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님보다 더 좋은 바다 > 대학생 기자단


내 님보다 더 좋은 바다

[주제가 있는 이야기] 삶의 쉼표, 그리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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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올라온 지도 벌써 5개월이 지났다. 많은 기회를 얻고 싶은 욕구에 찾은 서울이지만 늘 마음에 남아있는 또다른 곳이 있다. ‘내 님보다 더 좋은 바다’라고 얘기하고 다니는 제주 바다다.

  제주도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어느 곳이나 바다와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난 늘 동네 한 골목길에 다다르는 방파제와 함께 하는 바다를 찾는다.

  유명 관광지라는 곳에 바다는 수많은 사람들의 짓밟아 놓아 왠지 새로움이 떨어진다. 그런 편견이 날 더욱 아담하고 늘 거기 조용하게 있는 바다를 찾게 한다. 외도동바다, 조천바다, 구엄바다...

  외도동마을에 다달아 좁은 길로 들어가면 모래대신 조약돌이 바다와 살고 있다. 돌들이랑 바다의 하얀 포말들과 이루는 언어는 시원하다. 청량감 넘치는 그 몸짓들 앞에서 돌 위에 눕는다.

  근육마다 딱딱하고 몽글몽글 다가오는 돌의 감촉과 쏟아져 내리는 폭포의 격렬한 물길들이 점잖게 포효하는 포말들의 이글거림은 넋을 앗아간다. 내님의 손길보다 더욱 강렬하다.

  귓가를 간질이는 소리의 춤, 나는 춤을 추어댄다.

  내 영혼의 숨소리와 바다의 활개가 어우러지면 세상 어떤 무거움도 나를 짓누를 수 없다.

  나는 그렇게 바다와 연애를 한다.

  조약돌바다엘 휠체어가 들어가려면 몹시 힘들다. 모래벌보다 힘들다. 하지만 힘들게라도 친구의 도움을 받아 그 안에 들어가 누워 있으면 머리에서 발끝까지 자유를 누릴 수 있다. 하나 하나의 돌들이 나의 눈을 쳐다보며 얘기를 해댄다.

  그 와중에서 바다내음이 폐부에 깊숙이 스며들면 갑자기 숨이 멎을 것 같은 황홀감에 슬픔까지 일렁인다.

  그런 외도동 뒷바다와는 달리 구엄바다는 저 멀리 수평선 끝을 위에서 바라보며 바다초원을 느낄 수 있다. 

  때때로 장관을 이루는 수십대의 고깃배와 갈매기들의 틀안의 자유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곳은 도로변에 바다가 이어져 있는데 도로 바로 옆에 절벽을 이루어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다. 때때로 데이트족이 오가지만 정말 날씨가 좋은 파란 바다 일 때는 햇빛에 반사되는 빛들의 환희에 서럽기까지 하다. 슬픔과 기쁨은 하나인가 보다.

  조천 앞바다, 물론 이곳도 좁은 마을길로 들어가면 나타난다.

  이 곳의 특징은 방파제가 바다높이와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곳은 바람이 많이 불 때 찾는다. 방파제 끝에 차를 대고 있으면 바람에 몸이 간지러운 바다가 그 거대한 입을 벌리며 조금씩 조금씩 기개를 펼친다.

  갑자기 차위로 덮쳐오는 그 순간의 놀라움과 충격에 내가 대처 할 수 있는 방법은 괴성밖에 없다.

  그 곳에선 왠지 모를 흡입력이 있다. 잔잔할 때 바다표면의 너울거림은 가슴을 몹시도 설레게 한다. 봄처녀의 가슴으로, 봉긋 자란 젖가슴처럼 스멀거린다. 새벽에 친구들과 그곳을 찾을 때가 있었다. 한 친구도 그런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왠지 자기를 잡아당기는 무언의 몸부림에 문득 소스라치게 놀란다고 한다. 그 곳의 바다는 때론 향기가 거칠다.

  제주도 바다는 날씨에 따라 그 몸색깔이 다르다. 잿빛, 옥빛, 푸른빛, 뿌연빛... 그 가지각색의 몸의 변화를 느끼노라면 싫증을 느낄 수 가 없다. 검은 현무암의 자태 또한 뺄 수 없는 이야기이다. 바다의 짠내 속에서 때때로 꽃내를 느낀다. 멀미나는 독한 짠내에 취해 멈칫, 숨을 멈출 때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즐겨 찾는 수많은 제주바다의 숨결 중에 소개할 곳이 또 하나 있다. 고산 앞바다이다. 그곳은 참 점잖은 곳이다.

  거기서는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한다. 애인과 가족과 거닌다면 또 다른 감정의 통로로 접어 들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새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다.

  늘 바다와 사랑을 나누는 나, 이보다 더한 애인도 없다. 그곳은 내가 찾으면 늘 다양한 얼굴로 손 내밀어준다. 때때로 무답으로 나를 감싸는 평화로움은 삶의 한 거리에 멈춰서 이어온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하고 나아가게 한다. 때론 사랑스러운 노래까지 불러주어 나, 내님보다 바다가 더 좋다.

글/ 박지주 (숭실대 사회사업학과 1학년)

작성자박지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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