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법, 시행령 어떻게 만드느냐가 관건 > 대학생 기자단


특수교육법, 시행령 어떻게 만드느냐가 관건

[기획③]당사자, 전문가, 행정가 모두 힘을 합해야

본문

2007년 4월 30일 정부가 제출한 ‘특수교육진흥법 전부 개정 법률안’과 장애인교육권연대에서 의원 대표 발의한 ‘장애인의 교육지원에 관한 법률안’ 등이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하 특수교육법)」이라는 새로운 법률로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제정법 부칙 제2조에 의하여 1977년 12월 31일 공포된 현행 「특수교육진흥법」은 지난 5월 25일 제정된 지 30년 만에 그 역사적인 장정을 마감했다.

「특수교육법」이 제정되자 3월 6일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을 때와 같은 축하 분위기가 만발했다. 장애인 및 부모, 교사 등 관계자들의 오랜 노력과 기대가 있었다는 점에서 기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마냥 기뻐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새로운 법률이 그동안의 과제들을 얼마나 잘 해결하여 수렴하고 있는지, 또 앞으로 우리의 교육을 얼마나 잘 이끌어 갈 수 있을지를 차갑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특수교육법’이 정하고 있는 사항들을 실제로 적용하는 보다 세부적이고 실천적인 방법들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앞으로 3회에 걸쳐 「특수교육진흥법」이 이룬 성과와 한계를 살펴보고, 「특수교육법」을 제정한 배경과 쟁점, 과제 등을 연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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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4일 국회 앞에서 했던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의 특수교육법 제정 요구하는 <br>집회 장면   ⓒ 전진호 기자
 


직업교육과 전공과,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필자는 그동안 특수교육에서 반드시 폐기해야 할 과제로 치료교육과 직업교육을 꼽아왔다. 치료교육이 장애인과 부모의 요구와 현실의 불일치라는 측면에서 비판받아 왔다면, 직업교육은 교육현장의 조건상 실질적인 기능훈련을 제공하거나 눈에 띠는 취업성과를 내지도 못하면서, 인력과 에너지만 과잉 투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혹자는 직업교육을 반대하는 것을 마치 장애학생들의 앞길을 막는 것처럼 매도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매우 구시대적이고 특수학교 중심의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장애인들은 대부분 특수학교에 다닐 수밖에 없었고, 졸업하면 더 이상 공부하거나 직업교육을 받을 기관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사회로 나가거나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그래서 특수학교에서는 직업교육을 강조하고, 교사들이 십시일반 능력을 발휘하여 기능연마 위주의 직업교육을 시켜 왔던 것이다. 1990년대 전반기까지 특수학교에서 주종을 이루던 직업교육으로는 목공, 도예, 자수, 제빵, 편물 등이었다. 물론 맹학교에서는 이료(안마, 침술)가 아직도 부동의 직업교육으로 자리 잡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1990년 「장애인 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현 「장애인 고용 촉진 및 직업 재활법」)이 제정되면서, 학교를 졸업하고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관들이 생겨나고, 1995년부터는 ‘장애인대학입학특별전형제도’가 실시되어 많은 학생들이 상급학교 진학도 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특수학교에서의 직업교육은 그 의미가 퇴색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공과(제24조)조차도 원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다.

그러므로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재학생들에게 시키는 직업교육은 직업의 이해와 준비의 수준으로 유지하되, 실제 특정 분야의 직업교육과 직업재활교육 등은 중등교육과정 이후 직업훈련기관(노동부, 보건복지부 관련), 또는 고등교육기관으로 이관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굳이 원래의 중등학교 과정에서 직업교육을 유지하고 싶다면, 실업특수학교를 별도로 두든지, 아니면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장애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현재와 같이 특별한 대책 없이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에서 계속 직업교육을 강조하며, 직업교육담당교사까지 배치하기 시작한다면, 장애인의 자연스러운 성장을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언젠가는 또다시 현재의 치료교육교사 문제와 같은 곤란(지금도 독자적인 직업교육교사 양성대학이 있어 우려의 끈을 놓을 수 없지만)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특수학교에 1년 이상의 과정으로 개설해 놓고 있는 전공과 역시 원래의 취지(전문기술교육)를 벗어나 중등교육과정의 진로, 직업교육의 수준을 답습하거나 학령연장의 의미로 변형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읽는 사람이라면, 법 제정 과정에서 직업교육(제23조)과 함께 전공과 설치(제24조)도 폐기했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굳이 원래의 취지에 맞게 장애인의 전문직업인 양성이 필요하다면,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장애인을 다시 학교 공간(전공과)으로 불러들일 것이 아니라, 노동부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산하 직업훈련학교로 연결시켜 주는 것이 더 합리적이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혹자는 전공과가 장애인의 고용에 기여하기보다는 정신지체나 정서장애학생들의 학령연장에 더 기여하고 있다고도 말한다. 특수교육전문가들이라면 이런 효과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전공과를 유지시켜 변칙적으로 학령 연장을 꾀하지 말고, 날로 중증, 중복화 되고 있는 특수학교 학생들의 학령 연장을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것이 보다 솔직하고 마땅한 행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수교육법」의 규정 중 논리적으로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교육 편의 제공 부분이다. 전 생애에 걸친 장애인 등의 교육을 정한 법에서의 편의 제공 대상 범위가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제1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당한 편의 제공의 대상보다 좁게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즉,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편의제공의 의무를 모든 교육기관에 부여하고 있는데 반해 「특수교육법」에서는 대학의 장에게만 한정시켜 규정하고 있다(제31조). 이것은 고등교육기관의 교육지원을 강조한 나머지 보다 많은 조항을 신설하려는 강박관념으로 인해 빚어진 기술적 오류가 아닌가 한다.

