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연금이 우선 목표가 되어야 한다 > 대학생 기자단


장애 연금이 우선 목표가 되어야 한다

[편집장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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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걸음 자료사진
밤늦게 지하철역에서, 옷차림을 보아 노숙을 하는 게 분명해 보이는 한 중증장애인이 쓰레기통을 뒤져 남들이 먹다 버린 커피 컵의 남은 커피를 먹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가진 게 없고,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아 거기에 나앉은 장애인들의 삶이 급속도로 피폐해지고 있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또 우연히 신문에서 가난한 장애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영구임대아파트의 임대료 연체율이 30%를 웃돈다는 기사를 읽었다.
장애인들이 임대료를 못 내면 방이 좁아 웅크리고 잘지언정 찬바람은 막아주었던 공간에서 내쫓길 게 분명한데, 다른 삶의 수단을 갖지 못한 장애인들은 어디로 가지, 라는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막 끝난 베이징장애인올림픽 관련 소식을 접하면서는,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선수 중 선천적인 장애인은 7명에 불과한데, 그 이유가 장애인이 운동에 전념해서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서는 산재장애인든 상이군경 장애인든 매달 얼마의 연금을 받는 장애인만 가능하다는 것이어서, 장애인 계층 내부에도 엄연하게 양극화 현상이 존재하고 있고, 결국 장애인이 돈이 없으면 운동도 못하는구나, 라는 생각에 또 우울했다.

세상이 온통 경제 위기 얘기로 들끓고 있기 때문에 지금 몇 가지 예를 들어 장애인 계층이 처해 있는 암담한 현실을 상기시키는 게 어떤 면에서는 한가로운 얘기를 하는 것으로 비쳐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경제 위기가 닥치면 그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계층이 사회의 밑바닥에 있는 장애인 계층이기 때문에 이 위기의 시대를 맞아 그간 장애인 운동이 무엇을 놓치고 왔는지 돌아보고, 앞으로 펼쳐질 장애인 운동의 기본을 다시 한 번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나름대로의 방향성을 제시해 본다.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장애인 운동은 장애인 관련 법안 제정과 제도 개선에 주력해 왔다. 그 결과 지금 우리나라는 장애인 관련 제도와 법은 세계 어느 나라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 틀을 갖췄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간 장애인 운동이 그 무엇을 간과해 왔다는 것이고, 여기서 그 무엇은 바로 장애인의 기본적인 생존권 보장 문제라고 얘기할 수 있다.

거칠게 지적하면 지금 있는 장애인복지법, 고용촉진법, 장애인차별금지법으로 장애인의 생존권 보장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 특히 다른 삶의 수단이 없는 중증장애인 생존권 보장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한 돈으로만 가능하고, 바꿔 말하면 장애연금이 지급되어야 가능하다. 강조하자면 장애연금이 제도개선과 법안 제정에 앞서 장애인 운동의 기본 전제와 목표, 즉 마지막이 아니라 처음이 되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의 생존이 보장되어야 사회참여가 가능하고, 차별을 얘기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면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부터라도 장애인 운동의 선명한 목표는 장애 연금 쟁취가 되어야 한다.

지금 장애 연금 논의가 정부의 예산이 없다는 논리에 막혀 주춤거리고 있는데, 발칙한 상상력 일지 모르지만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라도 장애계가 반드시 장애 연금을 관철시켜야 하는 것이다.

발칙한 상상력이란 예컨대 정부를 향해, 장애 연금을 지급할 예산이 없다면 현재 기업이 내는 미고용 부담금, 시설에 지원되는 예산, 그밖에 장애인을 위해 지원하고 있는 모든 예산을 모아 우선적으로 장애 연금을 지급하라고 억지라도 부리라는 것이다.

여기서 다른 말을 덧붙여 봐야 사족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현재 중증장애인들에겐 장애 연금 지급이 매우 절실한 사안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중증장애인들에게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려면 최하 매달 50만 원 이상의 장애 연금이 지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 정도 액수의 장애 연금 지급은 장애계와 정부가 중증장애인의 생존권 보장에 우선 목표를 둔다면 충분히 가능한 액수의 장애 연금이라고 판단한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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