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 시각으로 캐나다 편의시설 엿보기 > 대학생 기자단


장애우 시각으로 캐나다 편의시설 엿보기

"캐나다 콜택시의 좌석은 중간에 있다"

본문

지난 8월 11일부터 23일까지 김종훈 씨가 국제 NGO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캐나다를 다녀왔다. 함께걸음 열독자라면 2005년 1월호 "사람사는 이야기"에 소개된 김종훈씨를 기억하실지도 모르겠다. 그의 감시망에 걸린 건물마다 장애우 화장실을 설치하도록 했던 그가 이번에는 캐나다를 다녀왔는데…, 그가 캐나다에서 보고 겪은 편의시설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자.

캐나다의 대중교통을 타다

지난 8월 11일부터 23일까지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국제NGO대회에 다녀왔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장애당사자의 시선에서 여러 가지를 확인했다.

그 첫 번째는 어디를 가든 휠체어 이용자가 가장 먼저 직면하는 이동문제다. 토론토에 있는 동안 내가 머무른 곳은 "이스트 욕(East York)" 이란 지역이었는데, 시내 중심가에서 장애우 승용차로 20~30분이 걸리는 거리에 있다. 토론토에 있는 동안 나는 시내 중심가와 이곳을 왔다갔다하는 생활을 하면서 여러 가지 교통수단을 이용했다.

그 교통수단들 중에서 내가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건 버스다. 내가 타 본 노선기준으로 보면 버스는 저상버스와 일반버스가 5:5 정도였다. 한번 일반버스가 오면 그 다음엔 차량 전면 우측에 장애우 마크를 부착한 저상버스가 오는 식이다.

내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버스를 기다리자 운전기사는 우선 운전석 뒤에 있는 좌석을 벽면으로 걷어 올리고 내려와 출입문 바닥 밑에서 경사로 를 꺼냈다. 그리고 내가 운전석 뒷자리에 탑승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는 경사로를 다시 밀어 넣고 올라와 다시 운전을 시작했다. 물론 하차할 때도 운전기사는 종전과 반대 순서로 나를 안내했다.

그 다음은 지하철. 우리나라도 최근에 개통된 노선은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에 공간이 없이 일정하게 돼 있지만, 기존의 노선들은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에 폭도 불규칙하고 턱도 있어서 휠체어 이용자가 곤란할 때가 많다. 하지만 토론토의 지하철은 그런 폭이나 턱 문제로 인한 어려움이 전혀 없었다.

지하철 개찰구로 들어갈 때는 개찰구에 부착된 볼록한 스위치를 손으로 치면 자동으로 열린다. 엘리베이터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데, 인상적인 것은 퀸(Queen)역에서의 일이다.

퀸역에선 비장애우들이 이동하는 통로에 계단이 여러 개 있어 지날 수 없었는데 엘리베이터마저 다소 먼 위치에 있어 돌아가야 했다. 그런데 살펴보니 그 계단 바로 옆에 엘리베이터가 아닌 수직형리프트(엘리베이터형)가 설치돼 있었다.

생긴 모습은 엘리베이터 같았지만 비상벨을 누르면 역무원이 와서 개폐해 주고 휠체어 이용자가 한명씩 탈 수 있도록 한 후 승강장에 내려가면 자동으로 열려 내릴 수 있도록 돼 있었다. 탑승했던 위에서 버튼을 누르면 리프트는 다시 위로 올라간다. 아마도 엘리베이터가 멀어서 생기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것인 듯 보였다. 그런데 이 수직형리프트는 밤 10시정도까지 운행되는 모양이었다.

한 번은 밤10시 넘어서 타게 된 경우가 있었는데, 벨을 누르니 역무원이 나오긴 했지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라고 하는 바람에 나는 비장애우 동행자들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뒤로하고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다행히 수동휠체어를 타고 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색다른 "장애우 콜택시"

캐나다에서 이용한 교통시설 중 가장 인상이 깊은 건 우리나라로 치면 "장애우 콜택시"에 해당하는 교통시설이었다.

분명 같은 기능을 하는 차량인데, 우리나라의 장애우 콜택시와는 많은 면에서 달랐다. 우선 우리나라 장애우 콜택시는 일명 스타렉스 차종의 천정을 높이고 휠체어가 오르내리는 리프트를 설치했는데, 이곳의 장애우 택시는 우리나라 카니발처럼 높이가 낮은 차종이었다.

이런 차이는 장애우가 어느 방향으로 탑승하느냐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보였는데, 캐나다의 "장애우 콜택시"는 우리나라처럼 차량 뒤쪽에서 리프트를 이용해 승차하지 않고, 비장애우들과 함께 차량 측면의 문으로 승차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리프트가 아닌 경사로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저상버스처럼 차량 밑 부분에서 꺼냈다, 넣었다 하는 방식으로 된 것도 있고, 2등분으로 접힌 경사로를 폈다가 탑승한 다음에 경사로를 다시 접어 세우고 운전자가 출입문을 닫는 방식도 있었다.

일단 탑승하면 차량바닥의 앞뒤 2개씩, 사선으로 몸에 안전밸트를 매 주는데 휠체어 이용자의 안전밸트 착용은 생활인 듯했다. 안전밸트를 착용하는 걸 잊은 한 운전자가 조금 가다 멈춰서 안전밸트를 착용시킨 후 출발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또다른 차이점은 탑승자의 눈높이다.

