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소리] 이제는 하나되기 위해 스스로 변해야할 때다 > 지난 칼럼


[붓소리] 이제는 하나되기 위해 스스로 변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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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를 보는 사회의 시각은 시대의 변천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인문주의 철학, 통합교육, 사회 및 교육정책 등에 큰 힘을 얻었지만, 장애우 스스로의 교육 및 운동, 예술활동 참여 등의 노력도 큰 몫을 차지했다. 그러나 아직도 장애우와 비장애우를 구분해서 보는 대중의 시각은 여전하다. 소아마비로 인해 휠체어에 의지하던 루즈벨트 대통령이 일본 천황으로부터 항복 조인을 받아내기 위한 ‘Missouri호’ 선상에서의 모습을 보면서, 베토벤이 청력을 잃은 상태에서 작곡한 불후의 명곡 ‘운명’을 들으면서, 의정활동에서 항상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성재 의원을 보면서 우리는 그들이 장애우라고 느끼지 못한다. 유명인사들이기 때문일까? 아니다.

  우리는 이러한 경우를 주변의 평범한 장애우들을 통해서도 종종 보게 된다. 휠체어로 세계 곳곳을 누비는 박대원 씨의 기사를 보면서, 청각장애 발레리나 강진희 양이 열연한 작품 ‘돈키호테’의 결혼식 장면을 보면서 역시 나와 이들의 차이를 그다지 느끼지 못한다.

  하나되는 세상이란 이처럼 모든 장애우가 비장애우들에 의해서 서로 다르지 않다고 느껴지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회통합(Integration)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데, 완전한 사회통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조건이 성숙되어야 한다.

 

  첫째, 장애우를 위한 입법과 정책수립 ․ 집행을 위한 전문가 집단이 형성되어야 한다. 우리는 역대 대통령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장애우를 위해 제시한 화려한 공약들을 들어왔으나, 당선 후 재임기간 동안 만족스럽게 공약을 이행한 대통령을 보지 못했다.


  필자는 그 원인을 바로 전문가 집단 형성의 실패에서 찾고자 한다. 1960년대 미국의 장애우교육국이 설치되고 장애우를 위한 권리장전이라고 하는 PL 94-142(전장애아동교육법)를 제정함으로써 장애우의 복지 향상에 큰 전환점이 된 것은 전문가 집단의 중요성을 말해 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다.

 

  둘째, 국가는 장애우가 비장애우와 함께 생활하는 사회 건설을 위해 제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합당한 예산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한 자료를 참고하면 ‘99년도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지출규모는 GDP 대비로 볼 때 선진국들의 20%에도 못 미치는 정도이다. 국가 재정의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이 예산이 증액되지 않고는 바람직한 사회통합을 실현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예산 편성시 복지 선진국의 예처럼 사회복지비를 우선 배정하는 노력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셋째,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성공적인 통합교육(mainstrea-ming)이 전제되어야 한다. 통합교육은 특수교육진흥법에 명시되어 있고 각급 학교에서 시도하고 있지만, 거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합교육에 의해서 사회통합을 이루려면 이에 대한 심도 깊은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며, 통합교육의 제반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의 예산 지원, 장애 학생 및 일반 학생 부모에 대한 교육, 사전교사 교육 및 현직교사 교육, 지원 프로그램의 개발 등이 합해진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교육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넷째. 장애우를 위한 복지의 궁극적 목표인 완전한 사회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서 사회적 ․ 물리적 장벽이 제거되어야 한다. 장애우들이 사회생활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장애자체 때문이 아니라 장애를 둘러싸고 있는 제약적인 환경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일반 대중이 가지고 있는 장애우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다. 또한, 정부차원에서는 1980년대 후반에 등장한 복지소비자의 권리에 따라 장애우들도 비장애우와 동일한 또는 부가적인 욕구를 지닌 존재임을 인식하여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제공하기 보다는 복지서비스의 소비자로서 장애우들의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내용으로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이상의 여러 노력과 더불어 진정한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장애우 스스로 달라져야 한다. 장애우 스스로 장애를 인정하고 항상 수혜를 받아야 한다는 수동적인 입장에서 탈피하여 경제 주체로서 사회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 달 함께걸음에서 논의된 바와 같이 장애우 스스로 ‘동정은 싫다(no pity)' 운동이 전개되어야 하며 다른 사람들이나 단체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에 의해서 위의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노력함으로써 장애우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제도 ․ 입법 ․ 사회적 제반 서비스를 위해 스스로 노력과 투쟁을 시도해야 하고 좀 더 적극적인 생활 태도와 열린 마음으로 일반 대중 속으로 스며들어야 할 것이다. 

 

 

                                                                             글/ 김의수 (서울대학교 교수, 한국특수체육학회 회장) 

작성자김의수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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