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을 벗어나기 위한 과제들 > 대학생 기자단


시설을 벗어나기 위한 과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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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하게 말하면 장애인에게 있어서 인권 복지의 역사는 시설과의 투쟁의 역사라고 해도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세계의 장애인 인권 복지 역사도 큰 틀에서는 시설과의 투쟁의 역사라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를 비롯한 한쪽에서는 사회에서 격리된 거대한 수용시설을 짓고, 장애인들에게 거기에 들어가 살라고 다그쳐 왔고, 장애인들은 시설 중심의 정책에 저항해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난한 투쟁을 벌여 왔고, 지금도 싸우고 있다.

이동권 확보, 교육권 확보, 활동보조인 확보, 연금 확보, 작업장 확보 등 현재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장애인 운동은, 장애인 내적으로는 무능한 존재로 낙인찍혀 격리된 채 시설에 보내지지 않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발버둥 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지만, 장애인들이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관리하기 편하다는 이유 때문에 시설 중심의 장애인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장애인들의 시설과의 투쟁의 역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올해부터 시행되는 활동보조인 지원제도에서 작은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상당수의 중증장애인들이 시설이 아닌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활동보조인 지원제도만으로는 장애인들의 시설 격리 수용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복지 제도가 보완돼서 시행되어야 하는데, 정부와 국회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국회 보건복지위 상임위를 통과한 두 개의 법안이 있다. 바로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노인수발보험법안이다.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연금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인들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는데, 같은 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장애인들은 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노인수발보험안은 누구보다도 수발서비스가 절실하게 필요한 중증장애인들을 제외하고 노인들만을 대상으로 수발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들 법안 통과로 시행이 예정되어 있는 복지제도가 새로 장애인들을 위해 만드는 복지 제도가 아니라, 취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연금과 의료서비스의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시행하는 복지제도인데 유독 수혜 대상에서 장애인을 제외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누가 봐도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 아닐 수 없다 시설과 관련지어 따져보면 장애인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연금과 수발서비스 모두 장애인들이 수혜 대상에 포함되면,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사회에서 살 수 있는 근거와 버팀목이 될 수 있는 복지 제도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국회는 장애인에게 활동보조인 지원 제도라는 떡을 하나 줬으니 먹고 떨어지라는 건지, 아니면 늘 그래왔듯이 장애인을 무시해서 인지 몰라도 두 가지 지원 제도에서 장애인을 제외시키려 하고 있다. 이는 절대 간과 될 수 없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이 문제와 연계해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기초생활보호대상자 장애인이 아니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게 거의 없는, 보편적 복지 제도의 실종에 대한 문제 제기다. 물론 일차적으로 시설에 보내질 수밖에 없는 위기 상황에 놓여 있는 장애인은 기생법 수급자 장애인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가 기생법 수급자 장애인을 우선 대상으로 수당과 활동보조인 지원 제도 등의 복지제도를 실시하는 것은 일면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장애인 복지가 지금처럼 여기까지이고 앞으로 더 나가지 않는다면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단적으로 기생법 수급자가 아닌 일반 재가장애인들에게 지금처럼 아무 대책이 없고, 복지가 없다면 결국 또 다른 필요에 의해서 재가장애인들은 시설에 보내질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장애인 인권 복지 역사의 막을 수 없는 대세는 누가 뭐라 해도 탈시설이다.

어떤 정책과 복지 제도가 장애인들의 탈시설화를 가능하게 할 지, 장애인 관련 정책과 제도는 모두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서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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