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소리] 나눔과 협동의 지역사회로 가기 위한 지름길은 없다 > 대학생 기자단


[붓소리] 나눔과 협동의 지역사회로 가기 위한 지름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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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 노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최근 실업자가 1백50만 명을 넘어섰다는 정부 발표를 보더라도 노숙자(홈리스)들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역, 영등포역, 청량리역, 용산역, 서소문공원, 종묘공원, 탑골공원 등에 노숙자가 많이 모임에 따라 노숙자를 돕는 무료 급식소, 이동복지관, 쉼터 등이 계속 설치될 예정이다.

 최근 사랑의 전화 복지재단이 서울역 인근에 ‘노숙자쉼터’ 설치를 추진하다 주민들의 반대와 관할 구청의 냉랭한 태도로 결국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못해 노숙자쉼터의 설치가 어려움에 빠지게 됐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또한 탑골공원 근처에 노숙자를 위한 무료급식소와 잠자리제공 장소를 마련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서울시내 80여개 종합사회복지관이 준비하고 있는 ‘노숙자쉼터’도 장소를 구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가 되고 있다. 여의도공원의 부분개방 또한 노숙자와 불량청소년이 몰릴 것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반대로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주민들은 왜 그런 시설이 우리 동네에 있어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자녀의 등하교 길도 안심할 수 없고 집값이 떨어지는 것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멀리 떨어진 외딴 곳에 노숙자쉼터 등을 만들어 노숙자들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 청소년을 돕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공간을 마련하는 일은 중요한 과제이다. 가출청소년의 가정 복귀를 돕기 위한 ‘청소년쉼터’도 그 중 하나인데, 이 또한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 집을 사거나 전셋집을 얻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간신히 주민들을 설득해 어렵게 청소년쉼터를 개설한다고 해도 곧 그 동네에서 고립되고 만다. 지역주민들의 자원봉사 참여는 어려운 과제이며, 지역청소년들과의 문화적 교류나 친교행사 또한 학부모들의 반대로 벽에 부딪히게 된다.

 공부를 하지 않는 자녀를 둔 많은 수의 학부모들이 자녀를 보낼 수 있는 스파르타식 학원이나 시설 등을 찾고 있다. 학교에 복귀한 수만 명의 학교중퇴 청소년 또한 친구를 만들기 어렵고 선생님의 신뢰를 얻기 어려워 다시 학교를 그만두고 있다. 청소년들은 다시 거리를 방황하거나 동생들의 주머니를 털게 되며 유흥업소의 ‘삐끼’로 먹고 살 길을 찾게 된다.

 셋, 1998년 7월 현재 전국에서 약 3백여 개의 종합사회복지관이 지역주민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서 일하고 있다. 약 30%의 복자관이 일반 중산층 거주 지역에 자리 잡고 있고, 나머지 70% 가량의 복지관은 영구임대아파트 중간이나 저소득층 밀집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복지관이 주로 하는 일은 노인과 장애우를 위한 재가복지 봉사, 지역 주민을 위한 교육활동, 자원봉사 참여 증진 등의 활동이다.

 영구임대아파트 지역이나 저소득층 밀집 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복지관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인근 중산층 지역 주민들의 잘못된 의식이다. 저소득층 주민들과 어린이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자녀를 보내지 않거나 자원봉사 참여도 하지 않는다. 통합적 사회복지서비스의 제공, 서로 돕는 생활 협동의 문화 형성은 요원한 과제이다.

 넷, 내가 일하고 있는 녹번종합사회복지관은 ‘서로 돕고 살기 좋은 은평구 만들기’를 슬로건으로 지역 주민들의 자원봉사 참여,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동네 만들기, 녹색 가게 운영 등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한 활동의 하나로 어린이와 임산부, 장애우와 노인 등이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고 어린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골목길 놀이터 만들기’, ‘주택가 꽃골목길 만들기’ 등의 활동을 전개했지만, 주차공간을 포기할 수 없는 주민들의 이해관계에 부딪혀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다섯, 노숙자, 청소년, 저소득계층, 그리고 장애우는 지금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다. 어디 먼 곳에 있는 장소에 보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장벽(편견, 고정관념, 잘못된 시각, 개인이기주의)은 너무 두껍고 완고하게 뿌리박혀 있어서 사회통합, 탈시설화, 공동체 건설의 과제를 가로 막고 있다.

 여섯, 어디에서 어떻게 희망의 연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사람들의 마음의 장벽을 넘어 노숙자와 청소년, 노인과 장애우 등을 이웃으로 여기고 함께 살아가게 할 수 있을까? 각각의 이해관계를 극복하고 나눔과 협동의 지역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지름길은 없다. 정답도 없다. 그렇게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실험과 희망의 발견이 있을 뿐이다.

 

글/ 한명섭 (서울YMCA녹번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작성자한명섭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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