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있으면 장애인 아내 필요없어" > 지난 칼럼


“보험금 있으면 장애인 아내 필요없어"

사고 후 장애인 된 아내 버린 비정한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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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의뢰된 상담 중에, ‘장애’를 이유로 모든 것을 빼앗긴 한 여성의 기구한 삶을 소개하고자 한다. ‘장애’가 있는 ‘여성’이라는 점은 아직도 가족 안에서조차 ‘거부’되고 ‘분리’ 당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박순희 씨(가명, 지체장애 1급)가 병원에 누워 지낸지 벌써 4년째.
박 씨는 교통사고 때문에 목골절로 인한 전신마비 상태가 됐다.

교통사고 후 남편은 연락을 끊었고, 남편 가족의 반대로 세 아이들도 만날 수 없게 되었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재활치료에 매달린 결과, 이제 박 씨는 침대를 벗어나 휠체어에 앉을 수는 있게 되었다.
그러나 박 씨 주변 상황은 여전히 암울하다.

10년간 한 달 3백만 원씩 지급될 보험금, 누구의 손에?

박순희 씨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은 지난 2004년 11월. 깜박 졸음운전을 한 남편이 화근이었다.
5톤 트럭이 덮쳐오는 그 짧은 순간, 박 씨는 주저 없이 몸을 오그렸다. 박 씨의 무릎에 앉아 있던 생후 3개월인 아기를 살리기 위해.

그 사고로 다친 것은 박 씨 뿐이었다. 졸음운전을 한 남편이나 갓난아기도 괜찮았다.
그러나 박 씨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간신히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전신마비가 된 상황.
그래도 박 씨가 불행 중 다행이라 여겼던 것은 남편 이름으로 들었던 보험 특약으로 한 달 3백만 원의 치료비를 10년간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사고 후유증으로 생긴 장애 때문에 박순희 씨는 평생 병원치료와 간병인이 필요하다. 게다가 앞으로는 돈벌이를 할 수도 없게 됐다.
게다가 사고 후 10여개 월 만에 발길을 끊은 남편은 병원비는 물론 보험금도 주지 않으려고 한다.
보험의 계약자와 수익자가 남편이라서 보험금은 남편 소유라나.

또 박 씨의 세 아이들을 시어머니가 도맡아 양육하면서 아이들의 병원 출입은 물론 전화 통화마저도 막고 있다고.

이렇게 변해버린 남편을 상대로 박 씨는 2년 반 전부터 이혼소송(위자료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판사가 보험금을 반씩 나누라고 조정했지만, 남편은 이의신청하여 항소한 상태다.

“차라리 그 때 죽었다면...”

박순희 씨는 남편의 실수로 당한 교통사고 때문에 전신마비 장애를 입었다.
이런 경우 오랜 기간 동안 남편과 가족의 지극한 보살핌과 충분한 지지가 뒷받침된다고 해도, 사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전신마비라는 현실을 수용하기조차도 매우 힘들다.

박 씨에 따르면, 교통사고 전에는 ‘잉꼬 부부’로 주변의 부러움을 샀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남편은 치료비와 간병비가 절실한 박 씨에게 보험금조차 나누려하지 않고 아이들을 만날 수도 없게 통제하고 있다.

남편과 가족들이 이렇게 변심해 박 씨를 외면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
가족들이 품은 속내를 속속들이 다 알 수야 없으니, 이에 대한 판단은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의 몫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만약 여성인 박 씨가 사고 후유증으로 장애를 입지 않았다면, 장애가 있다 해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경미한 것이었다면 남편과 가족들이 이렇게까지 변했을까, 하는 점을 말이다.
만약 박 씨가 아니고 남편이 전신마비가 됐어도 이와 같은 상황일까.

“퇴원해야 하는데 갈 곳이 없어요. 결혼한 오빠 집에 얹혀살아야 할 형편인데, 그것도 못할 짓이잖아요...
작은 방이라도 구하고, 간병인 구해서 살고 싶어요. 그러자면 재활기구도 필요한데, 그게 2천만 원 돈이 넘어요...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어요. 차라리 그 때 죽었다면...”

박순희 씨는 수화기 저편에서 죽음보다 더 깊은 울음을 쏟아내고 있었다.
작성자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팀  prota1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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