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봉사명령 시행 2년, 명과 암 > 대학생 기자단


사회봉사명령 시행 2년,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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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행제도의 혁신 사회봉사명령제

올해로 사회봉사명령이 시행된 지 2년째이다. 사회봉사명령은 범죄자를 징역형보다는 사회 속에서 봉사를 통해 교화시킨다는 취지로 70년대 선진국에서 활발하게 도입된 제도로 국내에서는 지난해 1월 8일부터 실시되었다. 도입 초창기에는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이들이 활동할 장소가 부족하는 등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재범률이 현격히 낮아졌고 교정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절감을 이루는 등 바람직스럽게 정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회봉사명령이 가져온 순기능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지난해 포항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3백시간 사회봉사명령을 선고 받았던 박모 군의 경우이다. 박모 군은 폭력을 일삼던 성격의 소유자로 포항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장애우와 함께 하면서 처음에는 마지못해 시간만 때우는 등 나태하기 짝이 없었지만 차츰 궂은 일도 도맡아 하는 성실한 봉사자로 변신을 해나갔다. 그가 사회봉사를 마친 후에 복지관 측은 정식 직원으로 특채까지 했다.

이밖에도 좋은 사례들이 많다. 개인의 능력 직업 환경에 따라 적절한 일거리가 주어지는 사회봉사명령의 성격에 따라 퇴폐이발소 업자에게는 이발봉사 활동을, 스킨스쿠버에게는 하천 오물 작업을,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몰래 내버리는 사람에 대해서는 고속도로변 쓰레기 줍기, 농부에게는 자신의 농기계로 일손이 부족한 농가 돕기가 부여된 다양한 사례들이 있다. 최근에는 미성년자 윤락업소 고용, 음란·퇴폐사범 등 각종 청소년 유해범죄 사범들에게 불우청소년들의 생활부조, 청소년 유해업소에 대한 계도문을 배포하게 하고 ‘자녀 안심하고 학교 보내기 운동 활동’을 벌이게 하는 기발한 방법이 도입돼 눈길을 끌고 있다.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들이 가장 긴요한 역할을 하는 곳은 대규모 인력이 필요한 곳이다. 올해 수해 때에는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들이 대거 파견되어 톡톡한 몫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경제난 때문에 이들의 파견을 꺼려했던 공공기관들의 파견요청도 잇달고 있다.

사회봉사명령이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이를 응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육군 제32보병사단은 영창수감자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군대판 사회봉사명령제를 도입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시흥의 문일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의 계도를 시설 자원활동, 교내 청소 캠페인 등으로 대체시키고 있다. 자녀의 학원폭력이나 비행에 대해 부모가 연대책임을 지는 방법으로는 강제수강명령이나 사회봉사명령 등이 적당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고 심지어는 10월 모일간지 여론조사에서는 일 안하는 국회의원도 사회봉사명령이 내려져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사회봉사명령제 관리체계 허술로 부작용도 많아

그러나 사회봉사명령이 아직은 초창기여서 많은 문제점들을 노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봉사명령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고 대상자가 급증하는 데 비하여 이를 관리할 인력은 태부족이어서 제대로 통제가 되지 않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사회봉사명령을 형벌이 아닌 단순한 봉사활동으로 착각해 선고를 받고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태만히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동안 사회봉사명령 불이행으로 집행유예가 취소돼 구속된 사람이 5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7명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또 하루 평균 사회봉사명령이 집행돼야 할 형 확정자 2백여명 가운데 25%인 50여명이 갖가지 사유를 들어 사회봉사에 불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응하는 유형도 여러 가지다. 사회봉사명령 수행 도중, 고스톱을 치거나 술을 마시는 경우도 있고 친형을 대리출석 시키거나 일당을 주고 사람을 고용하다 적발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죄를 뉘우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해 강제구인이나 정식구속이 된다.

작업에 장기간 불참하거나 시간 때우기를 하는 경우는 흔한 사례에 속한다. 지난 8월 서울시립요양원은 서울보호관찰소에 더 이상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를 받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곳을 거쳐간 대부분이 고작 30여평 남짓한 텃밭 고랑을 고르거나 노인들의 말벗이 돼주는 일을 하면서 불평만 늘어놓고 게으름을 피워 직원들이 오히려 눈치보며 일을 시키는 실정이었다. 환경정화업무를 맡기던 한강관리사업소측도 작업장을 몰래 빠져나가 화투판을 벌이는가 하면 아침에 출근사인만 한 뒤 사라졌다가 저녁에 퇴근사인하는 경우가 많아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최근에는 버려진 중증장애아동을 수용하고 있는 H아동복지관에서도 보육사들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몹시 불량스런 태도마저 보여 두려움 속에 일을 시키는 실정에 이르자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를 사절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현재의 체계에서 해소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올 한 해만 하더라도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사람이 2만 명이 훨씬 넘는데 이를 관리할 직원은 극히 적다. 보호관찰제도가 성인 형사범에 확대실시되면서 지난해에 비해 사회봉사명령 대상자가 2백%나 증가했음에도 보호관찰 공무원은 3백22명에 불과해 1명이 연간 1천2백50명을 집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사회봉사명령을 집행하는 보호관찰소에서는 봉사기관의 민간인 직원 한사람을 담당자로 정해 봉사자들을 간접관리하고 있으나 보호관찰소 직원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순회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일선 담당자들이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이들을 감독하라고 하지만 이와 관련해 한 번도 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고 대상자들을 산 속에 풀어놓으면 가시권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사실상 통제하기가 어려워 시간 때우기 식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는 형편이다.

