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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떼쓴다고 들어주는 시대는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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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비리 사건에서 교훈을 얻기도 한다. 장애계의 관심 사항에서는 비껴나 있지만, 5월 초 공중파에 보도돼서 사람들의 공분을 산 지체장애인협회 시흥시 지부 비리 사건은 장애인 단체의 존재 이유와 단체를 둘러싼 환경 변화와 관련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전혀 다른 얘기지만 많은 국민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돌이켜보면 그가 대통령이 가진 막강한 권력을 국민들에게 돌려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사람들조차 그가 탈권위주의로 국민들에게 다가섰다는 업적만은 높이 평가한다.

정리하면 국민의 정부부터 참여정부에 이르는 지난 십 년의 기간 동안 우리 사회에서 권위주의로 대표되는 억압과 군림은 냉전시대에나 가능했던 과거의 유산으로 낙인찍혀 사라졌고, 어떤 정권이든 기를 쓰고 권위주의를 되살리려고 해도 이미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고 있는 탈권위주의 흐름은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그런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단체는 이런 시대 흐름에 홀로 역행하면서 아직도 권의주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번 비리 사건에서도 확인되었듯이 장애인 단체와 단체장들은 장애인들 위에 군림하면서 모든 권력과 이권을 독점하고 있다. 단체와 단체장들은 회원인 장애인들을 장기판의 졸로 밖에 여기지 않으면서 장애인들을 단지 이권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짙다. 이런 장애인 단체의 비민주성은 뿌리가 깊은 채 개선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은 채 서울보다 지역이 더한 실정이다.

이 시점에서 장애인 단체가 알아야 할 점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시대 흐름과 거꾸로 가면서 단체를 사유화 하고 지금처럼 단체장이 장애인들 위에 제왕처럼 군림하면서 비리를 저질러대면 남는 것은 자멸밖에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선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장애인 단체에 온정적이지 않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단체 비리 사건을 예로 들면 그동안 장애인 단체 비리 사건이 터졌을 경우 장애인 언론은 비리를 저지른 단체 이름을 실명 보도하기도 했지만 일반 언론은 단체 이름을 생략하거나 이니셜로 보도하면서 봐주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 지장협 시흥지부 비리 사건을 보도하면서 MBC는 처음부터 단체 이름을 실명 보도해서 지체장애인협회라는 단체에 씻을 수 없는 상처자국을 남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장애인 단체를 대하는 공무원들의 태도도 과거와는 확연하게 구분지을 수 있을 정도로 바뀌었다. 이번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시흥시청에 갔을 때 담담 공무원은 작년 지장협 시흥시 지부장 등이 시청에 몰려와 작업장을 폐쇄하지 말라며 책상을 뒤엎는 등 난동을 피웠을 때 이들을 경찰에 고발조치 등 강하게 대응했다고 말했다.

경험을 되살리면, 과거 장애인 단체의 이권을 위한 떼쓰기에 대한 공무원들의 태도는 비록 똥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는 식의 경멸감은 감추지 않았지만 떼쓰기에 굴복해서 민원을 들어주거나 아니면 최소한 난동을 모르는 척 무마시켜 주는 게 역시 관례였다.

하지만 이제 공무원들도 이번 사건의 예에서 확인 되었듯이 더 이상 장애인 단체의 이권을 위한 무리한 떼쓰기를 받아주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장애인 단체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인 비민주성과, 떼쓰기를 통해 이권을 확보하는 낡은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인 것이다.

이렇듯 시대가 바뀌었다. 지금처럼 장애인 단체가 몇 몇 단체장과 간부들의 먹고 사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장애인들은 이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지 밖에 않는 한심한 실태는 권위주의처럼 하루속히 과거의 유물로 사라져야한다.

앞으로 장애인 단체는 아래로부터의 민의수렴이라는 민주성에 기반해서 장애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단체만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야지 단체들의 사회와 국가를 향한 발언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아울러 사람들이 장애인 단체 하면 떠올리는, 경기마저 일으키는, 이권을 위한 무리한 떼쓰기도 이참에 근절되어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은 장애인 단체들에게 높은 도덕성과 민주성 그리고 탈권위주의를 요구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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