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자기책임인가요? 일본의 자립지원법 > 지난 칼럼


장애는 자기책임인가요? 일본의 자립지원법

일본 오사카에서의 편지 네번째

본문

오사카에 와서 가장 싸늘함을 느끼는 게 딱 이 무렵이네요.
가을색이 깊어지고 겨울로 넘어가는 소리가 저벅저벅 들려 오는데, 잠을 청하며 이불 속으로 몸을 집어넣으면 오싹 오싹 찬기운이 등짝에 저며 드니까요. 아직 더운 계절에서 추운 계절로의 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온 몸으로 전해오는 그 싸늘함은 각별하지요. 아, 추워! 꽤 두툼한 이불을 깔고 덮어도 언제나 한밤의 서늘한 감촉에 으시실 몸을 떨지요.

뭘 그리 엄살을 떠는가 싶으시겠지만, 한국에서는 전국 어디에서나 이 무렵이 되면 보일러 난방으로 온 집안을 눅눅하게 데우지만, 일본의 주거시설에는 보일러라는 것이 없었답니다. 최근에 와서야 겨우 응접실에 가스나 전기 보일러를 까는 집이 있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에요. 일반적으로는 겨울에도 가스나 석유 난로 등으로 난방을 하고, 전기장판을 쓴다든가 하지요. 오사카로 와 11년이 되는 지금도 아직 난방을 설치하지 않은 이 무렵이면, 감기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넘기도록 옷을 껴 입고 있어요.

난방도 난방이지만, 요즘 일본의 장애인들의 등골을 써늘하게 하고 있는 것을 하나 들자면 바로 「장애인자립지원법」이라는 거예요.

한국에서도 화제에 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2005년 제정된 이 법에 의해 그 때까지는 활동보조 서비스나, 보조기구 수리나 제작, 장애인들이 복지 관련 시설을 이용해도 그 사람의 경제적 형편에 따라 서비스에 대한 이용료 부담이 정해졌던 것이(연간 소득 500만 엔 이하의 사람에게는 실질적인 부담이 없었음), 이 법의 시행 이후부터 원칙적으로 이용한 서비스에 대해 10퍼센트의 이용료를 부담하도록 바뀐 것입니다.

그것은 「장애인자립지원법」 시행 이전의 「지원비제도」 당시 복지서비스의 이용량이 증가하자, 재원부족을 배경으로 소득에 의한 ‘경제적능력에 따른 부담’이었던 것을, 이용 서비스 양에 따라 원칙 1할의 자기부담을 요구하는 ‘서비스이용량에 따른 응익부담’으로 전환시킨 겁니다. 그에 따라 이용하는 서비스량이 많은 중증장애인일수록 부담이 커져 이용을 줄이는 경향이 나타났고 「장애인자립지원법」이 아닌, 「장애인자립저해법」이라는 말까지 나왔지요.

소득에 대해 3단계로 요금 상한액이 정해져 있고, 장애 당사자 본인의 소득이 아닌 그 세대의 소득을 기준으로 함으로써 가족의 소득이 많은 가정에서는 최고 월 3만7천200엔을 내는 것으로 정해져 있답니다.

이렇듯 장애인의 서비스 이용량에 따라 부담을 정하는 「장애인자립지원법」의 제정으로, 일본의 복지정책의 큰 흐름이 후퇴하는 것과 더불어 지금까지 쌓아왔던 장애인의 복지 환경에 많은 걸림돌이 생기게 된 것이지요.

이 법에 대해서는 제정 당시부터 많은 반대 여론에 부딪쳐 개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컸지만, 시행 3년을 맞이하는 지난 10월31일 이 법에 대한 부당성을 호소하기 위해, 일본장애인협의회라는 JD를 주최로 일본 전국에서 30명의 장애인이 일제히 재판을 거는 소송을 벌이게 되었습니다(후쿠오카, 히로시마, 고베, 오사카, 쿄토, 오츠, 도쿄, 사이타마).

무엇보다도 장애인의 사회참가 보장과 경제적자립 보장 없이 서비스의 이용료 부담만 가해지는 것은 장애인의 생활권을 저해하는 것이며, 일본의 헌법 25조의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을 누릴 권리를 가지고 있다’라는 조항에 위반된다는 것입니다.

