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도 말하게 하라 > 대학생 기자단


가난한 사람들도 말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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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권이 안쓰럽다. 내놓는 정책마다 보수언론으로 지칭되는 조중동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노 정권이야 어차피 보수언론과 그 뒤에 있는 기득권층과는 등을 돌린 상태이기 때문에 어떤 비난에도 초연할 수 있겠지만 옆에서 공방을 지켜보는 심정은 조마조마하고 무척 참담하다.

특히 보수언론의 비난이 복지와 관련된 정책에 집중될 때 더 그렇다. 예를 들면 정부가 비전2030 보고서를 내놨을 때, 재원에 대한 고민 없이 스웨덴 모델을 거의 베끼다시피 했다고 비난하고, 얼마 전 사회적 일자리 확충 정책을 내놨을 때는 사회적 일자리를 나쁜 일자리로 규정하면서 왜 사회서비스 사업을 정부가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거품을 무는 식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복지를 확충해야 한다는 말은 보수 언론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보수언론들은 한 마디로 복지 확대가 나라를 망하게 하는 길이라는 논조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보수 언론의 지적이 일정 부분 맞을 수도 있다. 정부의 선심성 정책이 내년 대선 때문이라는 지적에 일부 공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렇게 복지를 함부로 짓밟고 유린할 수 있는 권한을 보수언론이 가졌느냐고 물을 수 있다면 분명하게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비전2030은 다른 건 몰라도 가난 때문에 절망하는 빈곤층에게 그래도 미래는 나아질 수 있다는 말 그대로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아무 잘못이 없다. 그것이 헛된 꿈이라도 참고 견디면 미래에는 지금보다는 조금 낫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어야 사람이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사회적 일자리 확충 사업도 마찬가지다. 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사회 공익을 위한 일자리를 늘려 장애우 활동보조인 등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정책 그 자체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통합재정지출 중 복지지출 비중은 OECD 국가 평균(55.4%)의 절반 수준(26.7%)이며, 전체 GDP대비 복지지출 비중도 2005년 기준 8.6%로 멕시코의 11.8%(2001년 기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즉 우리나라 복지수준이 형편없는 수준에 놓여 있다는 통계가 엄연히 나와 있는데도 불구하고 보수언론의 잇따른 복지에 대한 비난은 뭘 의미하나.

분명 다른 무엇이 있을 것이다. 이참에 말하고 싶은 것은 보수언론과 기득권층이 정권에 대한 혐오감을 이유라고 밝힐 수 없다면, 그래서 가난의 실정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대안도 없이 맹목적인 비난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감추고 싶다면, 차라리 내가 가진 것을 나눠주기 싫다고 솔직하게 얘기하라는 것이다.

 10억원이 넘는 집에서 살고, 자식 해외유학 보내는데 막대한 돈을 쓰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부를 쌓아야 적성이 풀리는데 가진 것의 일부를 가난한 사람과 나눠야 한다니까 자꾸 신경 쓰이고 스트레스 받고 울화가 치민다고 왜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나, 하고 싶은 말은 보수 언론은 빙빙 돌려쓰지 말고 복지정책 확대가 문제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의 존재 때문에 나라 경쟁력이 추락해서 망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솔직하게 쓰고 싶은 말을 쓰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장애우 입장에서 노 정권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장애우들은 보수언론과 또 다른 차원에서 노 정권을 비난할 수밖에 없다. 그가 선거에서 공약한 장애우 복지정책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권은 그를 찍은 장애우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그럼에도 노 정권보다 보수언론을 더 비난할 수밖에 없는 것은 보수언론들이 복지를 적대시하고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가난은 이념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다. 한 마디로 삶이 고단하고 괴로운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애쓰지만, 현실에서 가난을 벗어날 방법이 없다. 도대체 자기 노력으로 해도 해도 안 되는 것을 어떡하라는 건가, 결국 선심성이 됐든 뭐가 됐든 나누는 게 해답인데 왜 그걸 비난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내친김에 보수언론에 대해 한 마디 더 하자면, 가난과 복지에 대해 얘기하려면 전문가로 교수들만 내세우지 말고 실제 가난한 사람들도 말하게 하라는 것이다. 복지정책에 대해 말하려면 당사자인 빈곤층도 얘기해야 하고, 장애우 문제에 대해 쓰려면 장애우가 얘기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지 균형 있는 언론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딱 한마디만 더 하자. 보수언론과 기득권층이 중증장애우들에게 활동보조인이 필요하다는 걸 이해할까,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게 복지를 바라보는 보수언론과 기득권층의 시각이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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