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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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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역사의 죄인이다.
적어도 여론을 주도하는 메이저 언론의 시각에서 바라봤을 때 그렇다, 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들의 눈에 장애인 계층은, 분배에만 치우쳐 성장을 더디게 해서 이 나라를 잃어버린 10년, 암흑 속에 빠뜨리게 하는 데에 주범내지 종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말한다. 진보정권이 지난 10년 동안 복지비를 펑펑 퍼줘서 나라는 망해 가는데 장애인들은 잘 먹고 잘 살았다고.

과연 그런가, 준 사람은 있다고 하는데 받은 사람은 없는 형국인데, 그래도 뭔가 줬다고 하니까 지난 10년 동안 장애인들이 잘 먹고 잘 살았는지 한 번 따져보자.

분명한 건 그들이 말하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장애인 삶에 변화는 있었다는 것이다. 거창하게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과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정 등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낮은 곳 빈민장애인의 실생활에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

한 예를 들어보자. 필자가 알고 지내는 장애인 중에 시골에 사는 한 중증장애여성이 있다. 그이는 수십 년 동안 바깥외출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사실상 집안에서 동물처럼 사육당하며 갇혀 지내야 했다. 그이의 간절한 소원은 자유로운 바깥 외출과 자립이었는데, 나이 마흔이 넘도록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하며 절망 속에 지내야 했다.

그런데 지금 그이는 소원을 이뤘다. 그이는 현재 소도시에 있는 작은 영구임대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외출에 전혀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그이는 얼마 전 필자와의 통화에서 꿈꾸던 일이 이루어졌다고 감격했다.

그이의 꿈이 가능했던 건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그 기간 동안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되고, 전동휠체어가 무상 지급됐으며, 임대아파트 건립이 이루어졌고, 덧붙여 활동보조인 제도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이중에서도 지난 10년 동안의 장애인 복지를 뭉뚱그려서 요약하라면, 물론 사람마다 견해가 다르겠지만, 필자는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전동휠체어 무상 지급 제도가 시행된 걸 꼽겠다.

말하자면 국민의 정부에서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됐고, 참여정부에서는 전동휠체어 무상 지급이 이루어진 게, 장애인 실생활과 관련된 복지의 가장 중요한 변화였다고 강조할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두 제도가 장애인의 최소한의 기본적인 생활보장과 이동권을 가능하게 해줬기 때문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당장 지난 정권이 장애인에게 퍼주기 한 것이 맞지 않느냐는 반박이 제기될 수 있겠다. 장애인에게 겨우 최소한의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것을 마치 엄청난 특혜를 베푼 것처럼 인식한다면 달리 할 말은 없지만, 누가 뭐라 해도 지난 정권은 장애인에게 최소한의 삶 그 이상을 보장해 주지는 않았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그 최소한의 삶이 너무 위태위태해서 많은 장애인들이 여전히 벼랑 끝에 서 있는데 이제 복지는 잔인하게 장애인에게 등을 돌리고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언론은 복지가 성장의 심각한 저해 요소라며, 한 목소리로 게거품을 물고 있고, 이명박 당선인은 기업인들 등만 토닥거릴 뿐 장애인들은 만나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새 사회 분위기는 복지에 대해 얘기하는 걸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그렇다고 장애인들이 노동계처럼 파업을 하겠다고 나설 수도 없다. 장애인들은 그저 처분만 기다릴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국회 예산 심의에서 복지비가 대폭 삭감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적이 있었다. 새 정부가 들어선 것도 아닌데,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그 소식을 접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얘기하는 장애인들이 많았다.

분명한 건 이 땅의 장애인 복지는 갈 길이 아직 멀다는 것이다. 그래서 간절히 소망하는 건 장애인 복지 여기까지인가 라는 위기의식이 반드시 기우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 복지는 몇 십억, 몇 억 짜리 집값 떨어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절박한 생존의 문제다. 무엇보다 생존의 문제가 우선이라는 것을 새 정부는 유념해야 할 것이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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