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복지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 지난 칼럼


아무도 복지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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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교통부가 서울 강남구 세곡동과 강동구 상일. 하일동에 조성하려던 7천500가구 규모의 국민임대주택단지 건설 사업에 대해 중앙도시계획위원회가 부결판정을 내려 임대주택 건설이 무산되는 일이 일어났다.

언론들은 일제히 그린벨트 훼손과 주민 반대를 이유로 들어 중도위의 이번 결정은 백 번 옳았으며, 정부의 임대주택 정책이 문제점투성이라고 지적했다. 어느 언론도 부자들이 사는 동네인 서울 강남에 서민들의 집인 임대주택 건설을 무산시킨 중도위의 결정을 비난하지 않았다.

왜 정부가 그린벨트 훼손이라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강남에 임대주택 건설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속사정과, 현 시점에서 임대주택이 아니면 기본권인 서민들의 거주 공간에 대한 대안은 과연 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일절 생략된 채 언론들은 정부의 100만 가구 임대주택 건설이 졸속 추진되고 있다며 비난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서울 강남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임대주택 건설이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은 본지에서도 예전에 취재를 통해 확인했지만 정부의 졸속추진이 문제가 아니라 가진 자들과 가진 자들의 눈치를 보는 지방자치단체의 님비 현상 때문이다. 가진 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이 옆 동네에 이사 오는 것을 거부하는 것, 이게 임대주택 건설 무산의 근본적인 배경인 것이다.   

임대주택 건설 무산 사태에서 보듯 사회의 공기라고 자처하는 언론을 비롯해서 누구도 가지지 못하고 힘없는 장애우 등 서민들의 주거 복지에 대해 말하지 않고 있다. 서민들 편에 서서, 비가 줄줄 새는 지하 셋방에서 사는 것은 인권유린이기 때문에 주거 복지를 위해 임대주택 건설이 꼭 필요하고, 임대주택 정책에서 오히려 문제는 서민들이 감당하기 힘든 임대료기 때문에 정부가 더 많은 재정을 투여해 임대료가 저렴한 임대주택을 건설해 보급해야 한다는 지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세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금기로 여겨지고 있는 말이 있는데 바로 소외계층 복지를 위해 세금을 더 많이 거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언론의 부추김으로 인해 사람들은 세금 얘기를 꺼내면 알레르기를 반응을 보이며 경련한다. 복지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 자연스럽게 세금 폭탄을 연결 지어 사고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재원 마련이 없는 복지는 허상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관련 세금이 됐건 뭐가 됐건 아주 단순하게 말해 세금을 많이 거두면 어쨌든 소외계층 복지는 증대한다. 세금의 양과 복지의 질이 비례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기초적인 상식인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는 사회양극화와 빈부격차 심화의 문제도 결국은 기본적인 복지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아서 겪고 있는 홍역이기 때문에, 복지에 쓰일 세금을 지금보다 더 거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법도 한데, 복지세 얘기 대신 세금 폭탄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가 횡행하고, 나아가 일부에서는 섣부른 복지병을 얘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역시 소외계층이 어떤 악조건 속에서 살고 있는지 실체에 대한 고민 없이, 가진 자 입장에서 속 편하게 하는 말들이라고 비난할 수 있다. 가령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권리에서 배제된 장애우가 한 달 7만여원의 장애 수당과 30여만원 남짓한 생계비로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다고는 누구도 믿지 않을 터인데, 이런 실정에서 어떻게 세금 폭탄과 복지병 얘기가 나오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복지는 인간으로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이다. 그런데 지금 장애우 등 소외계층에게는 언제쯤이면 삶이 나아진다는 청사진 제시도 부재한 실정에서 심하게 말하면 그냥 견디라는 사실상의 강요만 존재할 뿐이다.
사회에서 어느 한 쪽이 부를 영위하는 것은 다른 한 쪽의 희생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역시 기본적인 상식인데, 지금 우리 사회의 가진 자들은 임대주택 건설 문제와 세금 문제에서 보듯 부의 재분배에 지나치게 인색한 것이다. 

말 없는 다수는 침묵하고 있고, 장애우 등 소외계층도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고, 누구도 복지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고 있다.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해 봤을 때 일자리 창출을 통한 복지는 한계가 있고, 결국 공동체 구성원들 부담으로, 말하자면 국민 세금으로 한계상황에 이른 국민을 먹여 살리고 보듬을 수밖에 없는 사회가 도래하고 있는데, 어떻게 세금을 거둬서 어떤 복지 인프라를 마련할 지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면 가장 밑바닥에서 신음하는 이들의 고통은 과연 누가 해결해줄 것인가, 지금 바로 복지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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