아울러 이 법에서는 그동안 각급학교(유,초,중등,고등학교)에 적용해 오던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을 대학에만 적용하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역시 기술적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이들은 오히려 총칙에서 규정했어야 할 내용들이다.


네오내오없이 지혜를 모을 것

「특수교육법」은 교육인적자원부와 장애인교육권연대 등이 법률안을 내고 오랜 노고를 거쳐 탄생시켰다. 그동안 장애인, 부모, 교사들의 참여와 노고가 매우 컸다. 수많은 공청회와 토론회가 있었고, 수많은 점거․삭발․단식 집회와 ‘교육청 투어’라는 신조어까지 생산할 만큼 다양한 방법들이 제정의 배경을 이루었다. 당사자의 염원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이다. 기대와 염원의 크기에 비해 신중함이 미치지 못했다. 전문가의 참여와 비판이 부족했다. 논리와 현실을 고려하는 눈이 깊지 못했다.

한 참여자는 이번에 제정된 법률을 두고 주체가 직접 참여하여 만들어낸 ‘현장 참여형, 아래로부터의 법률’이라고 자평하였다. 그동안의 법률이 전문가와 행정가의 전유물이었으며, 장애인과 부모, 현장교사들이 참여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그것은 지나친 말이다. 특히, 전문가와 행정가의 전유물이었다는 점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1994년 전면 개정되었던 「특수교육진흥법」도 그 부활 과정에서 현재와 별로 다르지 않은 고비들을 겪었다. 오히려 당사자와 부모들이 위축되어 있어 상황은 더 나빴다. 그래서 당시에는 더더욱 전문가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법 개정 활동에 참여하는 자체만으로도 재야 내지는 위험한 인물로 매도되기 일쑤였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다들 발들이기를 꺼렸던 것이다.

특수교육 행정가는 행정가대로 정부 내에서 자기자리도 제대로 잡지 못하여 다른 부서에 더부살이를 하거나 함께 살았다. 당시의 행정가들은 밖이 시끄러운 것에 대해 불안해하여 법 개정 작업을 못마땅해 하였다. 누구에게나 용기가 필요한 시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 시대가 아니다. 이번 법률 제정 과정에서 전문가와 행정가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크게 자랑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이 법의 최대 약점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때로 기회주의적이고 약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현실과 이상을 연결하는 논리력과 비판력을 지니고 있다.

이 법이 구상되던 무렵 필자는 현행 「특수교육진흥법」도 없애야 할 판인데 왜 또 그 공룡만한 법을 새로 만들려 하느냐고 손사래를 친 적이 있다. 결국 대세론과 시기 상조론에 밀려 새로운 법 제정 의지를 설득하지는 못하였지만, 아무리 훌륭하고 감동적인 법을 만든다 하여도 법을 집행하는 행정가들이 모르면 그 법은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는 것이 일관된 생각이다. 이것은 짧은 경험 중에 터득한 소신이다.

「특수교육진흥법」의 내용은 이미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에 다 들어가고도 남을 내용이었다. 고등교육법과 필요하다면, 평생교육법, 유아교육법을 개정하면 될 일이다.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단지 장애가 특별하다는 이유로 별도의 법을 두는 바람에 우리의 장애인 교육은 30년이 되도록 주류 교육의 행정체제에 곁붙어서 늘 몇몇 특수교육 행정가들만 고군분투해 오고 있다. 그 몇몇의 행정가들이 매일 하는 일이란 다른 교육 행정가들에게 교육법전에서 「특수교육진흥법」을 찾아 줄그어 보여주며 설득하고 예산을 따내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류의 교육 행정가들은 교육법의 어디에서도 장애인을 어떻게 교육하라는 규정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의 통합교육을 소걸음처럼 더디게 해온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아직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제정을 마냥 기뻐할 수가 없다.

시간이 없다. 정말 장애인이 국민의 자격으로 제대로 교육받도록 하기 위하여 이 법을 만든 것이라면,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에는 장애인, 전문가, 행정가 나눔 없이 지금보다 더 합심하여 지혜를 쏟아 부어 마땅할 것이다.

작성자김주영(한국재활복지대학)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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