이 헌법 25조는 국가와 자치체가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사회참가와 자기실현을 지향할 수 있는 환경, 노후를 안심해서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사회복지, 사회보장, 공중위생의 향상·증진을 위해 노력할 의무를 지고 있다는 것을 명기한 것으로, 일본의 모든 사회복지의 기본이 되는 거예요. 이번에 재판을 제소한 원고측은 ‘응익부담은 장애인이 당연히 인간으로서 살아갈 권리나 일할 권리 등,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장애인자립지원법의 위헌적 성격을 따지는 겁니다.

오늘은 조금 생소하시겠지만, 한국의 활동보조법의 제도화와도 밀접한 이 일본의 장애인자립지원법에 대한 재판과 관련된 신문기사를 소개하겠습니다.

장애인자립지원법 「자립의 길을 막는다」

복지서비스를 이용한 장애인에게 원칙 10퍼센트의 자기부담을 과하는 장애인자립지원법은, 법 앞의 평등을 정한 헌법에 위반한다는 것 등을 들어 전국의 장애인 약 30명이 10월31일 전국 8개의 지방재판소에, 일본정부와 관계자치체를 상대로 부담폐지 등을 요구하는 최초의 동시 소송에 들어갔다. 히로시마 지역에서 제소한 히로시마현의 부부는 “인간다운 기초적인 생활을 하기 위한 서비스에 왜 부담을 해야만 하는가?”라며 호소했다.

뇌성마비의 기능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키야스 씨 부부는 요리나 배변, 목욕 등에 활동보조 서비스없이는 생활할 수 없다. 22년간 다녀온 집근처의 구사노미 작업소는 두 부부의 삶의 보람터다.

두 사람 합해서 월급은 평균 1만 수 천엔 정도. 지원법 시행 전엔 활동보조인이나 작업소 이용료가 필요 없었지만 지금은 두 사람 합해 월 6천 엔을 내야 한다.

전기세 등 공공요금이나 식비 등 매달 지출은 월 21만 엔 정도이지만 수입은 장애기초연금과 특별장애인 수당, 작업소의 급여 등을 포함해 약 22만 엔. 한달에 많아야 3만 엔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 휠체어의 수리나 타이어의 교환도 10퍼센트 자기부담을 해야 되기 때문에, 일 년에 한번 가던 여행도 못 가게 되었다.

아키야스 씨는 “장애인은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활동보조가 필요하다. 장애가 자기책임이고, 최저한의 지원까지 사적인 이익으로 보는 견해는 납득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그는 서명활동에 참가하고 집회 등에서도 호소했지만, 법개정에는 좀처럼 이르지 못하고 있다며 “재판에라도 호소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며 강한 위기의식을 나타낸다.

아키야스 씨 부부는 77년 오랜 세월 지내온 신체장애인 시설에서 나와 결혼했다. 당시, 지역에서 살아가는 장애인 부부는 드물었다. 다음해 바라고 바라던 첫 아이가 태어나고, 차가운 시선에 상처를 받는 일도 많았지만, ‘지역의 일원이 되는 것은 스스로가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마음을 다지며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대했다.

장남이 초등학교 2학년 무렵, 장애인이 일하는 작업소가 생기는 것을 알고 설립준비회에 참가했다. 정부나 자치체에 보조금을 요청하고 기부금을 모아 후원회를 설립하여, 86년 5명의 동료와 함께 구사노미 작업소를 설립했다. 지금은 심신에 장애를 가진 약 45명이 쿠키 만들기나, 종이제품 만들기 등을 하고 있다.

부인 기미코 씨는 “장애가 있어도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살려 사회에서 인정받는 기쁨을 맛볼 수 없다면 살아갈 의미를 찾지 못한다.”며 입술을 깨문다.

10월 27일, 참의원 국회의원회관 앞에서 재판의 승리를 쟁취하는 모임의 발족집회가 있었다. 혼자서 참가한 기미코 씨는 전국에서 모인 원고예정자 등 약 160명 앞에서 있는 힘껏 외쳤다.

“우리는 언제쯤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있는가? 원해서 장애인이 된 것이 아니며, 장애란 언제 누구에게 찾아올 지 알 수 없는 것. 장애인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삶의 보람을 느끼며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있는 복지제도가 확립될 수 있도록 일본정부에 따져보고 싶다.”

이 재판은 앞으로 긴 투쟁이 될 것이며, 장애에 대한 사회적 견해와 정책의 기본자세를 확인하는 중요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제도적 틀을 확보해 나가야 하는 한국에서도 참고가 될 만한 싸움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변미양 (지체장애인, 재일동포와 결혼해서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고 있다)

작성자변미양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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