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소리] 왜 장애계는 분열의 양상을 극복하지 못하는가 > 대학생 기자단


[붓소리] 왜 장애계는 분열의 양상을 극복하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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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장애계가 침체돼 있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장애판이 조용하다는 말인데, 다른 말로 직시하면 장애판이 무기력증에 빠졌다는 표현에 다름 아닐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현 정부의 수장인 김대중 대통령은 장애우다. 그리고 논란은 있지만 이 정권은 가진 자 보다는 상대적으로 가지지 못한 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말하자면 현 정권은 그나마 장애우에게 우호적인 정권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런데 우호적인 정권에서 거꾸로 장애우 복지는 현재 지지부진한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하게 말해서 장애우 복지가 어디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마저 사라진 채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상황이 어렵게 된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창구의 부재가 뼈아프게 다가온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장애우니까 대통령이 직접 장애우 복지를 챙기리라고 믿는 것은 지나친 기대다. 그보다는 정부와 국회에 장애우를 대변하는 그 누군가가 있어 그가 자기 일처럼 장애우 복지를 챙기는 시나리오가 보다 더 현실적인 얘기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정부와 국회에는 장애우를 대변할 그 누군가가 없다는 것이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잠시 과거로 눈을 돌려보자.

 돌이켜보면 정부와 국회에서 장애우 복지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고, 실제로 장애우 관련 법 제 개정이 이루어졌던 시기는 장애우 이성재 씨가 국회에 있을 때였다. 그런데 그가 국회를 나오자마자 마치 한 밤의 꿈처럼 허무하게 정부와 국회에서 장애우 복지가 사라져버렸다. 그때 장애계는 창구의 있고 없음의 차이가 나중에 장애우 복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기억에 따르면 당시 장애계는 창구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그 필요성이 무색하게 심각한 양상을 띤 채 분열돼 있었다.

 가정이지만 만약 그때 장애계가 단합해서 이성재 씨의 재 공천을 요구했거나 아니면 대안으로 장애우들이 수긍할 수 있는 인물을 내세워서 국회로 보냈다면 적어도 현재처럼 장애판이 무기력증에 빠지지는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다시 문제는 장애계의 분열이다. 왜 장애계는 좀처럼 분열의 양상을 극복하지 못하는 걸까, 이념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장애우 복지가 후진국인 나라에서 장애우 복지 이념의 차이를 논한다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할 수 있다. 장애우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 외에 무슨 또 다른 이념이 있을 수 있을 것인가. 또 장애의 차이로 단합하지 못한다는 것도 한낱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모든 장애우는 장애우라는 이유로 같은 차별을 당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사람에게 있다. 그 중에서도 소위 장애판의 우두머리라고 자처하는 몇몇 사람들이 장애우의 단합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이들은 장애우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는커녕 자기가 머리가 돼서 시쳇말로 출세하겠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무엇이 장애우의 이익을 위하는 것인지, 무엇이 장애우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지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고 무조건 자기가 머리니까 인정하고 국회로 보내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

 그렇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국회로 보낼 지도자는 따로 있다. 도둑놈을 국회로 보내서 장애우가 망신을 당할 이유는 없으니까.

 얼마 전 장애우 단체 중에서 가장 큰 단체라고 주장하는 한 단체의 장이 체육관(복지관)선거를 통해서 20년 집권의 문을 열었다. 그 사실이 끔직 하기도 하지만 그가 이 땅의 장애우들을 향해 ‘이 바보들아’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 절로 소름이 돋는다.

 장애우 복지의 시계는 정녕 거꾸로 도는가, 날씨만큼 짜증나는 장애판이 아닐 수 없다.


글/ 함께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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