최근에는 IMF 영향으로 생업에 어려움을 겪어 불응하는 이도 많다. 하루 생계가 시급한 형편에서 주로 대낮에 이루어지는 사회봉사명령은 대단한 부담이 되는 것이다. 또한 교통사고나 단순폭행같은 경범죄의 경우 자칫 사회봉사명령 때문에 직장을 잃게 될 수도 있다. “교통비가 없어 차라리 교도소로 보내 달라”,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하다 직장을 잃은데다 살 집도 마땅치 않아 도저히 사회봉사명령 시간을 채우지 못하겠다”, “중요한 수출상담건이 있어 이를 마무리 짓고 사회봉사명령을 받을 수 없겠느냐”는 하소연이 잇달고 있고 “직장 구할 시간도 모자라는데 봉사명령을 어떻게 지킬 수 있느냐”, “야간에만 할 수 없느냐”, “분할근무는 안되느냐” 등 요구도 가지가지다. 선진국의 경우처럼 경범의 경우 생업을 고려해 적절한 시간대에 배치한다던가 자택에서 가까운 경찰서, 교도소, 관청의 야간 경비같은 규율있는 일감을 주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일부에서는 사회봉사명령제에 대해 부정적의 견해를 밝히기도 하지만 사회봉사명령제는 우리나라의 형행제도 역사에 있어서 진일보한 제도인 것만은 분명하다. 다만, 이를 철저히 관리할 인력이 시급히 충원되어야 하고, 운용에 있어서도 민주적이어야 한다. 행정 편의주의로 대상자들을 의도적으로 남들이 꺼려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강제노역시킨다는 인상을 풍겨서는 교화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매스컴의 지나친 이승연 씨 동정

인기 탤런트 이승연 씨가 라파엘의 집에서 받고 있는 사회봉사명령 수행이 요즘 갑자기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본래부터 이 씨의 죄질에 비해 법원의 판결이 유명인 봐주기로 지나치게 관대했다는 논란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매스컴의 호들갑으로 이승연 씨가 죄값을 치르는 것인지 아름다운 봉사활동을 펼치는 것인지 헛갈리게 한다.

지나 11월 2일 법사위의 서울고법 국감에서 국민회의 조순형 의원은 여러 차례 면허시험에서 떨어지는 사람이 부지기수인데 법정에서 불손한 태도까지 보인 이씨에 대해 법원이 너무나 관대한 처분을 내렸다며 질타했다. 대중들의 반응도 차디차다.

“자청한 봉사활동도 아니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잘못을 깨달아라 하는 의미인데 왜 칭찬하는가. 어째서 그녀가 힘들어한다는 것만 자꾸 언급하는가. 그리고 목욕하는 장면까지 적나라하게 뉴스나 연예프로에 공개되야 했던 그 뇌성마비아. 아무리 어린아이지만 목욕하는 장면을 그렇게 공개해도 되는 건가. 그녀의 사회봉사가 무슨 대단한 뉴스거리인냥, 카메라와 조명과 마이크를 들이댄 기자라는 사람들. 게다가 CF소득 10억에 매겨진 세금 3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달라는 어거지 소송을 한 그녀가 과연 반성하는 사람의 모습인가? (나우누리 아이디 lucinde)"

그럼에도 매스컴은 기이하게도 이승연 씨의 기사를 마치 미담기사 다루듯이 하고 있다. 10월 18일자 스포츠조선은 ‘반성의 80시간 연예인들 고통분담’이라는 제목으로 ‘이승연 씨가 봉사활동을 할 때 스타들이 동참할 계획’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여성 탤런트 C모 씨는 우울증까지 생길 정도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이승연 씨가 사회봉사를 마치고 재기할 때까지 고통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했다. 이승연 씨가 활동을 시작하던 날에는 보도진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어 취재경쟁을 벌였고 취재진들은 즉석에서 단체봉사활동에 나섰다고도 한다.

특히 SBS 한밤의 TV연예 등 연예 프로그램에서는 안타깝다, 핼쓱하다, 화장기없는 얼굴 운운하며 시종일관 동정의 태도를 보냈고 11일 밤 MBC방송 연예프로에서는 눈물로 읍소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SBS의 연예 특급 통신에서는 이승연의 봉사활동 상황을 매일매일 취재한다는 공언까지 했다.

마치 온 매스컴이 이승연 씨 명예회복에 앞장이라도 서는 듯하다. 매스컴이나 동료들의 이러한 태도는 전혀 적절하지 못하다. 사회봉사명령은 범법자를 사회봉사활동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홀로 반성할 기회를 주고 건전한 사회인으로 서게 하는 목적이다. 이승연 씨는 운전면허증 불법취득이라는 상식이하의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로서 당분간 근신을 해야 할 입장이다. 그런데 어느덧 그녀가 숭고한 선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충분히 왜곡되고 있다. 특히나 이러한 미화작업에 장애아동들이 수단으로 쓰이게 된 것은 몹시 불쾌하다.

들리는 풍문에 의하면 이승연 씨는 동료의 도움 요청이나 취재를 원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4월 박지만 씨가 마약복용 혐의로 사회복지법인 우성원 사회봉사활동 명령을 받았을 때도 언론에서는 취재경쟁이 벌어졌었다. 매스컴의 극성에 박 씨는 “사진 찍거나 인터뷰 하지 마세요”, “제발 이제 나를 좀 가만 놔 두세요”라며 하소연을 했다. 매스컴의 속성은 언제나 화제를 쫓기 마련이지만 이는 당사자에게도 결코 도움이 안되는 것이고 사회규범을 왜곡시키는 일에 매스컴이 앞장 서는 듯한 인상을 줄뿐이다. 또한 이승연 씨 취재과정에서 대부분의 매스컴이 봉사활동과 사회봉사명령을 구분없이 사용해 대중들을 혼동시키고 있는 점도 시정해야 할 일이다.

작성자이현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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