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우들의 욕구에 응답해야 한다 > 대학생 기자단


중증장애우들의 욕구에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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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에 오래 몸담고 있어서, 그래서 이 땅 장애우의 역사를 조금 안다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 있다. 그리 긴 세월도 아니다. 불과 십수년 전 일이다. 그때 중증장애우들은 모두 골방에 있었다. 과거 서글픈 장애우 현실을 대표하는 말 중에 단절을 뜻하는, 바로 이 ‘골방’이라는 단어가 있었던 것이다.
당시 중증장애우들을 만나보면 한결같이 자신의 집에서도 골방에 갇혀서 지내야 했다고 말하곤 했다. 그 골방이 수용시설이라는 또 다른 골방으로 확대됐을 뿐 당시 대다수의 중증장애우들은 사회와 격리된 채 좀처럼 골방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랬던 중증장애우들이 지금 골방을 벗어나서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거리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중증장애우들을 목격하는 건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닌 아주 흔한 풍경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중증장애우들은 지금 장애우 운동의 주체로 우뚝 서서 전체 장애계를 이끌어 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하면 실로 격세지감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급격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사족을 덧붙인다면, 정부의 사실상 전동휠체어 무상 보급 정책이 중증장애우들이 골방을 벗어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냥 얻어진 게 아니라 지난하고 가열찬 장애우 운동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지금 중증장애우들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본격적으로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 시점에서 거리로 나온 중증장애우들에게 과연 무엇이 필요한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권리와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 등도 필요하지만 종국에는 결국 중증장애우들의 욕구가 소득보장에 귀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중증장애우도 인간인 이상 거리로 나오면 상품 구매 욕구가 생길 수밖에 없다. 또 최소한의 문화생활의 욕구도 억누를 수 없다. 도저히 세 끼 밥만 먹고는 살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중증장애우도 사람으로 살기 위해 일정한 소득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가 일자리로 중증장애우들의 소득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면, 장애연금이나 수당으로 일정 소득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이게 골방을 벗어나서 거리로 나온 장애우들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정부는 장애 연금 얘기가 나올 때마다 무기여 연금은 곤란하다는 말만 녹음기처럼 되풀이 하고 있다. 정당들도 노인에게 주는 노령연금은 가능하지만 장애연금은 불가능하다고 쐐기를 박고 있다.
이런 실정에서 지금 장애 연금이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로 장애우 네 명 중에 한 명이 빈곤 장애우고, 빈곤 장애우 대다수가 중증장애우라는 통계를 인용하는 것은 진부할 것이다. 이런 통계보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외국의 경우 직업 능력의 손실 정도가 매우 큰 중증장애우의 경우, 소득보장의 최우선적 대상으로 규정하고 직업재활 및 고용 서비스의 대상에서는 제외하고 대신 연금과 수당으로 소득 보장을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짐짓 모른 체 하고 있지만 이게 세계 장애우 복지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중증장애우들을 대상으로 일을 통한 복지와 소득보장 어쩌구 하는 것은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허구고 사기인 것이다.
다행히도 장애계의 염원이었던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교육지원법 등이 속속 제정되면서 이제 전선은 장애 연금 쟁취 싸움으로 옮겨가고 있다. 자연스러운 장애 운동의 흐름이 아닐 수 없는데,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장애 연금 쟁취 싸움은 눈에 띄게 커다란 예산이 걸려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싸움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싸움을 멈출 수 없는 건 장애 연금 쟁취야말로 중증장애우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말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중증장애우들을 거리로 이끈 건 정부다. 결자해지라는 말은 이럴 때 필요할 것이다. 중증장애우들을 거리로 불러냈으니 그에 맞게 소득을 보장해 줘야 한다. 하루 속히 중증장애우들의 욕구에 응답해야 하는 것이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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