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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내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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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장애계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자정능력과 결집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중에서 무엇보다 자정능력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것은, 최근 장애인 단체 존재 근간을 흔드는 비리 사건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임의 단체도 아닌 사단법인 인가를 받은 장애인 단체가 일말의 자책감도 없이 고용보조금 수급 사기 사건을 저지르고, 전동휠체어 부정 수급에 앞장서더니, 역시 장애인 단체가 개입해서 50억 원이 넘는 텔레마케터 사기 사건을 저지르고, 마침내 인천에서는 장애인 단체가 조직폭력배와 나란히 손잡고 아파트 건설현장 이권에 주도적으로 개입한 범죄가 적발됐다.

그야말로 다시 한 번 장애계가 얼굴을 들 수 없는 개망신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이런 장애인 단체들의 비리가 근절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장애인 단체의 비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고 앞으로 더 큰 비리로 인한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고 지적할 수밖에 없는 것은, 강조하지만 장애계가 자정능력을 완전히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장애계 분위기는, 단체마다 먼저 해먹으면 장땡이라는 한탕주의 풍조가 만연하고 있고, 심지어는 장애인 단체의 능력이 불법 이권에 개입해서 어느 정도의 떡고물을 챙기는가 여부로 평가되면서, 능력이 있다고 자부하는 장애인 단체는 다른 단체들에게 우리는 이렇게 쉽게 돈을 버는데 너희는 뭐하고 있나, 라며 조롱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물론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로 인해 장애인과 단체들이 급격하게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서 비리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는 고통스런 현실을 가슴 깊이 이해한다. 하지만 분명히 할 것은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로 인한 고통은 장애인들만의 고통이 아니라 이 땅 전체 민중이 겪고 있는 고통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먹고 살기 힘든 현실이 결코 비리를 정당화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돌아올 비난을 무릅쓰고, 작금의 장애인 단체 비리를 아주 악질적이라고 규정지을 수밖에 없는 것은, 우선 장애인을 위해 존재한다는 단체들이 선량한 장애인들을 불법 시위에 동원하는 등 철저하게 소모품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장애인 단체가 조직폭력배의 꼭두각시 노릇이나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런 비리들이 사회에 장애인의 존재를, 떼를 써서 불법 이득을 취하려는 나쁜 집단으로 비치게 해 장애인 인식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장애인 동원을 수반한 단체의 물리적인 비리 행태인데, 단체의 이권을 위한 불법 시위가 일상화되면서 어느새 장애인 생존권 보장을 위한 단체의 정당한 시위마저 불법시위로 매도되는, 걱정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지적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도 있겠지만, 알아야 할 것은 큰 틀에서 우리 사회는 장애인들이 시위를 했다는 것만 인식하지, 그 시위가 무엇을 위한 시위인지에 대해서는 깊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한편에서 장애인을 이권을 위한 불법 시위에 동원하는 등 단체 비리가 계속되면 장애인들이 정당한 요구를 내걸고 벌이는 시위도, 결국은 목적을 위해 떼를 쓰는 집단이라는 낙인 하에 도매급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이다.

이렇게 장애인 단체의 비리는 빠른 속도로 장애인을 사회적인 고립의 길로 이끌어가고 있다. 장애인들의 적은 밖이 아닌 내부에 깊숙이 둥지를 틀고 있다는 지적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나서서 이들을 막을 것인가?

그 물음 전에 또 한 가지 던지고 싶은 질문은 언제까지 장애계는 내부의 적에 대해, 쟤네들은 원래 저래, 저 단체는 말려도 소용없어, 등등의 한탄만 하면서 뒷짐만 지고 있을 것인가 라는 것이다.

갑갑한 심정에 덧붙이면, 자정능력에 필수적인 장애계의 결집력은 또 어떤가, 지금 장애계는 한마디로 오합지졸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뿐이다.

꿈일 뿐이겠지만 소망해본다. 강력한 결집력을 가진 장애인 연합단체가 만들어져서 자체 정화에 나서기를, 지금 장애인들은 어쩌면 복지보다 자체 정화가 더 절실하게 필요한 모욕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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