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운 선진국의 복지고민과 장애우 장관의 영향력 > 대학생 기자단


부러운 선진국의 복지고민과 장애우 장관의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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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8년을 맞는 장애우 복지의 전망은 안개 속과 같다. 소외 계층의 대변자로 일컬어지던 김대중 씨가 당선된 것에서 복지에 대한 희망을 갖게도 하지만 IMF한파라는 약재가 그의 정책에 어떠한 작용을 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IMF한파는 장애우 고용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부산지역 장애우 구인업체 수가 대폭 줄었고 구인업체가 필요로 하는 자리도 12월의 경우 예년 평균 50여 개에서 20여개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IMF의 여파는 장애우의 편의환경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요즘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장애우와 노인들은 무척 두려워진다. 지하철 역 마다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며 에스컬레이터 운행을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1월 13일 현재 1~4호선의 24개역 중 17곳, 5.6.8호선 38개역 중 14개역이 운행을 중단하고 있다. (1/14) 당국에서는 요청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역무원이 에스컬레이터을 작동시키고 있다고 하지만 어느 곳도 이러한 내용을 알 수 있게 하는 안내방송이나 표지판을 설치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1/23 MBC-TV 여러분 잠깐만)
 장애우를 둘러싼 불미스러운 사건도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다. 제주에서는 모 장애우 단체 간부가 9개월 만삭의 여성장애우를 성폭행한 사실이 밝혀졌고(1/21), 1월 5일에는 지체장애인협회 소속 장애우가 한국전력공사 소속 청원경찰들과의 몸싸움 끝에 사망했다. 이렇게 어수선함 속에서 장애계는 다시 새해를 맞았다.


 격세지감 느끼게 하는 언론의 김 당선자 영웅화

 한때 사상이 의심스러운 요주의 인물쯤으로 몰아갔던 여론이 김대중 당선자를 하루아침에 영웅으로 돌려세우고 있다. 매스컴은 하루가 멀다 하고 김 당선자의 지도력을 칭송하기에 침이 마를 새가 없다. 시속의 새털처럼 가볍고 급속한 변화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특히 김 당선자를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은 이전까지의 지도자와는 다르다.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하면 이미지 만들기가 선행되기 마련이다.  김대중 당선자의 경우 이미지 만들기는 일반적으로 약점으로 치부되는 장애우라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더 나아가 김 당선자와 루즈벨트 미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찾아보려는 시도도 엿보이고 있다.

 김 당선자 스스로도 14대 대선 때부터 장애우임을 부각시켰다. 14대 대선 때는 경쟁후보자 진영 연설원이 김대중 씨의 장애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동아일보 1월19일자에는 김대중 당선자를 루즈벨트 미 대통령과 여러 가지 공통점을 거론한 기사가 실렸다.(1/19) IMF사태와 대공황이라는 국가 재난의 시기에 대통령이 된 점, 연설을 잘한다는 점, 가난한 자에 대한 관심이 컸다는 점, 그리고 장애우란 점을 양자간의 공통점으로 들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매스미디어를 통한 여론정치를 시도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즉 김 당선자가 지난 1월 18일 실시한 국민과의 대화를 일컬어 1930년대 루즈벨트 대통령이 처음으로 시도한 노변정담과 비견하고 있는 것이다. 김 당선자는 1년에 두 차례씩 국민과의 대화를 마련할 예정이다.

 김 당선자가 사전에 의도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정치스타일이 루즈벨트를 닮아있다. 실제로 김 당선자 측근에서도 루즈벨트 대통령을 연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려면 취임 1백 일내에 개혁을 끝내야 한다’는 루즈벨트 대통령의 충고가 김 당선자에게 상당한 영감을 주고 있다고 한다.
 김 대통령 당선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복지를 강조한다.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김 당선자는 소외계층에 대한 대책에 대해 거론했다. 긴축 재정에도 불구하고 노인·장애우등 소외계층에 대한 예산이 감축되지 않도록 할 것이며, 장애우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을 다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도 김 당선자의 이러한 의중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인수위 측은 실업률이 4%만 되도 생보자가 6만여 명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생활보호대상자에게 사정이 좋아질 때까지 긴급보호를 실시하고, 한동안 사라졌던 취로사업을 다시 시행할 계획이다.

 인수위의 경제 2분과위는 대량실업 사태에 대한 대책과 김 당선자의 공약인 장애우고용 확대방안을 점검하고 있다.(1/9 YTN) 인수위는 장애우 자립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으로 매점이나 자동판매기를 장애우에게 우선 허가하는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대상 시설도 관공서와 체육관 등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경로연금제도를 계획대로 추진하는 등 저소득층을 위한 예산은 삭감 없이 집행한 다는 것이 복지 방침이다.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최근 상정한 59개 긴급현안 중에 노인 장애우 소년소녀 가장 등 사회 소외계층의 복지증진 방안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의구심이 들게 한다.