우리나라 장애우 콜택시를 타면 제일 괴로운 것이 창밖을 전혀 볼 수 없다는 점이다. 휠체어 이용자 양쪽에 창문이 있긴 하지만 휠체어 이용자의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는다. 창밖을 보려고 온 몸을 비틀어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도대체 내가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지를 알 수가 없어 답답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런데 캐나다의 "장애우 콜택시"는 좌석에 앉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눈높이로 창밖을 보면서 갈 수 있다!

다른 점은 또 있다. 우리나라 장애우 콜택시는 휠체어 이용자가 차량의 맨 뒤에 위치하는데 캐나다는 맨 뒤가 아닌, 중간이다. 즉, 맨앞에 운전석이 있고 바로 다음 공간이 휠체어 탑승자의 공간이다. 그리고 그 뒤로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놓여있다.

우리나라 장애우 콜택시를 타면 창밖도 안보이고, 맨 뒤에 홀로 타야 하기 때문에 무슨 짐짝처럼 느껴졌는데 캐나다 "장애우 콜택시"는 달랐다. 바로 이것이 차별 없이 더불어 살아가는 참 모습이 아닐까?

다른 점 하나를 더 이야기하자면, 이 교통수단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혹은 중증장애우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 보행에 어려움이 있는 65세 이상 노령자들도 함께 이용한다는 점이 색다르다. 우리사회도 노령화가 화두인데 5년, 10년 후의 우리나라의 모습을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사소한 곳까지 편의시설 신경써

이런 이동수단 다음으로 내 눈에 들어온 건 건물의 접근성이다.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나 턱이 있는데, 그곳에서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대형 쇼핑몰은 물론이고, 시내 중심가에서 쇼핑을 하면서 도로변 점포(road shop)를 들어 갈 때도 턱에 걸린 적이 없다.

큰 건물이나 빌딩, 호텔을 들어 갈 때도 우리는 경사로가 없거나, 있더라도 건물 옆면 모퉁이에 있는 게 대부분인데, 캐나다에서는 건물 정면에 경사로 있다. 혹시 빌딩에 계단이 있더라도 경사로는 언제나 정면에 있고, 더 나은 경우엔 계단과 경사로가 나란히 있어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나란히 지나갈 수 있게 돼 있었다.

공간이 좁아 경사로를 고정으로 설치할 경우 오히려 문제가 될만한 곳은 이동식 간이 경사로를 준비해 두었다가 휠체어 이용자가 요청할 때마다 설치해 주었다. CN타워 정상을 갔을 때가 그랬다. "공간이 좁아서 밖에 나갈 수 없냐?"는 내 말에 그들은 준비해 뒀던 경사로를 꺼내다 받쳐주었다.

이런 이동식 경사로는 공항에서 승용차를 이용하면서도 볼 수 있었는데, 알루미늄 소재인 듯한 2등분으로 접히는 경사로를 받쳐 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접근성은 단지 경사로만 신경 쓴 게 아니었다.

빌딩이나 큰 건물 출입문을 들어 갈 때는 출입문이나 아니면 출입문 앞에 장애우 마크가 표시된 누르는 버튼이 설치돼 있어서 출입문을 다니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돼 있었다. 인도 역시 불편함이 없었다. 국토가 넓다고 해도 시내 중심가는 어느 나라나 혼잡하기 마련인데 캐나다는 노면도 고르고, 인도의 넓이도 충분했다.

 가끔 노점상이 있긴 해도 우리처럼 많은 것도 아니고, 노점상이 인도를 다 차지하는 일은 절대 없다. 그래서인지 수동이나 전동휠체어,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우리와 다른 점이라면 전동휠체어나, 스쿠터 이용자들 중 노령자가 많다는 점이다. 이 또한 머지않아 우리가 볼 수 있는 모습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화장실에서 나는 아주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NGO활동가들이 시내 중심가에 있는 메트로(Matro)빌딩에 회의를 하러 갔을 때 일이다. 대형 빌딩이니까 층마다 가운데 있는 큰 화장실에 장애우 화장실이 별도로 설치되어 있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곳은 양쪽에 위치한 작은 화장실까지 장애우가 이용할 칸을 동등하게 설치해 놓았다.

우리나라라면 그냥 넘어갔을 텐데 한칸은 일반 크기로, 한칸은 장애우 화장실 크기로 설치해 놓은 모습은 부럽지 않을 수 없었다. 장애, 비장애를 구별하지 않고 함께 사용하는 합리적인 모습인 동시에 함께 살아가는 참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남에 떡은 커 보인다"는 말처럼 외국이라 모든 게 새롭고 신기해 보일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캐나다는 사회적인 약자들에 대한 편의시설이 특별한 게 아니라 일반적인 사고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쯤이나 이런 사고가 가능할지.

긴 여정 탓인지, 이런 저런 생각 탓인지, 돌아오는 길엔 많이 지쳐 있었는데, 승무원이 이코노믹석에 있는 나를 일등석으로 갈 수 있도록 배려해 줘 편안하게 올 수 있었다. 단, 더위가 한풀 꺾여 있을 줄 알았던 한국이 그때도 30도를 오르내리고 있었다는 걸 빼면 말이다.

작성자함께걸음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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