세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수용시설은 제아무리 좋게 얘기하고 포장해도 결론은 장애우들을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복지부의 시설 추가 건립 계획을 미친 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여 비난할 수밖에 없다. 덧붙여 시설 건립을 요구하는 부모들의 태도도 문제가 많다고 얘기할 수 있겠는데,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시설 건립에 대한 문제제기 이전에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사회가 중증장애우를 바라보는 시각의 수준, 즉 인식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부모들이 시설을 원하고 있는 배경에는 과연 무엇이 있나, 단순히 장애우를 보낼 데가 없어서 시설을 요구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부모들은 자신들을 대신해 장애를 가진 자녀를 정부가 보호해줄 것을 원하고 있다. 그러면 부모들이 원하는 보호의 실체는 과연 뭔가,

유감스럽지만 현시점에서, 시설에서의 장애우 보호는, 단순하게 말하면 먹고 자는 것에 그치고 있다. 그 외에 아무것도 없다. 시설에서 먹고 자다가 죽어서야 겨우 시설을 벗어날 수 있다. 이 점을 부모들도 잘 알고 있다. 결국 부모들의 장애우 자녀에 대한 삶의 기대치는 시설에서 먹고 자는 것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시설을 떠나 사회에서의 중증장애우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중증의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 먹고살기만 하면 됐지 뭘 더 바라느냐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지금이 60년대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도 아닌데, 우리 사회는 유독 중증장애우에게만 먹고 자기만 하면 된다는 단순한 삶의 방식을 당연시하고 있다. 그래서 지원도 겨우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만 하고, 시설을 만들어 집단으로 격리시킬 계획만 세우고 있다. 참으로 무섭고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중증장애우들이 사회의 기대를 뛰어 넘는 많은 것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인간으로 태어난 만큼 인간의 존엄을 확인 받기를 원한다. 인간의 존엄은 단순하게 먹고 자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다른 영역이 있고, 그건 장애우가 먹고사는 것을 기본으로 무슨 일을 할지, 어디서 살지, 어떻게 여가를 보낼지 선택권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비로소 충족될 수 있을 것이다.

결코 배부른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잣대를 비장애우에게 돌려 만약 당신이 일생을 단순하게 먹고 자는 것으로 만족하고 살아야 한다고 강요하면 거기에 선뜻 동의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장애우도 마찬가지다. 비록 장애를 가진 게 다른 점이지만 장애가 이유가 돼 시설에 수용돼서 단순하게 먹고 자면서 일생을 보내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지긋지긋한 삶의 방식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복지부는 이제 시설 신축만 남았다고 떠들고 있는데, 누가 이 죽음으로 가는 열차를 멈추게 할 것인가, 지금 시설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명제가, 허공에 흩뿌려져 점점이 흩어져서 날아가고 있다.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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