 아직은 김 당선자는 대통령이 아니기에 정책에 대해 희망과 의심이 엇갈리기 마련이고 루즈벨트 대통령과 연관시키는 것도 이르지만 김 당선자가 루즈벨트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기대감도 절실하다. 그가 진정 루즈벨트가 되기를 원한다면 루즈벨트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손꼽히는 국난의 시기에 장애인 정책을 비롯한 미국 복지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을 잊지 않기 바란다. 김대중 당선자와 루즈벨트 대통령을 연관시키는 것은 근본적으로 무리가 없지 않지만 루즈벨트 대통령이 국난의 시기에 장애우 정책을 정립했다는 점에서 김 당선자가 루즈벨트가 되어 주었으면 하는 기대가 간절하다.


 만만찮은 영국 장애우 장관의 영향력

 이제 21세기를 불과 3년도 채 남기고 있지 않다. 지난 1세기 동안 세계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복지와 관련해서는 일부 선진 국가들은 복지국가를 꽃피우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인류의 복지는 여전히 전근대적인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98년을 맞으며 언론의 행간에 나타난 국제 사회의 장애우계의 동향은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희망적인 대목은 의학과 재활공학에 대한 전망이다.

 금세기 인류의학계의 최대의 과제라는 근육디스트로피(근육이영양증) 치료분야에서 밝은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영국에서는 자폐증 치료의 획기적인 계기가 될 연구 성과가 발표되었다. 즉 그동안 자폐증에 대한 원인 규명이 오리무중인 상태였으나 영국 여러 연구소의 연구결과 자폐증은 여러 유전자의 복합적인 이상에 있음이 규명된 것이다. 이로써 자폐증이 자녀양육의 환경적 요인이 아닌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입증되었고 자폐증 치료의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소식이다.(1/12)

 미 존스홉킨스의대 윌머 안 연구소는 8년 동안 인공망막을 연구하고 있다. 이미 시세포가 파괴되는 망막색소 변성에 의해 시력을 잃은 20명에게 인공망막을 이식해 50cm정도 앞에서 몇 개의 손가락을 구분할 정도의 시력을 부여하는데 성공했다. 아직은 흑백에 흐릿한 시각을 주는 데 지나지 않으나 의학과 전자공학의 발전으로 카메라의 해상도에 버금가는 기능이 뛰어난 눈을 20년 내 등장시킬 수 있는 전망이다. (1/12)

 어두운 소식은 대표적인 복지선진국으로 일컬어지는 미국과 영국의 복지정책에 관한 논란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35년 제정된 사회보장 제도에 따라 노약자 은퇴자 장애우들의 복지 수당을 지급해오고 있는데 2차 대전 이후 베이비붐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은퇴하게 되는 21세기 초엽에 재원이 크게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고민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클린턴 대통령은 99년 말까지 사회보장제도 전면 개혁을 의회에 촉구할 계획이다.(1/5)

 영국의 노동당 정부는 복지제도 개혁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토니 불레어 총리는 지난 48년 제정된 현행 복지제도가 더 이상 공정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으며(1/15 노동당 당원집회) “가난한 사람들을 빈곤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빈곤으로 몰고 가는 막다른 골목”(더 타임스 15일자 기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편모 편부가정과 장애우, 노인에 대한 지원까지 대폭 줄이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1/16)

 그러나 노동당 정부의 복지제도개혁안은 연금생활자 등 노년층의 반발을 사고 있으며 지난해 연말에는 영국 정부의 이러한 계획을 둘러싸고 내각 내 분열 사태를 빚은 바 있다. 시각장애를 가진 장관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블런킷 교육·고용 장관은 장애연금 삭감 계획에 반발해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에게 ‘사회적 소외현상을 확인하고 좀 더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당의 공약을 조롱하는 것’이라는 메모를 보내 강력히 항의했다. 존프레스코트 부총리, 프랭크 돕슨 보건장관등과 당내 소장의원들도 블런킷에 동조했다.

 <선데이 타임스>는 12월21일 최근 여론조사 결과 영국인들은 장애연금과 결손가정 급부를 삭감하려는 노동당 정책에 반대하고 있으며, 이들 정책으로 인해 블레어 총리와 노동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급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복지를 선도하고 있는 이들 나라의 사정을 접하며 복지의 시작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IMF한파를 맞고 있는 국내의 복지 상황에 비해 이들 나라들의 배부른 고민과 장애우 장관의 복지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작성자이현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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